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사태, 어디서 무엇이 잘못됐나" - 장재연 아주대 예방의학교실 교수
메르스 정보와 경험 부족, 불가피한 상황
질병관리본부 인지 때는 이미 10명 환자 발생
지역사회 대규모 감염 걱정할 필요 없어
들어가며
시민사회단체의 여러분들로부터 메르스 사태의 성격에 대해, 그리고 행사의 진행 여부, 향후 전망 등에 대해 여러 차례 질의를 받았습니다. 저는 질병관리본부를 비롯한 어떤 대책기구에도 속해 있지 않아서 공식적으로 정부로부터 메르스 환자들에 관한 자료를 제공받은 바 없습니다.
'메르스 포털'에 있는 확진자의 정보와 정부의 보도자료 및 언론자료들을 기초로 사태를 분석한 것입니다. 제가 속해 있는 기관의 견해가 아니라 개인적인 판단을 적은 글임을 밝혀 둡니다. 이미 이번 메르스 사태에 대해 수많은 지적과 진단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의료계와 환자들의 근본적인 시스템과 관행의 문제로부터 이번 사태에서 발생한 세부적인 잘못에 대해서까지 다양한 지적이 있습니다. 본 글에서는 가능한 기존에 많이 지적되지 않은 문제 중심으로 살펴 보고자 합니다.
큰일을 겪고 나면 '그때 그 사실을 왜 몰랐을까', '왜 그런 조치를 했을까' 하는 후회를 하게 됩니다. 그러나 다음에 또 다른 큰일이 발생했을 때 이번에는 후회할 잘못을 안 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잘못으로부터 배우고 그 경험에서 지혜를 얻어야 하는 것이 그래서 중요한 것 같습니다.
지금 언론과 정치권, 그리고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 정부의 메르스 대응에 대해 '초기 대응을 잘못했다', '구멍이 뚫렸다', '자만과 방관이 화를 키웠다' 등 온갖 비난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그런데 메르스 대책의 지휘는 보건복지부 장관이나 총리 대행이 하고 있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전문적인 내용이기 때문에 중요한 판단과 전략, 역학조사와 분석 등 중요한 업무는 질병관리본부와 감염병 및 역학 전문가들이 수행하고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정부에 대한 비판은 결국 실질적으로는 질병관리본부와 학계 전문가들의 대응 결과에 대한 비판이라고도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 정부 및 민간의 질병 전문가 집단이 초기에도 그렇고 지금도 자만하고 방관하고 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본인들도 무척이나 힘들고 체력적으로도 버티기 어려운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상황일지도 모릅니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지금, 시민들 모두가 분노와 실망이 크기 때문에 정부의 메르스 대응에 대한 거친 비판은 당연한 것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사태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잘못에 대한 책임은 나중에 묻더라도 사태를 종결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지금의 메르스 대응 또는 지휘부에 대해 어떤 판단을 해야 하는지, 그리고 지금과 같은 최악의 상황이 왜 만들어졌고 어떤 판단이나 행동을 해야 하는지를 냉철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메르스에 대한 정보와 경험 부족, 그러나 그것은 불가피한 것이었다.
일단 첫 번째 생각해야 할 것은 메르스는 전 세계적으로 1천명을 조금 넘는 정도로 환자수가 매우 적기 때문에 국제적으로도 이 질병에 대한 정보, 특히 역학적인 정보는 매우 제한적입니다. 더구나 이 질병의 90% 이상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발생했는데 이 나라는 질병자료를 공개하는데 소극적이고, 대부분의 나라는 1명 또는 한 자리 숫자로 발생했기 때문에 더욱 정보가 부족합니다.
