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왜?… 의문의 ‘여의도 지하벙커’ 공개

180여평(약 595㎡) 규모

올해 하반기 시민들에 공개


2005년 서울 여의도에서 발견된 지하 비밀 벙커. 벙커 내부에는 소파, 개인용 화장실을 갖춘 귀빈용 

공간이 마련돼있다./조선DB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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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엇을 위한, 누구를 위한 공간이었을까. 2005년 서울 여의도 한복판에서 발견된 180여평(약 595㎡) 규모의 지하벙커가 올해 하반기 시민들에게 공개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26일 “영등포구 국제금융로 앞 도로 중앙화단 아래에 있는 지하벙커를 시민들에게 개방하기로 하고, 세부 계획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는 이달 ‘여의도 지하벙커 개선사업’을 위해 실무자급 회의를 진행했다. 개방 시점은 다음달 광복절(8월15일)이나 국군의날(10월1일) 전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여의도 지하벙커는 2005년 4월 서울시가 여의도에 대중교통 환승센터를 건립하기 위해 현지조사를 하던 중 발견됐다. 벙커는 2개의 방으로 구성돼 있다. 철문과 계단으로 연결된 160평 규모의 공간엔 지휘대와 화장실, 기계실이 있다. 이 방과 복도로 이어진 20평 남짓한 작은 방에는 소파와 화장실·샤워실이 있다. 발견 당시 문은 자물쇠로 잠겨 있었고, 시설관리자가 내시경을 넣어본 뒤에야 벙커임을 알았다.


이 시설은 지하시설물 도면을 비롯해 수도방위사령부에도 기록돼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설치 주체와 목적에 관심이 쏠렸다. 서울시는 박정희 대통령 시절인 1972년부터 10여년간 국군의날 행사가 당시 여의도광장에서 열렸던 사실에 비춰, 지하벙커가 대통령 등 요인들이 유사시 대피용 방공호로 쓰기 위해 만든 것으로 추정했다. 건설 시점은 1975년으로 추정됐다. 시는 발견 이듬해인 2006년 하반기 지하벙커에 전시회장, 간이 공연무대, 매점 등 휴식·문화공간을 만들어 개방할 계획이었다. 또 인근에 들어설 서울금융센터와 벙커를 지하로 연결하는 방안도 검토했다.


하지만 벙커가 지하인 데다 유동인구가 적어 사업성이 낮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개방 시점은 2010년 이후로 미뤄졌다. 시는 앞서 지난 2월 여의도 벙커를 학림사건 발원지인 ‘대학로 학림다방’,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헌책방 ‘대오서점’ 등과 함께 보전해야 할 ‘서울의 미래 유산’ 350개 중 하나로 선정했다.

경향신문 김향미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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