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 예보"



고두현 한국경제 논설위원 


    적벽대전에서 참패한 조조가 허둥지둥 쫓기다 두 갈래 길을 만났다. 하나는 평탄한 대로였고 하나는 험준한 산길이었다. 정탐을 시켰더니 큰길은 조용했고 산길엔 연기가 드문드문 올랐다. 조조는 제갈량이 계략을 부려 큰길 주변에 복병을 숨겼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일부러 험한 길을 택했다. 그러나 그곳에는 미리 매복한 관우 군사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조조는 관우에게 목숨을 구걸하며 치욕을 겪어야 했다.



《삼국지연의》의 화용도(華容道) 일화다. 조조는 앞서 두 번이나 제갈량의 지략이 형편없다며 비웃다가 조자룡과 장비에게 혼쭐이 난 뒤였다. 스스로 자만하여 남을 비웃는 ‘조조삼소(曹操三笑)’ 고사가 여기에서 유래했다. 상대 의중을 미리 파악하고 그것을 역이용하려는 ‘예측의 역설’을 절묘하게 보여준 명장면이다.


요즘도 마찬가지다. 날씨예보만큼이나 중요한 생활밀착형 정보가 교통예보다. 명절이나 연휴 때는 더 그렇다. 다행히 T맵이나 내비게이션 덕분에 극심한 혼잡이 많이 줄어들긴 했다. 하루 260만명이 넘는 T맵 이용자는 메인 컴퓨터를 통해 실시간 정보를 교환하며 교통 흐름을 수시로 바꿔간다. 2002년부터 축적한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패턴화된 정보를 중앙컴퓨터로 공유하는 방식이다.


한국도로공사의 교통예보는 한발 더 나아간다. 이번 설에도 전국 고속도로의 구간별 소요시간을 95% 이상 맞혔다. 1월 중순에 발표한 설 연휴 고속도로 혼잡예보도의 적중률도 높았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5시간50분 걸린다는 예보는 불과 10~20분밖에 차이나지 않았다. 


이런 족집게 예보가 가능한 것은 하루 2억건에 이르는 빅데이터 분석 덕분이다. 전국 톨게이트 300여곳의 차량 진출입 시간과 총연장 4000㎞의 고속도로 바닥에 1~2㎞마다 깔린 센서가 교통량을 체크한다. 5760대의 CCTV 영상과 기상청의 날씨 정보도 활용한다. 이런 시스템이 갖춰진 2008년 이전엔 교통예보가 없었다. 어디가 막힌다는 단순 정보만 전달했다. 그러다 2007년 추석 극심한 정체 이후 교통예보지원시스템을 구축했다. 



T맵 출처 온라인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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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예보의 궁극적인 목적은 운전자들의 마음을 움직여 차량을 분산시키는 데 있다고 한다. 물론 단점도 있다. 경부고속도로 정체가 심하니 중부고속도로를 이용하는 게 좋겠다고 하면 모든 운전자가 중부고속도로로 몰리는 비극이 발생한다. 결국 예보를 현실화하는 것은 정보가 아니라 그걸 활용하는 이용자다. 그래서 카를 포퍼도 “예보는 틀릴 수밖에 없다”고 했던가.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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