지금 많은 분들이 논평과 해설을 하고 있지만 이번 사태가 발생하기 전에는 메르스 환자를 제대로 진단하거나 연구해 본 사람이 국내에는 없습니다. 따라서 국내에는 메르스 전문가가 있을 수 없습니다. 아마도 일반인만이 아니라 많은 의사들도 메르스란 질병 이름조차 이번에 처음 들어 본 분들이 대부분일 것입니다. 단지 질병관리본부에서 세계보건기구 등의 권고에 따라 공중보건위기 대응 차원에서 메르스에 대한 대응 매뉴얼들을 만드는 등 사전 준비가 있었고, 몇 년 전 신종플루를 계기로 해외 유입 신종 감염병 대응을 위한 격리 병상 등이 건설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아무리 신종 감염병이라고 해도 감염의 행태는 역학적 법칙을 따르기 마련입니다. 수많은 감염병 사건의 연구결과를 토대로 역학이란 학문적 지식이 체계적으로 잘 정립되어 있고 대응방안과 관리방안들이 개발되어 있기 때문에 신종 감염병에 대해서도 정확한 기초적인 정보만 있으면 그에 대한 대응방안을 충분히 구축할 수 있습니다. 메르스의 경우에도 우리나라는 실제 환자에 관한 아무런 경험이 없으니 중동에서 발생한 감염 사건들을 통해 확인된 기본적인 정보가 매우 유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메르스가 감염력은 낮은데 치사율은 높은 질병이고 감염력이 낮은 이유가 공기감염이 되지 않고 접촉을 통해 전파되는 질병이기 때문이기 때문이라는 사실들이 그런 기본적인 정보에 해당합니다. 낙타를 통한 감염 같은 정보는 우리나라에서는 낙타와 접촉할 기회가 매우 적으니 도움이 되는 정보가 아니겠지요.
이번 사태가 발생한 직후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메르스 바이러스의 유전자 분석을 통해서 의미있는 변이가 되지 않았다는 사실과 그보다도 훨씬 더 중요한 객관적 사실, 즉 감염병 발생과 전파 패턴을 보아도 이런 기본적 정보는 사실인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따라서 이와 같은 메르스의 특성에 맞는 역학조사와 방역방법은 사실 큰 문제는 없는 것이었고, 환자가 확인되면 접촉자를 추적하는 역학조사는 이번 사태에서 나름 상당한 효과를 보인 것으로 판단됩니다. 다른 잘못으로 인해 발생한 문제인데 엉뚱하게 유용한 대응방안까지 매도하는 것은 그나마 효과적으로 작동하고 있는 도구마저 없애는 좋지 못한 태도입니다. 불이 난 것을 감지하는 센서가 고장 나서 불이 확산되었는데, 옆에서 불을 끄는 소화기가 잘못된 거라고 계속 주장하면 곤란한 것이지요.
메르스가 공기를 통해 감염되고 감염력이 높다면 지금 같은 질병패턴이 나타날 수 없음은 역학의 기초만 공부한 학생들도 아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런 지식이 없는 일부 비전문가들이나 평론가들의 끈질긴 문제제기, 그리고 그것을 계속 보도하는 언론은 정말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입니다. 왜냐면 근본적으로 잘못된 사실 판단은 방역 등 대응방법을 잘못된 방향으로 바꾸게 만들고, 그 결과 엄청난 피해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찌되었건 근거 없는 잘못된 비난이 이번 메르스 사태를 책임지고 해결해야 하는 대책 지휘부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시키는 역할을 한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메르스' 대책 발표하는 질병관리본부장
(서울=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양병국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장이 5월 21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국내 환자 발생 관련 조치 및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의 세 번째 감염자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세 번째 감염자
는 첫 감염자와 같은 병실을 쓰던 70대 남성으로, 가족이 아닌 첫 번째 2차 감염자다.
질병관리본부가 사건을 인지하고 대응한 시점에 이미 10명 가까운 환자가 발생해 있었다.
5월 20일 1번 환자가 확진되자마자 질병관리본부는 바로 언론을 통해 메르스 환자 국내 첫 발생사실을 알리고 메르스에 대해 '주의' 단계로 올립니다. 언론에는 나중에 알려졌지만 이날 벌써 1번 환자에 대한 역학조사가 실시되었고 격리조치가 이루어졌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5월 21일 12시 질병관리본부장 주관 하에 메르스 감염병 위기대응 전문가회의를 열고 정부서울청사에서 메르스 대책을 발표합니다. 질병관리본부장은 1번 환자의 부인(2번환자)의 확진사실과 함께 1번 환자가 5월 15일부터 17일까지 B병원(평택성모병원) 포함 다수의 의료기관을 방문했다는 사실과 평택성모병원은 병원에서 1번 환자에 의해 감염된 3번 환자를 다른 병원에서 바로 찾아 낸 사실, 그리고 이들과 접촉한 61명을 격리했다는 사실을 밝힙니다. 22일에는 세계보건기구에 참석하고 있는 장관을 대신해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에게도 현안 보고를 합니다.
