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 "대체 병원비 어디까지 내주나"
[실손보험, 해약해야 하나?]
3년~5년, 낸 보험료와 받은 보험금 비교해봐야
나이가 들수록 실손보험료 급격 상승 꼭 감안해야
[과잉진료란]
의사 환자의 알빼먹기
보험료 생각에 병원 자주가
의사는 여러번 오게 만들어..."악순환의 고리"
[실손보험 보편화 이유는?]
건강보험의 공백 탓
보장률 OECD 가입국 중 꼴찌에서 2번째
실손보험 드셨죠…고객님? 호갱님?
"혹시 실손보험은 있으신가요?" "실비보험은 드셨나요?"…
언젠가부터 병원, 특히 동네병원을 점령한 질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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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kbs.co.kr/news/view.do?ncd=325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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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병원이라면 환자에게 당연히 "어디가 불편하세요?" "편찮으신 곳이 어디죠?"라는 질문이 우선돼야 할 텐데 말입니다. 실손보험이라는 상품에 점령되고 있는 일부 병원의 일그러진 현실입니다.
나는 실손보험 안 들었는데…
실손보험 가입자는 3천4백만 명을 넘었습니다. 국민 10명 중 7명꼴입니다. 60세 이상 노인은 병원비 지출이 많다는 이유로 보험사가 실손보험 가입을 잘 안 받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웬만한 사람은 다 든 보험입니다. 모든 민간보험을 통틀어 가입자 수가 압도적으로 가장 많은 상품입니다. 사실상 '국민보험'인 겁니다.
그런데 자기가 실손보험에 든 사실조차 모르는 가입자가 의외로 많습니다. '묻지도 따지도 않고' 보험에 가입하는 우리 관행 탓입니다. 이모 소개로, 어머니 친구 소개로, 친구 소개로…즉, 대면 채널을 통해 보험에 '들어주다'보니 자기가 실손에 들었는지 안 들었는지도 모르는 거죠.
혹시라도 암보험이든 종신보험이든 건강과 관련된 보험을 하나라도 드셨다면, 약관이나 계약서를 펼쳐 보십시오. 그리고 거기서 '갱신형' '실손' '실비'라는 단어가 보인다면, 당신은 이미 실손보험 가입자인 겁니다. 그것도 귀찮다면, 더 쉬운 방법이 있습니다. 실손보험가입조회 서비스(http://www.klia.or.kr/consumer/consumer_0305.do)를 이용하시면, 클릭 몇 번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실손보험, 얼마나 아십니까?
실손보험이 대체 병원비를 어디까지 내주는 거야?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허리가 아파 정형외과에 갔습니다. 도수치료, 약물치료 등등을 받았습니다. 총 치료비는 50만 원인데, 그중에 10만 원은 건강보험에서 해주고 내가 직접 낸 돈은 40만 원입니다. 그 직접 낸 돈 40만 원을 보장해주는 게 실손보험입니다. 상품 종류에 따라 최소 80%~최대 100%까지 돌려줍니다.
과잉의료는 왜?
실손보험을 악용한 '과잉의료'가 크게 늘었다는 뉴스는 많이 접하셨을 겁니다. 각종 매체에서 꾸준히 보도되고 있습니다. 특히, 올초 실손보험료가 10%대~40%대까지 한꺼번에 인상된 이후, 그런 뉴스가 더 쏟아지고 있습니다.
그 구조는 쉽게 말하면 이런 겁니다. 일단 소비자는 실손보험료를 보험사에 냈죠.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른바 '뽕을 뽑아야'겠죠. 부지런히 병원을 이용해야 남는 장사인 거죠. 병원은 어떨까요. 세 바늘 꿰맬 걸 열 바늘 꿰매는 게 낫죠. 병원 한 번 올 환자를 열 번 오게 하는 게 낫죠. 그래야 수익이 느니까 말입니다. 병원과 환자 양쪽의 입맛이 맞으니 과잉 의료로 이어지기 딱 안성맞춤입니다. 일부 병원의 의심되는 내용입니다.
