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로 일 다 하는 경기도교육청 [박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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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로 일 다 하는 경기도교육청

2015.11.05


“단 한 명의 학생도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얼음이 녹으면 물이 된다는 획일적인 대답이 아니라, 얼음이 녹으면 봄이 온다는 창의적인 대답을 하는 교육을 하겠습니다.” 

“마을 공동체와 함께하는 꿈의 학교, 경기도교육청이 지원합니다.” 

“아이들의 꿈, 경기도 교육청이 함께합니다.” 

최근에 필자가 여러 매체에서 접한 매우 훌륭한 내용의 교육 캠페인 광고입니다. 이 캠페인 광고의 광고주는 경기도교육청입니다. 경기도교육청의 캠페인에는 우리 교육이 해결해야 할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을 한 흔적이 엿보입니다. 그런데 너무 자주, 여러 편의 경기도교육청 광고를 접하면서 궁금증이 생겨났습니다. 위에 열거한 광고의 카피를 보면 교육의 이념과 목표를 제시하고 있는 것들이어서 어느 한 지역의 교육청이 주도하는 것보다는 국가적 차원의 캠페인이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 것입니다. 즉, 캠페인의 내용으로 볼 때, 경기도교육청이 주체가 아닌 교육부가 주체여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 것입니다. 그리고 경기도교육청의 광고를 서울 시민인 필자가 접하는 상황도 슬슬 이해하기 어려워지기 시작했습니다. 경기도가 훌륭한 교육행정을 펼치니 경기도로 이사 오라는 얘긴지, 경기도교육청이 이렇게 훌륭한 생각으로 아이들을 교육하려고 하니 다른 지역들도 분발하라는 얘기인지 종잡을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다음은 교육학 용어사전에 나와 있는 교육청에 대한 정의입니다. 

교육의 전문성과 지방교육의 특수성을 살리기 위하여 교육법에 규정된 당해 지방자치단체의 교육·학예에 관한 사무를 관장한다. 시·도의 교육청은 교육감(敎育監)의 감독 아래 국가행정사무 중, 시·도에 위임된 교육·학예에 관한 업무를 집행하며, 심의·의결기관인 시·도교육위원회와 함께 지방교육 자치의 핵심을 이룬다. 

엄밀히 따지면 경기도교육청은 경기도에 위임된 경기도 교육문제만 해결하면 되는 곳입니다. 따라서 정말로 좋은 캠페인 광고이긴 하지만 경기도교육청의 광고는 그 집행에 다소 지나친 면이 있어 보입니다. 

그리고 가장 이해되지 않는 부분은 적게 잡아도 수십억 원에 달할 것 같은 광고비입니다. 온 나라가 무상급식으로 홍역을 치른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일부 지역에서는 무상급식의 재원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한 푼이 아쉬울 교육청에서 홍보예산으로 그렇게 많은 돈을 써도 되는 것인지 궁금했습니다. 각 지역의 교육청 예산은 각 지방자치단체가 지원을 해줍니다. 경기도교육청의 예산은 경기도가 지원을 해줍니다. 경기도의 재정자립도는 60%가 조금 넘습니다. 팍팍한 살림에 경기도교육청까지 지원을 해주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경기도 주민들은 경기도교육청의 캠페인 광고를 다른 지역에서도 많이 접하는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해졌습니다. 

다음은 국민 신문고에 올라와 있는 글입니다. 경기도 주민이 올린 글로 추정됩니다. 

요즘 어수선한 이때 교육청에서는 왜 그렇게 광고를 많이 하는지요?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그런 쓸데없는 오해를 일으킬 광고할 돈 있으면 아이들 교육자재나 더 지원해주세요. 부디 현명한 교육의 리더기관이 되어 주세요. 

여기에 대하여 경기도교육청은 

안녕하십니까? 경기교육 발전을 위하여 깊은 관심을 갖고 아껴 주심에 감사 드립니다. 귀하께서 주신 “경기도교육청 광고” 관련 의견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답변 드리겠습니다. 경기도교육청은 경기교육의 주요 정책과 이슈에 대하여 학생과 학부모, 주민 등 교육공동체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효과적으로 확산하기 위하여 언론매체를 통해 경기교육 정책을 홍보하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앞으로도 경기교육을 향한 지속적인 관심과 격려 부탁 드립니다. 

라고 답변을 하고 있습니다. 

엉뚱한 데 돈 쓰지 말라고 민원을 올렸는데 계속 돈을 쓰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면서 지속적인 관심과 격려를 부탁 드린다고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무슨 궤변인지, 답변을 보고도 당최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권력이 있는 자리에 올라가면 소통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되나 봅니다. 경기도 학교의 교육 여건이 매우 우수해서 예산 집행에 있어서 홍보비를 더 쓸 수 있는 여건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 생각되지만, 2015년 9월 1일자 노컷뉴스의 보도를 보면 전혀 그렇지가 않습니다. 아래는 노컷뉴스의 보도 내용입니다. 

“경기도 초·중·고등학교의 학교 학습 여건이 전국 최하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지난해 교육통계를 분석한 결과, 경기도 초등학교의 학생 1인당 건물면적은 12.3㎡로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작았고, 가장 넓은 전남 22.6㎡의 절반 수준이었습니다. 중·고등학교 역시 각각 11.2㎡, 13㎡로 전국에서 가장 작았습니다. 또 초등학교의 학급당 학생 수는 25.2명, 교원 1인당 학생 수는 17.1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열악했습니다.” 

경기도교육청의 광고비 지출은, 비유하자면 아이들 공부방에는 비가 새는데 천장 수리는 하지 않고, 아이의 꿈을 키워준다며 해외 배낭 여행 가서 가산을 탕진하는 대책 없는 가장의 모습과 다를 바 없어 보입니다. 

광고의 홍수 속에 살고 있지만 가장 정확한 정보는 입소문입니다. 요즘 영화 산업을 보면 제작비의 절반을 홍보비로 씁니다. 그런데 아무리 홍보를 많이 해도 영화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입소문이 좋게 나지 않으면 소용이 없게 됩니다. 경기도교육청의 캠페인 광고를 보며 안타까운 것은 ‘이렇게 하겠다’만 있지 ‘이렇게 했다. 그래서 이런 성과를 얻었다’가 없다는 것입니다. 광고로 수십억 원을 쓰기보다는, 그 돈을 정말로 제대로 집행해서 양질의 교육을 한다는 입소문이 나면, 경기도로 전학을 가는 학생들이 많아질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굳이 광고를 할 필요도 없이 경기도 교육에 대한 신뢰와 찬사가 이어질 것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려면 시간이 많이 걸릴 겁니다. 교육감이 장기적인 계획 없이 다음 선거만 준비한다면 교육은 백년대계가 아닌 사년지계(四年之計)가 됩니다. 시간은 없고 일은 잘 한 것처럼 보여야 하기 때문에 결과보다는 홍보로 민심을 사고자 했던 것은 아닐까요?  

경기도교육청의 캠페인은 매우 훌륭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캠페인을 제작하고 광고하는 데 쓰는 돈을 한 푼이라도 아껴서, 그 좋은 아이디어를 실제로 실현하는 데 더 집중하면 좋겠습니다.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자유칼럼그룹은 특정한 주의나 입장을 표방하지 않습니다.

필자소개

박상도

SBS 아나운서. 보성고ㆍ 연세대 사회학과 졸. 미 샌프란시스코주립대 언론정보학과 대학원 졸. 
현재 SBS TV 토요일 아침 '모닝와이드'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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