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의 AIIB 딜레마, '담합 딱지' 어떡하나

담합굴레에 갇힌 건설강국

해외사업 차질 빚는 주홍글씨

해외발주처, 국내사 처분사실 확인·점검 잦아져



선진국과 개발도상국과 사회기반 인프라 구축 규모 비교현황. 출처 egloos.zu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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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나이 발주처 “4대강 담합 소명해라” 사전심사 탈락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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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정부 들어 3년 동안 건설업체들에 대해 지속적으로 강도 높은 담합조사와 처분이 내려지고 있다. 2013년부터 입찰담합 처분을 받은 건설사는 70여개사에 달한다. 28개 공사에 과징금 액수만도 1조1053억원 규모다.


이에 건설사들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마저 수주영업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과징금 규모가 문제가 아니라 수주영업을 하는 데 차질이 생겨나서다. 특히 좁은 국내를 벗어나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해외건설 수주에 적극 나서달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언급이 무색하게 담합이라는 꼬리표가 여러 개 붙는 바람에 해외수주 영업에 적잖은 타격을 받고 있다. 


복잡한 외교함수를 풀어내며 가입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개발사업 참여마저 차질을 빚을 것이란 지적까지 나온다.


담합 처벌 '불 구경' 나선 외국 건설업계

"블랙메일(blackmail)이 횡행합니다. 외국의 경쟁업체들이 한국 정부의 공식 제재를 받은 업체를 선택하면 비리가 많이 생길 거라며 거의 협박하는 거죠. 발주처의 담당자들이 이 사실을 무심코 넘겼다가는 윗선에서 거꾸로 질책을 당할 수도 있으니 무시할 수 없다는 겁니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해외건설 수주에 앞장서고 있는데, 현장에서는 정부의 과도한 조치로 인해 평가절하되고 수주를 목전에 두고 탈락할 위기에 처해지기도 합니다." 한 건설사 해외파트 담당자의 얘기다.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이 지난주 수주한 7900억원 규모의 동티모르 '수아이 물류보급기지와 항만'(Suai Supply Base) 신축공사는 비슷한 사례다. 지난해 3월 발주된 이 공사에서 현대건설컨소시엄은 기술평가와 가격 개찰에서 1순위 사업자로 결정됐다.


올 2월에는 낙찰 예정자 지위까지 확보해 최종 계약만 남겨뒀다. 하지만 수주경쟁에서 밀려난 해외경쟁업체가 현대건설의 국내 입찰담합제재 사실을 발주처에 알리면서 다 된 일이 꼬였다. 


현대건설은 발주처에 소명자료를 제출해야 했고, 국토교통부가 공문으로 재차 소명했다. 동티모르 정부는 지난 4월 국토부와 현대건설에 조사단을 보냈다. 천신만고 끝에 수주에는 성공했지만 하마터면 다 잡은 물고기를 놓칠 뻔 했다.


노르웨이 오슬로 터널사업 발주처는 더 적극적인 경우다. 4대강 입찰담합 처분과 관련, 서울고등법원의 심리가 진행 중인 사실에 대해 SK건설에 소명을 요구한 것이다. SK건설은 향후 문제가 발생하면 탈락한다는 것을 전제로 입찰사전심사(PQ)를 통과했다. 함께 참여한 삼성물산은 포기하고 말았다. 


이 발주처는 올해 초에도 호남고속철도와 포항영일만항 담합 처분과 관련해 재차 소명할 것을 요구했다. 해외발주처들이 우리 정부와 해당 건설사를 직접 방문, 국내 입찰담합 제재처분 사실을 확인하고 공사를 맡겨도 되는지 능력을 점검하는 일들이 잦아지고 있는 셈이다. 


처벌은 불가피… 개선 목소리도 높아

이에 건설사들은 입찰참가제한 효력정지 가처분소송 등으로 맞서고 있다. 하지만 대법원에서 확정판결이 나와 패소가 결정되면 당장 주요 국책사업 추진에 차질이 불가피함은 물론 해외 경쟁사들의 수주영업 방해행위가 노골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건설사들이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된 것인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현행 제도는 건설사가 입찰담합 판정을 받으면 과징금을 부과하고 최대 2년간 모든 공공공사 입찰에 참가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 형사처벌, 손해배상, 등록말소 등의 처벌도 줄줄이 이어진다.


입찰담합이 범법행위인 것은 분명하다. 특히 공공공사에서 입찰담합은 결국 국민 세금을 축내는 결과를 초래한다. 국내 건설사들의 입찰담합 행위는 관행처럼 굳어진 경향도 있다. 반드시 처벌이 필요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담합에 따른 처분이 사안의 경중이나 위반정도와 관계없이 획일적ㆍ일률적이라는 지적에는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국책사업 추진이 중단될 위기에 처하고 해외 일자리 창출마저 어려워지는 과잉제재를 굳이 고집할 필요가 있느냐는 얘기다. 


영업활동에는 지장이 없도록 사면 등 '그랜드바겐'(일괄처리)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이다. 


해외수주 시장. 프랑스, 독일, 일본 등 선진국 경쟁업체는 물론 저가공세를 펴고 있는 중국기업들까지 한국기업의 국내 행정제재처분과 형사처벌 사실을 집중적으로 문제삼으며 악의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1월 건설산업 입찰담합 예방 종합대책을 마련하며 담합이 횡행하게 된 제도에도 문제가 있음을 인정하기도 했다. 종합심사낙찰제 도입이나 1사(社)1공구제 폐지 등 입찰방식 선진화, 담합사건 장기화방지, 입찰제한제도 개선 등이 주 내용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현행 입찰참가자격제한 제도가 갖고 있는 문제점을 합리적으로 개선하고 제재처분의 실효성도 제고하기 위해서는 현행 국가계약법과 지방계약법 등 관련규정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시아경제]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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