5월 26일까지 3명의 환자가 더 발생했고, 이 와중에 4번 환자가 메르스 검사를 요청했는데 안 해주었다는 것과 1번 환자가 삼성서울병원으로 가기 전에 거쳐 간 다른 병의원에서 의료인까지 감염되었다는 사실 등이 언론에서 대대적으로 논란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질병관리본부는 이들이 모두 격리대상자들 중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자신들의 초기 대응에 대해 확신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며 그 당시 언론 인터뷰를 통해서도 자신감을 감지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신속한 격리조치를 취했던 3번 환자가 있었던 수원의 성빈센트병원은 격리 대상자 중에서 훗날 환자가 발생하지 않았고, 여기저기 언론에서 이번 사건과 무관한 의심사례가 제기되었으나 모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으니 그렇게 생각한 것도 무리가 아닌 것 같습니다.
정리해 보면 질병관리본부는 1번 환자가 발생했지만 매우 신속하게 1번 환자의 동선을 파악해서 방어벽을 충분히 설치했다고 믿고, 2번 3번 환자처럼 앞으로 환자가 추가로 발생해도 그 방어벽 안에서 발생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사실은 1번 환자가 사우디아라비아에 다녀온 사실을 밝히지 않아서 병명 진단과 격리조처가 이뤄지지 않는 사이 이미 메르스 환자가 더 발생해 있었습니다. 첫 확진자가 나온 5월 20일 당시에는 메르스 환자가 이미 7명, 21일까지는 12명이 발생한 상황이었습니다. 물론 이들은 1번 환자로부터 직간접적으로 감염된 환자들이지만, 여하튼 질병관리본부가 사건을 최초 인지하고 초기 대응하던 시점에 실제 상황은 환자가 1명이 아니라 7명에서 12명이었는데, 질병관리본부는 그 사실을 몰랐던 것입니다.
1번 환자로 인한 격리 대상자가 환자포함 총 64명이었으니, 이 수준으로 그 당시 모든 환자로 인한 격리대상자는 거칠게 말하자면 최소 수백 명일 수도 있었던 사태였던 것입니다. 물론 실제로는 수백 명의 접촉자 파악보다 더 중요한 몇 명의 환자 파악을 하지 못한 것이 진짜 실책이었습니다만, 비유를 하자면 그렇게 매우 나빴던 상황이었는데 질병관리본부가 안이하게 오판을 했다는 뜻입니다.
이처럼 어처구니없어 보이는 오판의 핵심적 이유는 병원감염임에도 불구하고 환자가 발생한 병원을 하나의 감염지역이라는 환경단위로 생각하지 않고 그 안에서 세밀하게 밀접 접촉자와 그렇지 않은 사람을 분류한 과도한 치밀함 때문에 벌어진 것 같습니다. 아주 거칠게, 그러나 포괄적으로 환자가 있었던 병동을 하나의 문제 지역으로 보고 다른 병원으로 감염이 전파되는 것을 막는 방식으로 접근했으면 이런 오판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더구나 이곳은 1번 환자가 3일이나 입원해 있었고 설령 환자 간에 접촉이 없어도 의료진을 통해 간접적으로 감염될 수도 있는 것인데 너무 개인 단위로 접촉 대상자를 파악하다 보니 벌어진 일인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리고 격리 대상자는 발병 때가지 아직 시간이 있지만 환자는 주변을 감염시키니 바로 찾아야 하는 것이었는데 환자가 이미 다수 발생한 사실을 몰랐으니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러나 이런 오판에 대해 비난할 수 있고 다음 같은 실수가 발생하지 않게 철저한 비판과 반성이 따라야 하는 것이지만, 그 당시 상황에서 전문가들도 예측하기 어려운 일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긴박한 상황에서 제한된 인력과 자원으로 문제가 된 환자들을 정확하게 추적할 수 있었다고 자신하기는 누구도 어려울 것입니다. 당장 환자를 확인한 삼성서울병원, 그리고 환자가 거쳐 간 다른 병의원들의 격리대상자들을 추적하는 것이 확산 방지를 위해 필요했기 때문에 정작 옆에 있는 환자들을 놓친 것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병원단위의 감염이라는 좀 더 큰 시각으로 문제를 파악하지 못한 것은 아쉽습니다.
