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출산- 왜 중요한가? [김홍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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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출산- 왜 중요한가?

2015.06.19


‘산업 현장, 젊은이가 안 보인다’
-청년 10명 중 4명 취업
-현대차 울산공장 2012~14년 생산직 20대 신규채용 0
-현대차 직원 평균연령 47세(2000년엔 38세)
-광주시 “임금 반만 받을 테니 청년들 고용해 달라”
-현대차 “노조에 유리하게 단협 개정되면 무의미”

지난봄 조간신문을 펼쳐 든 순간 가슴이 섬뜩할 정도로 놀란 일이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의 대명사인 현대자동차의 현주소에 나라 장래의 어두운 그림자가 무겁게 깔려 있으니 말입니다. 10년 가까이 국내 공장 생산라인을 늘리지 않고, 생산력은 국내가 해외 공장보다 현저히 떨어지고, 노조는 ‘고용세습’ 권리를 쟁취하고, 회사는 감사나 단가 후려치기로 협력업체의 목을 조르고…. 이미 알려진 현대차의 문제점 이상으로 불안한 한국 경제의 미래가 시야에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 청년 실업, 노동의 숙련화 막는다
청년은 이 나라의 미래를 짊어질 중심 세대입니다. 그들이 일자리가 없어 칩거족, 공휴족으로 전락하면 10~20년 뒤의 국가 경쟁력은 기대할 수가 없습니다. 장기적으로 청년 실업이 지속되어 20대 젊은 시절에 근로 경험과 생산 경험을 쌓지 못하면 노동의 숙련화가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20대에 숙련도를 높이지 않으면 30~40대에는 전문 인력으로 발돋움할 힘이 약해집니다. 결국 나라 경제의 동력이 떨어져 휘청거릴 수밖에 없습니다.

1970년대 GE, GM 같은 세계적 기업을 가진 미국 경제가 추락한 원인은 제조업 붕괴와 주주(株主)자본주의에 있다고 보는 견해가 많습니다. 주주자본주의는 주주, 경영진, 종업원의 3개 주체로 이루어집니다. 그러나 이윤만 추구하는 주주에 비해 종업원의 지위는 부차적으로 밀려났습니다. 주주는 돈벌이의 수단으로만 대우해 주는 종업원을 쉽게 고용하고, 쉽게 해고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런 환경 아래서는 당연히 노동의 숙련화·고급화는 이루어지기 어렵습니다.

이 틈을 비집고 들어온 것이 일본 제조업이었습니다. (지금은 다르지만) 당시 일본은 종신고용으로 평생직장이 보장되었습니다. 숙련된 노동자들이 노동생산성을 높일 수 있었고, 뛰어난 품질의 상품을 만들어 미국의 제조업을 추월했습니다. 세계 제2의 경제대국이 되었습니다. <최진기의 생존 경제>에서 저자는 “한 나라의 경제를 받치는 것은 제조업이고, 제조업을 받치는 것은 노동의 숙련화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청년 일자리와 숙련화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입니다.

# 저출산·고령화, 자산붕괴로 이어진다
현재 우리나라 연령별 인구 추이로 볼 때 2049년이 되면 노인 인구(65세 이상)가 전체 인구의 40%로 늘어날 전망입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출산율(2008년 1.19명)이 가장 낮아, 아기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는 나라로 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젊은이들이 일자리가 없고 방 한 칸 마련하기 힘드니 결혼을 늦추고, 육아·교육 부담에 자신이 없으니 출산을 미루거나 아예 포기합니다. 아이를 최소 두 명은 낳아야 인구가 현 상태를 유지하는데, 그 이하로 떨어지면 인구가 급속도로 줄어듭니다.

그렇게 되면 부양 비율이 높아집니다. 부양 비율이란 유년층(0~14세)과 노년층(65세 이상) 인구를 생산가능 인구(14~64세)로 나눈 비율입니다. 부양 비율이 높아지면 생산가능 인구가 먹여 살려야 할 어린이와 노인 수가 많아집니다. 다만 현재는 노인 인구가 급증하는 반면 유년 인구는 급감해 부양 비율이 소강상태를 이루고 있지만, 2020년대 중반 초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가 20% 초과)가 되면 심각하게 높아질 추세입니다. 10년 뒤면 인구 문제가 시한폭탄이 될 수도 있습니다.

부양 비율이 극도로 높아지는 초고령사회가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우선 노동 인력이 크게 줄어듭니다. 출산율이 떨어져 젊은이 한 명이 노인 두 명 이상을 먹여 살려야 합니다. 다음으로 소비가 급격히 감소합니다. 공급은 있는데 소비가 없으면 공급과잉으로 공황(恐慌)의 원인이 됩니다. 종국에는 국민연금도, 부동산도, 주식이나 채권마저 해결책이 되지 못해 나라 전체의 자산 붕괴로 이어진다는 예측입니다.

그러면 대책은 없을까? ‘출산율이 높을수록 취업률도 높고, 취업률이 높을수록 출산율도 높다’는 통계자료가 있습니다.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덴마크 갈은 복지국가들은 대부분 출산과 취업률이 높습니다. 반면 한국, 일본, 스페인, 이탈리아처럼 남녀 차별 전통이 남아 있는 나라들은 취업·출산율이 모두 낮습니다. 여성이 아이 낳아 기르고 밥 짓는 일에만 매달리기보다 남녀가 평등하게 일하고 가사를 분담하는 나라가 걱정이 적다는 이야기입니다.

어느 한 가지 처방으로 나라 경제를 살릴 수야 없겠지만, 일자리를 늘리고 출산율을 높이는 일이야말로 오늘날 한국의 절체절명의 과제입니다. 갖은 위법·탈법을 저지르고도 높은 자리에 올라 있거나 돈을 움켜쥔 사람, ‘갑’의 위치에 군림한 사람도 닥쳐올 다음 세대의 위기에는 예외일 수 없습니다. 부자 3대 없고, 권불십년이라 했으니 말입니다.
‘젊어서 고생하면 늙어서 골병든다’며 히히덕거릴 계제는 더욱 아닙니다.

필자소개

김홍묵

경북고, 서울대 사회학과 졸업.  동아일보 기자, 대구방송 이사로 24년간 언론계종사.  ㈜청구상무, 서울시 사회복지협의회 사무총장, ㈜화진 전무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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