맷돌 이야기, 왜 어른이 되어서도 생각나는 동화인가

맷돌 이야기, 왜 어른이 되어서도 생각나는 동화인가

 

어릴 적 아버지를 말문 막히다 못해 웃기기까지 했던 적이 두 번 있었답니다. 
"아빠, 인간이 어떻게 생겨났게?"
"아빠, 바닷물은 어째서 소금물인 거야?"

 

당시 서른다섯의 젊은 아빠는 여섯 살 아들에게 원숭이가 진화해서 인간이 되었다고 말해주었고, 아들은 보육학원에서 들었던 이야기를 하며 "그게 아니야 아빠!"라고 했죠. "원장 선생님이 그랬어. 하느님이 인간을 만들 때 빵 만드는 틀에 넣고 구웠더니 너무 타서 흑인이 나왔고, 두 번째는 너무 덜 익혀서 백인이 나왔고, 노릿하게 잘 익혀 나온 마지막 사람이 우리 황인이래."

 

우리 아버지가 그때 하하핫 웃으며 그게 아닌데 어떻게 이를 납득시켜야 하나 말을 잇지 못하시던 게 생각납니다. 결국 전 학교 들어갈 때까지도 우리 한국 사람이 가장 잘 만들어진 빵인줄 알았어요.

 


출처 : 위키피디아


또 하나 역시 걸작이었습니다. 아빠는 아들에게 땅의 것들이 바다로 씻겨가 녹아서 만들어진 것이 소금이라고 했고 역시나 아들은 의기양양하게 들었던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그게 아니고 도둑이 나라의 보물인 맷돌을 훔쳐서 배를 타고 달아났대. 그 맷돌은 무엇이든 끝없이 만들어내는 도깨비방망이 같은 건데, 이 도둑이 배에서 시험해 본다고 소금을 만들어내라고 했대. 근데 이 소금이 끝없이 쏟아져 나오자 배가 가라앉아버리고 맷돌은 지금까지도 물속에서 소금을 만들어내고 있대."

 

아버지가 아들 학원을 바꿀 것까지 생각했던 이유를 이젠 알 거 같습니다. 생각해보니 참 부모님 힘들게 하는 학원이었네요.

 

사실 바닷물이 짠 이유는 아빠 말이 맞습니다. 물론 인간이 원숭이에서 진화한 것도 맞고요. 암석 성분 중 나트륨과 염소가 녹아들어가 만들어진 염화나트륨이 바다를 짠물로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어른이 된 지금도 맷돌 이야기는 계속 믿어보고 싶은 동화입니다. 글쎄요, 어째서일까요. 그건 본디 욕심은 화를 부른다는 교훈을 전하는 전래동화였지만 어린이의 시선은 바다 어딘가에 가라앉아 있을 맷돌에 있습니다. 끝없이 소원하는 것을 만들어준다는 건 어른들에게 있어서도 판타지죠.

 

언젠가 저도 아빠가 된다면, 같은 대화를 아들과 할지 모릅니다. 도리어 저라면 맷돌 이야기를 진짜라고 가르칠지 모르겠네요. 왜냐하면 그쪽이 이해시키기 편하니까요. 하지만 과학적인 해답을 알려준 뒤 아이가 똑같이 진지하게 맷돌 이야길 들려주는 걸 웃으면서 들어주는 것도 괜찮을 거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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