일부 언론에서 1번 환자의 확진과정이 늦어진 것을 초기 대응의 핵심적 잘못으로 지적하지만 이미 15-18일 사이에 다수의 감염자가 발생했고, 이중에 발생한 환자들을 놓친 것이 주원인이기 때문에 대세에 큰 영향을 준 것은 아니었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이처럼 초기 대응 당시에 환자 규모와 대상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던 치명적인 오판이 있었지만, 신기하게도 이것만으로 이번 사태가 확대된 것은 아닙니다.
서울 대형병원서 메르스 확산
(서울=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진자가 9명 추가돼 전체 환자가 50명
으로 늘었다. 추가 환자 중 5명은 삼성서울병원을 거쳐 간 사람들이다. 삼성서울병원을 통한 감염이
본격화한 것으로 해석돼 작지 않은 파문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삼성서울병원에서 생긴 확진자는
서울 강남 지역에서 재건축조합 대형 행사를 참석했다는 논란에 휘말린 의사 1명을 포함해 모두 7명
으로 불어났다. 사진은 6일 오후 서울 삼성서울병원의 폐쇄된 응급실. 2015.6.6 saba@yna.co.kr
격리조치 또는 병원쇼핑으로 인한 병원간 감염이 이번 사태 확산의 가장 큰 원인
초기 통제가 실패했더라도 아주 많이 확산돼서 통제 불능상태가 되기 전에는 초기 통제 실수를 만회할 수 있습니다.
평택성모병원에서 환자가 다수 발생했는데 이들이 환자로 확진되기는커녕 격리대상자에서조차 누락된 상황은 앞에서 설명한 대로입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들이 평택성모병원에만 체류하고 있었다면 5월28일 사태가 잘못 되었다는 것을 알았을 때 신속하게 조처를 취해 오늘과 같은 사태를 피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5월 20일 1번 환자가 확진된 직후 평택성모병원에선 5월 15-17일 사이에 1번 환자와 접촉한 동일 병실 환자 및 보호자뿐만 아니라 8층 병동에서 근무한 의사, 간호사, 치료사 16명이 격리대상이 됐고, 8층 병동환자 상당수는 퇴원하고 6-7명은 7층으로 옯겼습니다. 각각의 환자가 퇴원한 날이 공개되지 않았고 5월 20일 이전에 이미 퇴원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만 언론보도를 토대로 추정해 보면 14, 15, 16번 환자들도 이때 퇴원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잘 알려진 대로 이분들이 각각 삼성서울병원, 동탄성심병원, 대청병원과 건양대병원으로 가서 메르스를 전파하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이에 대한 확실한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이분들의 퇴원 일자, 그리고 만일 5월 20일 이후에 평택성모병원 8층 병동 환자들의 대량 퇴원 때 같이 퇴원한 것이라면 질병관리본부나 병원 쪽에서 퇴원을 권유했는지, 아니면 이분들이 퇴원을 요구한 것인지 확인돼야 할 것입니다. 또 이미 이분들의 상당수는 20일과 21일에 발병한 상태였는데, 퇴원 후 발병한 것인지 퇴원 전에 발병한 것이라면 발병 사실을 확인하고 퇴원시켰는지도 확인돼야 합니다.
이곳에서 퇴원한 14번 환자는 국내에서 가장 환자가 많은 병원 중의 하나인 삼성서울병원으로 가서 소위 슈퍼감염자가 됩니다. 그러나 이 분이 특별해서라기보다는 환자와 접촉 대상이 가장 많은 병원으로 갔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평택성모병원에서는 불가피했던 것으로 보인 격리조치가 오히려 메르스를 전국으로 퍼트리는 결정적 원인이 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앞으로는 문제가 발생한 병원의 폐쇄나 환자 퇴원 또는 전원이 신중하고 철저하게 관리되어야 합니다. 병원 내 감염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병원간 환자의 이동으로 인한 병원간 감염이라는 사실이 이번 사태가 보여주는 핵심적인 교훈입니다.
