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인력난"


언제 끝날지 모를 `반짝 호황`에 대형사, 정규직 대신 경력직

인력 뺏긴 중소·중견사 `비상`


  충청권 소재 중견 건설사 경영진은 요즘 과장·대리급 인력 이직이 최대 관심사다. 지난 2년간 분양을 열심히 해 둔 덕에 여러 현장에서 아파트 공사가 동시에 진행돼 현장에서 실무를 맡을 직원이 필요한데 최근 인력 유출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회사 대표는 "최근 이직한 대리나 과장급 모두 대기업이나 경쟁 중견기업에서 연봉을 조금 더 주고 데려간 것"이라며 "요즘 업계에서는 금대리, 은과장이라는 용어까지 등장했다"고 말했다. 


반짝 호황을 맞은 건설업계가 인력난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갑작스럽게 작업 물량이 늘어났지만 현장에서 뛸 수 있는 젊은 인력은 한계가 있는 데다 비슷한 처지의 경쟁사들끼리 인력을 빼가는 통에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을 줄 여력이 없는 중소·중견사들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오랜 불황을 겪은 건설업계는 고정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신입 채용을 최소로 유지했다. 그러다 보니 관리자는 많고, 실무자는 부족한 인력 구조가 자리 잡았다. 이 상태로 시간이 흐르면서 현재 많은 건설사들이 현장소장을 맡을 만한 부장급 인력은 풍족한 반면 하도급업체 및 인부 관리, 안전통제 등 실무를 총괄할 인력은 부족한 실정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2000~2014년 연간 평균 26만9000가구의 아파트가 분양됐는데 2015년과 지난해에는 각각 52만가구, 45만가구로 폭증했다. 이 물량 공사가 올해와 내년에 집중될 예정이라 인력난은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문제는 건설사들이 신규 인력 채용을 늘리기 어렵다는 점이다. 작년을 고점으로 분양 물량이 줄고 건설 경기가 다시 쪼그라들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실제 올해 분양 물량은 지난해보다 20%가량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11·3대책과 금융규제 여파로 실제 서울과 수도권 일부, 부산 등을 제외하고는 찬바람이 불고 있다. 


한 중견 건설사 대표는 "올 상반기가 인력난 정점이라 최소한의 인력만 채용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건설업계 주요 대기업들은 올해 수주 목표를 지난해보다 낮춰 잡았고 신입 채용에도 소극적이다. 최근 해외 건설 수주를 위해 공격적으로 인력을 확충한 대기업의 경우 해외건설 시장이 쪼그라들면서 오히려 구조조정을 고민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늘어난 공사 현장을 관리해야 하니 당장 쓸 수 있는 경력직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이는 고스란히 중소·중견기업 인력난으로 연결된다.


부산 소재 한 중소 건설사 대표는 "규모가 큰 경쟁사에서 고임금을 앞세워 인력을 빼가버리면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전했다. 


인력 부족 현상은 건설사 소속 직원뿐 아니라 각종 공정의 전문기술을 가진 일용직 근로자도 마찬가지다. 인원은 한정돼 있고 작업량은 늘어나니 작업장별로 인부를 확보하기 위한 신경전이 치열하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방수나 형틀, 용접 등 전문기술을 가진 기술자의 인건비는 지난해에 비해 20% 정도 올랐지만 그마저도 구하기 어렵다"며 "인력난이 심해져 미숙련자가 현장에 투입될 경우 안전사고나 부실시공 우려가 높아진다"고 말했다. 

[정순우 기자]  매일경제

케이콘텐츠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