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발주 의무화, "공사비 ·공기 증가 · 수주 독식 부작용 '우려'

건설산업연구원 

소수 대형 전문건설사 수주 독식 등도 우려

해외 주요 선진국도 사례 드물어

서울시 ‘주계약자 공동도급제’ 확대 시행 발표

종합·전문 건설 업계 해묵 갈등 증폭


   최근 서울시의 ‘주계약자 공동도급제’ 확대 시행 발표로 종합·전문 건설 업계의 해묵은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건설산업연구원이 최근 보고서에서 분리발주가 공사비용 증가와 일부 대형 전문건설사 수주 독식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부작용을 경고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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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발주는 공사비용·기간 늘리고 품질에도 악영향

18일 건설산업연구원 전영준·박용석 연구위원은 ‘건설공사 분리발주의 문제점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통해 분리발주 의무화가 각 공정 간 유기적인 상호협력이 중요한 건설업 특성상 시설물 품질·안전 등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발주자 행정·공사비용 증가 △시공연계성 상실로 품질 저하 △건설근로자·장비업자 등 사회적 약자 피해 우려 △공종 간 마찰로 사업운영 효율성 저하 및 공정 지연 △현행 업역체계 혼란으로 건설업 근간 훼손 △발주자 선택권의 과도한 훼손 등을 꼽았다. 


특히 발주자가 부담할 비용 측면에서는 공사 전반적인 관리를 위해 총 공사비의 3~4%가 추가되고, 공사규모가 작을수록 낙찰률이 높아지는 관행 역시 비용 부담이 늘어난다고 분석했다. 또 공종별 다른 시공자가 선정되면 전체 공정에 대한 시공관리나 설계에 대한 이해부족에도 조정이 곤란해 시설물 품질 저하가 우려된다는 것. 


이 외에 실제 건설현장에서 발생하는 하도급 부조리가 자재·장비대금, 근로자 노임 체불 등에 집중된 만큼 분리발주는 이같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2013년 민주노총 산하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연맹은 분리발주에 대한 반대의견을 정부와 국회에 전달한 바 있다. 


전영준 건산연 연구위원은 “분리발주 의무화 확대는 각 공종 간 유기적인 상호협력이 필수적인 건설의 특성과 본질을 간과한 것”이라며 “전문건설업체를 제외한 발주자·종합건설업체·건설사업관리자 모두 장점보다 단점이 많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통신·전기·폐기물 이미 분리발주 의무화…타 공종도 요구 거세

1958년 제정된 건설업법은 복합 공종으로 이뤄진 종합건설업과 단일 공종의 전문공사를 시공하는 전문건설업으로 면허 체계를 구분하고 있다. 발주처가 한 곳의 종합건설사에 통합(일괄) 발주하면 각 공종별로 구분해 각각의 전문건설사에 하청을 주는 형태가 지속돼온 것이다. 다만 하자 책임 구분이 용이하고 공정관리에 지장이 없는 등 최소한의 예외에서만 분리발주를 허용해왔다. 


대한전문건설협회·대한기계설비건설협회 등 분리발주 확대를 주장하는 입장에서는 하도급 과정의 불공정성 해소, 전문 중소건설업체 육성을 내세우고 있다. 이 가운데 전체 전문건설업종 25개 중 1971년 정보통신공사, 1976년 전기공사에 대한 분리발주가 의무화됐고 2003년에는 건설폐기물 처리 용역도 추가됐다. 최근에는 소방설비공사·기계설비공사 업체들의 분리발주 요구도 거세지며, 2013년에는 정부 국정과제에 ‘대규모 계약의 분할·분리발주’가 채택되며 업계가 첨예하게 대립해 적용이 유보된 바 있다. 


해외 주요 선진국도 분리발주 의무화 규정 드물어

하지만 주요 선진국에서도 통합발주 중심의 공사발주제도가 유지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공공공사 발주제도가 각 주마다 다르지만, 전체 50개 주에서 단 4개 주에서만 분리발주를 의무화하고 있다. 그것도 한국과 달리 제한 없는 최저가 입찰제 하에서 저가수주 관행을 방지하는 차원이다. 일본도 분리발주를 공공사업에서 권고사항으로만 명시하고 있다. 


유럽의 영국·프랑스·독일에는 통합발주를 기본으로, 분리발주를 의무화하는 규정 자체가 없다. 프랑스는 중소기업 육성을 위해 2006년 분할발주(대규모 공사를 양적으로 나눠 발주하는 방식) 방식을 함께 운영하고, 영국은 우리처럼 분리발주를 혼용하고 있다. 또 독일 역시 분할·분리발주 규정이 있지만, 원도급자의 직접시공 비율이 30~70%에 달할 정도로 높다. 




전 연구위원은 “미국에서도 일부 주에서만 분리발주가 허용되고 독일·영국·프랑스·일본 등에도 의무화 규정은 없다”며 “공사 특성에 따라 분리발주가 더 적합한 경우에만 발주자가 유연하게 결정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 및 주진방법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재유기자 0301@sedaily.com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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