그러나 만일 이분들이 평택성모병원에 역학 팀이 들이닥쳤을 것으로 예상되는 5월 19일 이전에 퇴원한 것이라면 격리조치로 인한 병원감염 확산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는 없고, 우리나라의 환자들의 이리저리 병원을 옮기는 소위 병원쇼핑이 이번 사태의 핵심적 원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14번 환자로 인한 대규모 감염사태를 막을 수 없었나
5월 28일 질병관리본부는 평택성모병원에서 1번 환자와 같은 병실을 쓰지 않았는데도 감염된 6번 환자 등 2명의 확진자와 역시 환자들의 증언에만 의존했다가 격리대상에서 빠진 10번 환자가 중국으로 출국한 사실을 발표합니다. 그리고 다음날인 5월 29일부터 동일 병동에 있었던 환자들이 매일 새롭게 확진됩니다. 아마도 이때가 질병관리본부와 전문가들이 가장 당황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초기에 설정했던 방역이 엄청난 구멍이 있었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은 5월 28일에 동일 병실이 아니라 동일 병동에서도 환자가 나온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도 정작 5월 27일에 삼성서울병원으로 간 14번 환자는 5월30일에야 확진이 됩니다. 5월 28일 아침에 발표했다는 것은 이미 5월 27일에 유전자 검사 등이 이뤄지고 역학적인 조사도 했다는 뜻이니 조치가 빨랐더라면 5월 27일에도 확산을 막을 수 있었다는 말이 됩니다.
그렇다면 5월 20일 첫 번째 환자를 확인하고 당일 오전에 벌써 환자가 평택성모병원에 있었고 3번 환자가 간 병원으로 통지를 할 수 있었던 정도로 빠른 속도를 자랑하던 역학조사 능력이 왜 이때는 갑자기 늦어졌는지 이해가 잘 안 되는 부분입니다. 이미 1번 환자를 확인하는 개가를 올렸던 삼성서울병원이 14번 환자를 막지 못했는가 하는 비난과 아쉬움이 많은 것은 한편 이해가 됩니다. 그러나 질병관리본부측도 왜 이번에는 사실 파악에 3일이나 걸렸는지 의문입니다.
5월 27일 동탄성심병원을 감염시킨 15번 환자, 5월 28일 대청병원과 건양대병원을 감염시킨 16번 환자 역시 마찬가지로 5월30일과 5월 31일에야 확진이 됩니다. 이들 세 명의 환자에 대해 확진이 하루라도 빨리 이뤄져 해당 병원에 통지됐더라면 이번 사태는 훨씬 조기에 종결되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환자들은 평택성모병원에 최근까지 입원했던 사람들이어서 일반 접촉자에 비해 확인과 추적이 매우 용이한 일이었는데 왜 이렇게 여러 날이 소요되었는지 이해되지 않습니다.
중국으로 간 10번 환자로 인한 문제가 국내외 언론의 초점이 된 5월 28일, 메르스 대책의 지휘부가 질병관리본부에서 보건복지부 차관 주관으로 넘어갑니다. 그런데 정작 그날부터 역학조사의 속도는 급격히 떨어졌는데 이들 사이에 아무런 연관이 없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상식적으로 판단해 볼 때 상당한 역학조사 역량과 추적이 10번 환자에 집중되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외교적 문제가 될 수도 있는 사안이었고, 항공여행을 통한 국외 확산 가능성 등이 거론되면서 언론의 비판이 집중됐으니까요. 그러나 10번 환자와 접촉해서 감염된 사람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런 정황을 종합해 보면 초기대응이 잘못된 것이 확인되면서 방역 지휘체계에 비전문가들이 개입하게 되고, 이들이 여론에 과민하게 반응하다가 다시 한 번 큰 실책을 저지른 것이 아닌가 의심되는 대목입니다. 메르스 전파가 병원감염이 핵심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면 어떤 상황에서도, 설사 중대한 실책이 확인되었더라도 그때부터라도 가장 큰 감염의 고리, 즉 병원간 감염 확대를 막는 데 집중했어야 했는데 말입니다.
