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는 ‘격리’를 거부하고 뛰쳐나갔나?

정신과 의사가 전하는 메르스 격리자의 심리


[편집자 주]

최근 메르스 의심환자 중 격리 공간을 무단이탈하거나 난동을 부리는 사례가 발생해 말썽입니다. 이들에게 비난을 퍼붓고 공동체 정신을 호소할 수도 있겠지만 이러한 돌출 행동을 야기하는 당국의 미숙한 대처, 사회 시스템의 문제는 없었는지 돌아볼 필요도 있습니다. 이번 박한선 전문의의 칼럼은 격리자들의 심적 고통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하며 사회 전반의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점을 설득력 있게 말해주고 있습니다.


박한선 정신과 전문의

박한선 정신과 전문의 


박한선 정신과 전문의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로 인한 격리자가 5500명(6월 16일 기준)을 넘어서고 있다. 이미 격리 해제 된 3500명을 포함하면 지난 한 달간 1만 명 가까운 격리자가 나온 셈이다. 격리는 전염병 유행을 차단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다.


하지만 막상 격리 생활을 감수해야 하는 당사자는 보름 가까이 사회적 관계나 외부 활동이 제한돼 심리적으로 다양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심지어 격리 해제된 이후에도 꽤 오랜 기간 정신적 후유증이 남는다.


GIB 제공 


격리자의 60% 우울증 등 경험

2003년 캐나다에선 사스(SARS) 확산으로 총 400여명이 감염되고 이중 약 10%가 사망하는 일이 있었다. 당시 토론토에서만 약 2만5000명이 평균 36일간 자가 격리됐다. 토론토대 연구결과에 따르면 이 중 28.9%가 외상 후 스트레스를, 31.2%가 우울증 증상을 경험했다고 한다. 격리된 사람의 심적 고통이 흔히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훨씬 심각하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대개 격리자는 세 가지 심리 반응을 보인다. 격리된 상황에 대한 ‘분노’, 감염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사회적 낙인에 대한 ‘걱정’이다. 이 때문에 일부 격리자 또는 격리대상자는 ‘격리 비순응(noncompliance)’이라는 행동을 보인다. 일부러 관련 증상, 바이러스 노출 사실을 숨기거나 심지어는 당국의 격리 조치에 불응하는 것이다. 이러한 행동은 추가적인 감염 확산으로 이어질 수 있어 매우 심각하게 다뤄야 할 문제다.


격리 비순응 없애는 사회적 배려와 신뢰 회복

GIB 제공 미국 콜로라도 주 보건부는 격리 비순응이 발생하는 배경에 대해 크게 여섯 가지로 분석한 바 있다.


① 사회적·경제적·정서적 자원이 부족한 경우

② 벌어진 상황을 정확히 알려주지 않은 경우

③ 격리 시 행동요령에 대한 명확한 지침이 없는 경우

④ 스스로 일상의 변화를 거부하는 경우

⑤ 개인적으로 심각성을 과소평가하는 경우

⑥ 정부 당국이 신뢰를 잃은 경우


이는 현재 메르스 사태를 경험하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우선 격리자의 심적 고통이나 후유증을 최소화하기 위한 사회적 배려가 필요하다. 관공서나 기업, 지역 공동체의 적극적인 협력과 지원이 절실한 것이다. 격리자에게 물과 음식을 충분히 제공하고 장기간 격리에 따른 경제적 손실 보전도 약속할 필요가 있다. 직장인에게는 추가적인 휴가 보장과 재택근무를 위한 지원, 필요하다면 심리적 고통에 대한 상담도 가능해야 한다.


보건 당국은 격리자에게 전염병의 특성과 현재 상황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수시로 전달하고 격리 시 행동 지침에 대해서도 반복적으로 자세하게 알려줘야 한다. 또한 보건소를 비롯해 학교, 종교기관 등 지역사회 자원을 최대한 활용, 사회적 연결망을 유지시켜 격리자가 공동체로부터 지속적인 관심과 지지를 받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게 해야 한다. 무엇보다 철저한 방역과 추가적인 감염 차단으로 보건 당국을 포함한 정부가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필수다.

박한선 성안드레아병원 정신과 전문의, 재난정신건강위원회 학술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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