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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연구개발 대표성과 70선’: 바이오 성과
2015.07.07
우리나라는 1인당 국민소득이 광복 이후 70년간 빠른 경제성장을 이루며 1953년에 66달러의 최빈국 수준에서 2014년에는 2만 8,000달러를 넘는 세계 13위권의 경제 대국으로 도약했습니다. 이렇게 우리나라가 세계사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의 고속성장을 이룬 바탕에는 과학기술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과학기술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도는 선진국에 비해 아직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지난 6월 24일 미래창조과학부는 광복 70년을 맞이해 우리나라 경제발전을 견인해온 ‘국가연구개발 대표성과 70선’을 발표했습니다. 대표성과(代表成果) 70선은 시대별로 광복 직후인 40∼50년대에 5건, 60년대에 8건, 70년대에 9건, 80년대에 17건, 90년대에 10건, 그리고 2000년대에 21건이 등재되어 있습니다. 70선의 대표성과 중 바이오 분야의 성과가 11건(15.7%)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들 성과는 무엇이며,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일까요. 대표성과 중 첫 번째로 등재되어 있는 성과는 1950년대에 국립수산진흥원(현, 국립수산과학원)에서 개발한 ‘참치잡이 기술’입니다. 그리고 ‘산림녹화와 임목육종’이 공병우 ‘한글 타자기’와 수학 분야의 ‘리군이론’에 이어 네 번째로 등재되어 있습니다. ‘참치잡이 기술’은 그물에 낚시(주낚)를 달아 참치를 잡는 연승어업(延繩漁業) 기술로 1957년 6월에 이 기술을 이용해 참치 등 어류 50톤을 포획했다고 합니다. 참치잡이 기술의 개발은 60~70년대에 우리나라 원양어업이 주요 수출 전략사업으로 자리매김하는데 크게 기여했습니다. ‘산림녹화와 임목육종’은 우리나라 산림녹화의 선구자로 불리는 현신규 박사의 주도로 이루어진 성과입니다. 현 박사는 “산림이 국부의 척도이고 산림의 성쇠가 국가의 성쇠와 비례한다.”는 ‘산림국부론’을 역설하였습니다. 해방 후 발발한 6·25 전쟁으로 극심하게 황폐화된 우리 국토의 회복은 산림녹화와 임목육종에 전념한 현 박사에 의해 그 기반이 마련되었습니다. ‘나일론 생산기술’, ‘국내 최초 라디오(A-501)’, ‘국내 최초 원자로(TRIGA Mark-2)’ 등의 성과와 함께 선정된 60년대 바이오 성과로는 우장춘 박사의 ‘배추 품종개발’이 꼽히고 있습니다. 1950년 이승만 대통령 시절 일본에서 환국한 우 박사는 ‘종의 합성’을 처음으로 제안한 세계적인 육종학자로, 우리나라 육종학의 황무지를 개척한 시대적 영웅입니다. 우 박사는 1954년에 채소 종자가 부족한 우리 현실을 인식하고 우리나라 재래종 배추와 중국 배추의 교배를 통해 포기가 크고 속이 꽉 찬, 그리고 병해에도 강한 ‘원예1호’를 육성해 배추의 국내 자급이 가능하게 했습니다. 우 박사는 1953년에 제주도에 귤 재배를 보급했고, 1958년에는 강원도 감자로 알려진 무병 씨감자를 개발하기도 했습니다. ‘고속도로 건설기술’, ‘국산1호 컴퓨터(세종1호)’의 개발 등과 함께 선정된 70년대의 바이오 성과는 ‘통일벼’ 육성입니다. 통일벼는 1971년에 벼의 인디카(indica) 품종과 자포니카(japonica) 품종의 교배를 통해 탄생했습니다. 도열병과 같은 병해에 강한 통일벼는 생산성도 30%나 높아, 당시 식량 부족으로 겪어오던 보릿고개로부터 국민들을 해방시켜주었습니다. 식량 수입으로 지출되던 외화 절감에도 크게 기여한 것은 물론입니다. 80년대의 바이오 성과로는 ‘B형간염 백신’, ‘넙치 양식기술’, ‘비닐하우스온실 기술’ 그리고 ‘한타바이러스 백신’ 등 4가지가 선정되어 있습니다. 1983년 녹십자에 의해 개발된 B형간염 백신 ‘헤파박스-B'는 세계에서 3번째로 개발된 B형간염 예방백신으로 국내 B형간염 퇴치에 크게 기여하였습니다. 