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값 하락의 공포, 턱없이 부족한 노후자금..."주택 연금으로"
주택연금 창구로 몰려가는 노인들
작년 대비 60% 넘는 신장세
거침없는 상승세를 이어가던 주택 시장이 연초부터 냉각 기미를 보이면서 집값 하락 공포가 커지고 있다. 집값이 하락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면서 노인들의 주택연금에 대한 관심도는 동반해 상승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턱없이 부족한 노후자금과 집값 하락의 공포가 더해지며 주택연금의 몸값이 급등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지난 1~2월 주택연금의 가입은 지난해 대비 60%가 넘는 신장세를 보였다. 주택연금은 만 60세 이상을 대상으로 하며 소유한 주택을 담보로 평생 혹은 일정 기간 동안 매월 연금방식으로 노후생활자금을 지급하는 국가 보증 역모기지론이다. 주택에 대한 강한 소유욕으로 좀처럼 활성화되지 않았던 이른바 집으로 연금받는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가진 건 집 한 채인데…절반도 준비 안 된 노후자금
100세 시대가 성큼 다가오고 있지만, 현재 경제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비은퇴가구의 은퇴 준비는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비은퇴가구의 예상 월평균 필요자금은 226만원인 데 비해, 가구형태와 금융자산, 노후준비 상태 등을 반영해 계산한 노후 준비자금예상액은 110만원에 불과해 노후 필요자금의 절반도 준비하지 못하는 상태다. 불안한 노후준비는 주택연금 가입의 증가라는 결과를 낳고 있다. 전체 자산 중 절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보유 부동산을 자녀에게 물려주지 않겠다는 비율이 늘어나는 것과 궤를 같이 한다.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가 최근 내놓은 ‘2015 한국 비은퇴 가구의 노후준비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비은퇴가구 전체가 예상하는 월평균 필요자금은 226만원이다. 하지만 보유금융자산과 저축액, 공적연금, 퇴직금 등을 반영한 노후준비자금 예상액은 110만원에 불과하다. 노후 필요자금의 절반도 준비 못 한 셈이다. 이런 노후준비는 고령층에서 더욱 두드러지고 있었다. 보고서는 연령이 높아질수록 노후준비가 부실했으며, 특히 50대의 재무준비지수는 평균 42.3에 불과했다. 20대는 가장 높은 78.3을 보였으며, 30대는 57.9, 40대는 47.3을 각각 기록했다. 50대는 노후준비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에서 은퇴 이후의 경제생활에 애로가 많을 것으로 점쳐진고 있다.
집 상속 안한다…주택연금 창구로 달려가는 노인들
부실한 노후준비는 집값 하락의 우려와 함께 상승작용을 일으키며 주택연금 가입자의 증가를 낳고 있다. 주택연금은 집값이 하락할 때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품이다. 전문가들은 주택가격 하락이 예상되면 주택연금은 더 큰 인기를 끌 것으로 보고 있기도 하다. 주택연금은 주택의 현재가를 기준으로 연금액이 정해지기 때문이다. 주택가격이 하락하면 그 차액만큼 이익이 생기고, 주택 가격이 오르면 집을 처분해 지금까지 받은 돈을 갚고 주택연금을 해약할 수 있어 주택가격 변동성으로부터 주택연금 가입자는 안전한 구조다. 향후 인구절벽을 경험하게 될 한국의 미래 상황에서 집값의 급등을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수년간 주택가격이 상승해 온 현재가 주택연금 가입의 적기라는 분석도 나온다. 동시에 전통적으로 주택연금 가입의 장애요인으로 꼽히던 ‘상속에 대한 욕구’는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주택금융공사 자료에 따르면 “주택을 자녀에게 상속할 의사가 없다”고 답한 비율이 2010년 20.9%에서 2014년 24.6%까지 매년 상승했다. 특히 수도권의 경우 2010년 21.1%에서 2014년 34%까지 13%p나 가파르게 상승했다.
이런 이유로 실제 지난 1~2월 주택연금 신규 가입자가 1508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0% 이상 급증했다. 최근 3년간 1~2월 신규 가입자 현황을 보면 2014년 598명, 2015년 931명, 올해 1508명으로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은 2015년 55.7%에 이어 올해 62.0%로 폭이 커졌다. 같은 기간 주택연금 보증공급액은 2014년 6828억원, 2015년 1조1325억원, 올해 1조 8188억 원으로 늘었다. 주택연금 가입 기준이 현재 ‘주택 소유자 만 60세 이상’에서 ‘본인 또는 배우자의 나이가 만 60세 이상’으로 완화됨에 따라 주택연금 가입자는 앞으로 더 증가할 것으로 주택금융공사는 보고 있다.
내집연금 3종세트 내달 출시, 주택연금 대중화 예고
주택연금 가입 문턱을 낮춘 ‘내집연금 3종세트’가 다음 달 25일 출시되며 주택연금의 대중화가 목전에 왔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초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가계대출자에게 각종 인센티브를 부여해 주택연금으로 전환을 유도하는 내용의 ‘내집연금 3종 세트’ 도입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60대 이상이 주택담보대출을 주택연금으로 전환하고자 할 때 연금을 한꺼번에 인출해 대출금을 상환할 수 있게 되고, 30∼50대는 보금자리대출을 신청할 때 앞으로 주택연금을 가입하겠다고 약정하면 대출금리 우대 혜택을 받을 수 있을 예정이다. 소득이나 자산이 일정 수준 이하인 고령층은 더 많은 연금액을 받을 수 있는 우대형 상품도 출시된다. 금융위가 이달 중 내집연금 3종세트의 세부 내용을 확정해 공개하고, 이어 주택금융공사가 전산개발을 마무리하고 다음 달 25일 상품을 공식 출시할 예정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주택연금이 활성화되려면 부모와 자녀가 주택에 대한 인식을 상속대상에서 노후연금으로 바꾸는 게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금융위는 주택연금 가입대상 확대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 올해 하반기 중 주택공사법을 개정해 9억원이 넘는 집이나 주거용 오피스텔을 보유한 고령층도 주택연금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헤럴드경제=정순식 기자] su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