"에너지 정책 성공하려면"


온기운 

객원논설위원·숭실대 경제학과 교수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에너지 분야에도 변혁의 바람이 불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선거공약으로 석탄화력발전의 점진적 축소·폐기, 2040년 원전 제로, 개인용 경유 승용차 2030년까지 퇴출 등의 목표를 내건 바 있다. 


온기운 객원논설위원·숭실대 

경제학과 교수


이를 실현하기 위한 발걸음을 떼기 시작했다. 문 대통령은 3호 업무지시로 당장 다음달 한 달 동안 30년 이상 된 노후 석탄발전기 7기 가동을 중단하고, 내년부터는 3~6월 기간 중 노후 석탄발전 가동 중단을 정례화하도록 명령했다. 미세먼지를 줄이는 것이 국가의제로 돼 있는 만큼 명령-통제라는 직접규제 방식을 동원해서라도 우선 할 수 있는 것은 하겠다는 취지다. 


원자력발전은 경제성과 환경성 측면에서는 유리하지만 안전성은 담보할 수 없다는 인식하에 노후 원전 수명연장 불허와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그동안 기저발전 역할을 해 왔던 석탄발전과 원자력발전을 퇴장시키는 대신 가스복합발전과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크게 늘려 나가겠다는 것이다. 2020년까지 현재 40%대인 가스복합발전의 가동률을 60%로 끌어올리고, 4%대인 신재생에너지 비중도 2030년에 20%로 높이겠다는 수치 목표도 제시했다. 


또 하나 주목되는 것은 에너지 세제개편이다. 2007년 2차 에너지 세제개편 이후 미뤄왔던 세제개편을 10년 만에 단행하는 것인데, 가장 관심을 끄는 것 중의 하나가 유류세다. 정부는 현재 100대85대50으로 돼 있는 휘발유, 경유, LPG의 상대가격을 경유가격을 더 높이는 쪽으로 조정함으로써 경유 소비를 억제하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유연탄에 현재 ㎏당 평균 30원씩 붙는 개별소비세를 대폭 높이고, 소비자의 전기요금에 유럽 국가들처럼 부가가치세 외에 전기소비세를 별도로 부과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새 정부의 에너지 정책은 경제성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환경성과 안전성도 중시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정책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에너지 부문의 외부성에 대한 면밀한 검증이 선행돼야 한다. 에너지 사업자에 부과되는 조세는 환경오염 같은 외부성(externality)의 원인 제공자인 사업자의 사적 비용에 외부비용을 포함시킴으로써 에너지 가격 현실화와 이를 통한 에너지 적정 소비를 유도하는 데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석탄 가스 원자력 전기 등 각종 에너지원이 발생시키는 환경성 및 비환경성 외부비용에 대한 정량화 작업이 불충분한 상태다. 환경옹호론자들은 외부비용을 높게 평가하고, 그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은 낮게 평가하며 논란을 벌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사회적 후생 극대화를 위한 최적 조세 규모를 산출해 내기가 어렵다. 


외부성과 관련해 오염자 부담 원칙이 철저히 적용돼야 한다. 정부가 그동안 경유세금을 인상해 오면서 수송부문에서 미세먼지 배출량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사업용 경유차량에 인상액만큼 유가보조금을 지급한 것은 이 원칙을 훼손한 사례다. `병 주고 약 주는` 식의 이런 정책으로는 환경오염 억제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 


조세의 중복 부과 소지도 차단해야 한다. 현재 석탄, LNG 등에 개별소비세가 부과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연료로 사용해 생산된 전기에 또 소비세를 부과하는 것은 중복과세다. 소비자들로부터 전력산업기반기금(전기요금의 3.7%, 연간 2조원 규모)과 부가가치세 외에 세금을 더 걷으려 하면 반발을 살 수 있다. 전기 소비 절약이 전기소비세의 목적이라면 전기요금이 원활히 조정될 수 있는 체제부터 구축하는 게 순서다.


발전사가 연료개별소비세 등 조세를 부담하면 전력 구입자인 한국전력이 전력구입비에 반영해 이를 발전사에 우선적으로 보상해 준다. 하지만 한전이 이를 전기요금에 반영해 소비자로부터 회수할 수 있는지는 불확실하다. 전기요금이 국무회의와 정치권의 승인 등 복잡한 절차를 거쳐 조정되기 때문이다. 조세 등 정책비용 요소가 전기요금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할 경우, 소비자의 적정 전기 소비를 유도하는 가격신호도 작동하지 못하게 된다. 

매일경제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5/27/2017052700907.html

케이콘텐츠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