자연산 넙치의 종묘 생산과 대량 양식을 가능케 한 ‘넙치 양식기술‘은 우리나라를 세계 1위 넙치 생산국으로 자리매김하게 했습니다. 그리고 ’잡는 어업에서 기르는 어업‘으로의 전환 기반도 마련하였습니다. 요즘 회집에서 싼값으로 회를 즐길 수 있는 것도 바로 그 덕분입니다. ’비닐하우스온실 기술‘은 화훼와 과실의 사철 재배를 가능하게 만든 ’백색혁명‘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우리가 한겨울에도 싱싱한 딸기, 수박, 토마토 등을 먹을 수 있게 된 것이죠. 이 기술을 기반으로 도심에 식물공장 시스템이 들어서고 있고, 스마트폰으로 관리하는 ’스마트폰 온실‘도 설립되고 있습니다. 유행성 출혈열을 유발하는 ‘한타바이러스’는 이호왕 박사의 20여년에 걸친 연구에 의해 한탄강 유역의 들쥐로부터 발견되어 1976년 4월 처음으로 보고되었습니다. 바이러스 진단법인 ‘한타디아’를 개발한 이 박사는 1988년 11월 출혈열에 효과가 탁월한 예방백신을 개발했습니다. 1990년에 ‘한타박스’라는 이름으로 출시된 이 백신은 세계 최초의 유행성 출혈열 백신입니다. 90년대의 바이오 성과로는 ‘국산 제1호 신약, 선플라’와 ‘라이신/핵산 반응기술‘이 ‘CDMA 상용화’, ‘우리별 인공위성’, ‘포항 방사관가속기‘ 등의 성과와 함께 선정되었습니다. 제3세대 백금착체 항암제인 선플라는 위암 치료에 효과가 있는 신약으로 국내 개발 신약1호로 등록되어 있습니다. 라이신 생산은 유전공학 기술과 발효기술을 통해 이루어진 성과로 우리 몸에서 만들어지지 않는 필수 아미노산인 라이신을 생산하여 보급하는 기술입니다. 2000년대에는 ‘산업용 로봇’, ‘와이브로(Wibro)’, ‘한국형 고속열차’, ‘나로호 발사’ 등의 성과와 함께 우리나라 최초의 ‘글로벌 신약, 팩티브’가 바이오 분야 성과로 선정되었습니다. 팩티브는 제4세대 퀴놀렌계 항생제로 2003년에 우리나라 제약 사상 최초로 미국 FDA의 승인을 받은 신약입니다. 팩티브는 항생제 내성균에 대한 항생효과를 지니고 있어 폐렴의 치료제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미래부는 과학기술의 성과와 비전을 국민과 함께 공유하기 위해 7월 17일까지 ‘대표성과 70선’에 대해 ‘국민공감 우수성과 온라인 투표’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대표성과 70선에는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들이 많이 있습니다. 한국과학기술지식정보서비스의 홈페이지(http://best70.ntis.go.kr)의 투표에 참여해 70선 성과들의 면면을 살펴보세요. 우수성과 70선은 7월 28일~8월 2일에 일산 킨텍스에서 개최되는 ‘과학창조한국대전’에 ‘광복 70년, 과학기술이 이끄는 새로운 도약’을 주제로 전시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우수 과학기술이 개발되어 그 성과가 범세계적으로 확산되어야 합니다. 광복 이후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을 견인해 온 연구개발 성과의 전시에도 관심을 가지고 참관해 보면 어떨까요. 과학기술은 우리 일상에 늘 함께 자리하고 있는 상식입니다. 우리나라 과학기술계에 창의적인 기초연구가 더욱 활성화되어 노벨상 수여식에서 메달을 걸고 환하게 웃음 짓는 우리 과학자의 모습을 떠올려 봅니다.
필자소개
방재욱
양정고. 서울대 생물교육과 졸. 한국생물과학협회, 한국유전학회, 한국약용작물학회 회장 역임. 현재 충남대학교 명예교수, 한국과총 대전지역연합회 부회장. 대표 저서 : 수필집 ‘나와 그 사람 이야기’, ‘생명너머 삶의 이야기’, ‘생명의 이해’ 등. bangjw@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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