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설구조물 설계자 검토 '건진법, 업계에 이어 학계도 반발 '일파만파'

‘당초 시공사에서 구조기술사 설계사까지’

건진법 48조 5항 7일부터 시행

관련 산학계 크게 반발

“시공사 주장 일방 수용” 국토부 탁상행정 비난

 

교량가설구조물 설치 현황. 출처 anjeone.com

* 건설기술 진흥법 일부개정법률

http://www.law.go.kr/LSW/nwRvsLsInfoR.do?lsiSeq=166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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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현장의 가설구조물 안전사고 방지를 골자로 하는 건설기술진흥법 48조 5항이 이달 초 시행됐지만, 관련 업계는 물론 학계의 반발이 끊이질 않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가설구조물이란 공사 중 본구조물을 만들기 위해 임시로 사용되는 구조물로 거푸집, 비계, 동바리 등을 말한다. 건설기술진흥법 48조 5항은 가설구조물의 붕괴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설계단계에서 설계자가 가설구조물의 구조검토를 실시하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법 시행 이전까지는 가설구조물 붕괴로 건설사고가 발생하면 현장에서 가설구조물을 설치한 시공사가 전적으로 책임을 졌다.  이에 시공사들은 설계사가 애초에 건축물을 설계할 때 가설구조물 설계까지 해야 한다는 주장을 했고, 지난 2013년 9월 새누리당 김태흠 의원이 가설구조물 검토를 강화해야 한다는 요지의 법안을 발의하게 된다.   사고책임 범위 넓어져 이에 건설기술진흥법 48조 5항에 ‘건설기술 용역업자는 설계도서 작성시 구조물구조검토를 해야 한다’는 조항이 삽입됐으며 시공사 뿐만 아니라 구조기술사, 설계사도 가설구조물 사고에 책임을 지게 돼 그 범위가 크게 넓어지게 된 것. 이와 관련, 시공사 관계자는 "가설구조물 붕괴 원인이 시공사의 전적인 책임이 될 수 없으며 시공의 잘못도 있지만 가설구조물 설계가 잘못돼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고 밝히고 “건진법 개정을 통해 건설 현장의 안전이 더욱 지켜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설계업자들은 가설구조물과 관련, 건설현장에서 일어나는 문제는 시공사가 전적으로 책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토목구조기술사회 이석종 제도개선 위원장은 "설계사가 건설현장의 상황을 정확히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현장을 책임지는 시공사가 담당하는 것이 옳다"며 "시공사의 책임을 설계사와 분담하는 것은 현장에서의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또 “세계 어느나라에도 가설구조물을 설계단계에서 설계하는 경우는 없고 시공자가 시공하는 과정에서 현장여건에 맞는 공법과 자재를 선정해 설계 및 시공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이번 건진법 개정으로 인해 100여년의 건설역사를 가진 우리나라의 건설 프로세스가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바뀌는 커다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밀실행정의 산물 구조기술사들과 설계사들은 건설기술진흥법 48조 5항이 국토부 담당자들의 밀실 탁상행정으로 만들어졌다는데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법 시행 이전부터 국토부가 실제 설계업무를 담당하는 설계회사, 설계전문가들에게 의견을 묻지 않고 시공사들의 단체인 건설협회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수용했다는 것이다. 찬반시각이 극명하게 엇갈린 상태로 진행되던 이법이 드디어 지난 1월 공포되자, 토목구조기술사회는 4월 9일 국토부를 방문해 법안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이에 국토부에서도 설계단계에서 설계를 해야 할 가설구조물의 범위를 정하기 위해 해외설계업체, 구조설계전문가, 발주처, 건설협회 등으로 구성된 TF팀을 구성했다. 국토부는 지난 5월 12일 ‘거푸집, 비계, 동바리’는 현장 변동성이 너무 높으므로 설계단계에서 설계하는 것이 불가하다고 판단하고 범위에 넣지 않는 것으로 협의를 완료했다. 그러나, 이후 국토부 결재과정에서 국토부 행정직 고위 간부가 이를 묵살하고 ‘거푸집, 비계, 동바리’를 포함하는 것으로 지시하면서 기술직 실무진들을 크게 당황시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궁여지책으로 국토부는 비계, 거푸집, 동바리를 범위에 포함시키는 대신 시공전 재검토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개략 구조검토 가능’이라는 문구를 포함시켜 지난 6월22일 3차 TF회의에서 법안을 제시하기에 이른다. 이에 대한 업계의 시각은 냉소적이다. 구조설계 관련 관계자는 “‘개략이라는 것은 대충이라는 말인데, 실시설계는 시공을 위한 도면인데 어떻게 대충할 수가 있겠느냐”며 “대충 설계해 붕괴되면 국토부가 책임지겠냐”고 말했다. “가설구조물 설계는 시공자에게 맡기고 설계자는 목적구조물을 최적화하는데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효율적입니다” 토목구조기술사회 이석종 제도개선 위원장은 “설계자는 임시로 사용되는 가설구조물을 설계하는 것 보다 영구히 사용될 목적구조를 최적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히고 “구조설계전문가들은 48조5항의 폐지와 ‘건설공사 설계도서 작성기준’의 ‘거푸집, 비계, 동바리 관련 항목’의 삭제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건진법 48조 5항 경과 일정 ▷2013년 9월 김태흠의원 대표발의 ▷2014년 4월 국토교통위원회 상정 ▷2014년 12월 국회 본회의 의결 ▷2015년 1월 6일 공포  ▷2015년 4월 9일 토목구조기술사회 국토부 방문 법안 문제 제기 ▷2015년 4월 29일 국토부에서 첫 TF팀 회의 ▷2015년 5월 12일 구조기술사회-건설기술관리협회-건설협회-시공사실무자 회의(설계단계에서 설계할 수 없는 동바리 등은 설계단계에서 제외하기로 합의) ▷2015년 5월 19일 국토부에서 두 번째 TF팀 회의 ▷2015년 6월 22일 국토부에서 세 번째 TF팀 회의(국토부 결재과정에서 동바리 등을 설계단계에 포함시켰다고 통보 받음. 현장변동성이 높은 동바리 등은 ‘개략검토’를 할 수 있다는 문구 추가)  ▷2015년 6월 25일 국토부 행정예고 ▷2015년 7월 7일 개정 건설기술진흥법 시행. 건설기술 천세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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