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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월세 광풍 속의 무주택 서민
2015.11.03
필자의 지인은 최근 전셋집 만기를 석 달 앞두고 전세금 인상을 요구하는 집주인의 전화를 받고 경악했습니다. 2년 전보다 50퍼센트를 더 올려달라면서 그게 시세니까 못 올려줄 거면 나가라는 요지로 말했다는 겁니다.부동산이 살아야 경제가 살아난다고 과신한 정부는 분양가 상한제 규제를 푸는 등 집값 올리기에 나섰습니다. 지방에서는 실수요자의 청약만이라고는 볼 수 없는 초단기 매매를 유혹하는 ‘떴다방’이 프리미엄을 미끼로 투기자들을 유혹했습니다. 인터넷 부동산 사이트에는 프리미엄을 붙여 팔려는 신규분양 아파트의 입주권 매물이 즐비합니다. 쉽게 말해 이들은 실 거주를 위해 집을 사려는 게 아니란 말입니다. 신문들은 실제 계약률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수백 대 1의 청약 경쟁률을 보였다며 ‘내일이면 늦으리’란 식으로 투기를 부채질합니다.요즘 'XX에 00아파트가 온다‘는 현수막을 수도 없이 수도권에서 봅니다. 용인의 경전철 주변으로는 어림잡아 2만 가구가 새로 들어설 모양입니다. 부동산의 무덤으로 불렸던 다른 곳도 지하철 건설의 호재가 겹쳐져서 미분양을 털고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고 있습니다. 가격이 올라야 분양이 호조를 보이고 건축이 활발해져서 공급이 늘어날 것이라는 말도 이해는 합니다. 그러나 투기세력까지 가세하는 거품으로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발상은 너무 근시안적이며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하는 것입니다.최근 어느 건설회사에서는 변수가 생기기 전에 아파트 물량을 빨리 털어내야 한다는 것이 매일 하는 간부회의의 주제라고 합니다. 지금의 미친 전세나 월세의 광란이 오래 가지 못할 점을 잘 알기 때문이죠. 가격이 오르기 위해서는 자금의 계속적인 공급이 필요한데 지금처럼 금융대출에 의존하는 시장이 어디까지 버틸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것이죠. 요즘의 부동산 활황은 실수요자건 ‘돈이 일하게 하라’는 좌우명으로 움직이는 투기세력이건 대출에 크게 의존하는데 정부의 저금리 압박 정책이 큰 몫을 하는 것이죠. 저금리는 나름의 장점이 있지만 그 자랑스러운 저금리에도 불구하고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2퍼센트 대에 그칠 전망입니다. 저금리의 경제성장에 대한 약발은 매우 미흡하고 한계 기업의 구조조정을 늦춰서 경제 체질의 개선을 저해한다는 증거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정부가 발표하는 올해 물가 상승률은 1퍼센트 대입니다. 물론 이를 믿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입니다. 담뱃값, 동네 자장면, 지하철 요금, 힘없는 쌀값을 빼면 어느 것 하나 1퍼센트 이하로 오른 게 없을 듯 합니다. 여기에 시중의 표현대로 미친 전세금과 월세, 반전세는 물가상승률에 어떻게 반영하느냐는 겁니다. 주(住)생활은 인간 생활의 핵심입니다. 이것이 정부가 말하는 물가 1퍼센트의 실상이냐고 정부와 국회의원들에게 묻고 싶어지는 겁니다. 무엇보다 집주인이 전세금을 받아봤자 사업을 하는 사람이 아닌 이상 전세금을 굴리기 어렵고 이자 수익도 너무 미미해 월세나 반전세 전환이 급속도로 늘고 있죠. 그런데 그게 세계적 추세라며 찬양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나라마다 고유한 제도가 있습니다. 월세 수입에 대한 합리적인 과세 제도도 정착되지 못한 마당에 무슨 세계적인 추세 운운하는 것일까요? 주택문제에 투기적인 정책 요소를 투입하면 무주택 서민들의 내 집 마련 꿈은 더욱 멀어지고 젊은이들의 결혼 기피 문제가 풀리지 않습니다. 필자의 20대 후반 시절 월급 20개월 치 정도를 모으면 잠실아파트 13평형을 살 수 있었다고 기억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 10배를 모아도 동급 아파트의 구입은 어렵습니다.노태우 정부가 생각납니다. "나는 집을 많이 지은 대통령으로 기억되고 싶다"던 그는 임기 중에 주택 200만호 건설을 목표로 삼아 실제로는 272만 호를 지었고 분당, 일산, 중동, 평촌, 산본의 5개 신도시를 건설했으며 서울의 주택보급률을 10퍼센트 포인트 이상 끌어올렸습니다, 역대 어느 정권도 하지 못한 출중한 정책으로 집값은 장기간 안정되어 서민들은 한동안 집값 상승 시름을 잊고 살았습니다. 지금의 전월세 폭등은 누구의 책임인가요. 금리를 올리지 않아서, 한국의 금리도 낮게 만드는 미국의 연방준비위인가요? 경기활성화를 위한 저금리 정책에 죽어나는 무주택 서민들이 많다는 말입니다. 주택은 단순한 수요공급 법칙에 의존하여 가격이 폭등하면 소나기 공급을 하고 곧 이어지는 급락을 반복하도록 내버려 둘 수 없습니다. 공공재로 인식하고 특수성을 인정해야 합니다. ‘버블세븐’이니 뭐니 해서 양질의 아파트 재건축을 죄악시하여 옥죄다가 한꺼번에 풀어 전세난을 가중시키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의 책임도 큽니다. 설움 중에 집 없는 설움이 가장 크다고 합니다. 입으로만 국민행복시대를 말할 것이 아니라 정부건 19대 파장 국회건 주생활을 안정시킬 묘책을 빨리 찾으란 말입니다.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자유칼럼그룹은 특정한 주의나 입장을 표방하지 않습니다.
필자소개
김영환
한국일보, 서울경제 근무. 동유럽 민주화 혁명기에 파리특파원. 과학부, 뉴미디어부, 인터넷부 부장등 역임. 우리사회의 개량이 글쓰기의 큰 목표. 편역서 '순교자의 꽃들.현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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