실손보험, 해약해야 하나?
과잉 의료 있는 것 알겠고, 일부 병원과 환자가 나쁜 것도 알겠는데, 정말 궁금한 건 이거죠. 그럼 지금 실손보험을 해약해야 하는 건가? 아님 계속 들어야 하는 건가? 사실 소비자 개개인 입장에선 이게 제일 궁금한 부분입니다.
흔히들 이렇게 말합니다. "내가 작년에 말이야, 팔이 부러졌는데, 그때 실손보험금 탔었어, 쏠쏠하던데, 실손은 꼭 있어야 돼!" 라고 말입니다.
보험금을 받은 그 한 해만 따지면 분명 남는 장사일 겁니다. 근데 팔이 매년 부러지나요? 교통사고를 매년 당할까요? 최근 5년 동안 내가 낸 실손보험료와 그 5년 동안 내가 받은 실손보험금을 비교해보면, 손해보는 장사일 경우도 적지 않을 겁니다.
개개인의 건강 상태와 사고 확률이 천차만별이니, 일률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도 전문가들의 견해 가운데 그나마 일치하는 부분만 추려보면 이렇습니다. 3년~5년 정도를 잡아서, 내가 낸 보험료와 내가 받은 보험금을 한 번 비교해 보십시오. 그리고 나이가 들수록 실손보험료는 급격히 올라간다는 점도 꼭 감안하셔야 합니다. 그렇게 계산기를 두드려보면, 실손보험을 들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어느 정도는 가늠해볼 수 있을 겁니다.
실손보험을 어이할꼬?
실손보험이 이렇게 보편화된 이유는 사실 건강보험의 공백 탓입니다. 우리 건강보험은 분명 장점이 많은 제도입니다. 그러나 적어도 의료비를 얼마나 보장해주는지, 즉 보장률만 보면 OECD 가입국 중 꼴찌에서 2번째입니다.
OECD 평균으로 보면, 각국의 건강보험은 병원비가 100만 원일때, 80만 5천 원 정도를 보장해줍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63만 원 정도만 보장해줍니다. 가족 중 누군가가 중병에 걸려 '병원비 폭탄'에 맞으면 집안 전체가 휘청휘청할 수 있는 거죠. 이 불안감 때문에 너도나도 실손보험에 가입한 측면이 큰 겁니다.
각국 건강보험 의료비 보장률 비교(2013년 기준)각국 건강보험 의료비 보장률 비교(2013년 기준)
뒤집어서 말하면, 건강보험의 역할이 확 늘어나게 되면 굳이 너도나도 실손보험을 안 들어도 될 겁니다. 그러나 건강보험의 보장률을 끌어올리는 건 보통 일이 아닙니다. 국민 모두가 보험료를 더 내야 하는데, 그런 문제가 쉽게 합의될 리는 어렵겠죠.
결국, 당장은 실손보험을 안 들자니 불안하고, 실손보험에 들자니 급격히 오를 보험료가 부담되는 상황입니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더라도, 개별 소비자 차원에서 당장 선택할 수 있는 대응책은 뭘까요. 크게 세 가지입니다.
1. 무조건 수술, 비싼 시술부터 하자는 병원은 피하십시오. 실손보험을 걱정하기 전에 일단 병원비 지출부터 합리적으로 줄여야 합니다.
2. 값싼 실손보험도 있습니다. 보험사들이 돈이 안 된다는 이유로 적극적으로 홍보를 안 해서 그렇지, 보험료 1~2만 원대의 실손보험도 많습니다. 각종 특약 없이, 오로지 실손기능만 하는 단독형 실손보험에 가입하는 게 그나마 보험료 부담을 줄일 수 있습니다.
3. 진료비 환불 제도를 이용하십시오. 실손보험으로 모두 처리될 거라는 병원 말만 믿고, 이런저런 치료 받았는데, 보험금이 안 나오는 경우도 적잖게 있습니다. 이럴 때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통해 진료비 환불을 청구하십쇼. 무조건 돌려받을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구제받을 확률은 있습니다.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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