1번 환자 때처럼 신속하게 14번 환자의 동선을 파악해서 5월 27일 또는 늦어도 그 다음날이라도 바로 조치를 취할 수 있었다면, 국내 최대 규모의 병원에서 병원내 감염이 발생하고 메르스 사태가 사회적으로 통제 불능 상태로 가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극도의 공포심 확산과 병원공개 논란. 최악의 '위해도소통'
잘 알지 못하고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정확히 모를 때, 내 가족이 직접 위협을 받는다고 느낄 때 공포심은 커집니다. 처음 겪어 보는 메르스 질병, 뜬금없는 낙타접촉 금지와 같은 황당한 대처방안, 어느 병원에서 문제가 발생했는지 모르는 불안감 등으로 인해 염려가 불안이 되고 점점 공포로 커져 갔습니다. 언론이나 정치권에서는 이 사태를 책임지고 관리하는 정부기관에 대해서 끊임없이 비판을 하고, 초기 방역의 실패 사례가 확인되면서 질병관리의 지휘부에 대한 신뢰는 추락하고 시민들이 그들의 말을 전혀 믿지 않습니다. 더구나 초기에는 64명에 불과하던 격리대상자가 5월28일 이후 수백 명으로 늘어나, 가족을 포함한 수천 명이 사태의 당사자가 됩니다. 공포심이 확산될 모든 여건이 갖춰진 것입니다.
병원공개 여부는 득과 실이 있는 것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바로 밝혀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다소 이견이 있을 수 있습니다. 5월 20일 평택성모병원의 환자 퇴원이 가져왔을 수 있는 부작용에서 볼 수 있듯이 모든 것이 예상대로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메르스가 발병한 병원이 하나로 알려져 있었고, 사실 그 병원은 의료인들은 다 알고 있었고, 일부 잠시 거쳐간 병의원도 통제되고 있었기 때문에 병원 명을 정식으로 공개하지 않은 것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5월 28일 통제 방어벽이 뚫린 것이 확인되고 그 환자들이 다른 병원으로 퍼졌을 가능성이 확인되었을 시점에는 병원이 공개되어서 위험한 병원이 어디인지 모든 시민들에게 분명히 알려야 했습니다. 어디 어디가 위험한 곳인지 정확히 알아야 다른 곳에서는 안심할 테니까요.
그리고 이 질병은 병원감염에 의해 발생하니 무엇보다 의료인들과 입원환자, 내원자들이 감염에 가장 주의해야 한다는 것, 환자들은 병원을 옮겨 다니는 행위를 삼갈 것, 가족이나 친지 등 병문안은 중지할 것, 불가피한 간병인들은 환자와의 접촉에 주의할 것, 주의해야 할 환자는 열이 나거나 호흡기 질환이 있는 환자라는 것, 발병하기 전에는 설사 감염된 사람도 감염시키지 않는다는 것, 격리대상이라고 다 환자가 아니라는 것 등 가장 중요하고도 필요한 정보만 반복적으로 알렸어야 합니다. 격리 대상자들에 대해 주변 사람들이 과도한 공포심을 갖지 않게 진정시키고, 격리 대상자들은 증상이 나타나는 것을 세밀하게 모니터링 하고 있다가 증상이 나타나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행동하면 된다는 것 등을 이해시켜서 안심시켜야 합니다. 전문가나 언론, 사회 전체가 이에 보조를 맞춰 협조했어야 합니다.
그러나 실제 상황은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정부는 병원공개를 주저하고, 언론이나 비전문가, 엉뚱한 평론가들이 무책임한 정보를 쏟아냈습니다. 처음 설명드린 대로 메르스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도 잘 모르는 것이 많습니다. 처음부터 이 질병에 대한 대응을 지휘한 질병관리본부나 전문가들도 처음에는 메르스환자를 한 명도 겪어보지 않았던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이제는 전 세계에서 메르스 환자와 역학적 사실에 대해 가장 많은 정보를 습득한 사람들이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그들이 처음 어떤 오판을 했는지는 나중에 확인하고 따지더라도, 지금은 그들의 판단을 믿고 협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처럼 공포의 확산의 책임은 1차적으로 이번 사태를 지휘한 지휘부가 있습니다. 이번 사태는 소위 말하는 '위해도소통(Risk Communication)'에서 처절하게 실패한 최악의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아무런 전략도 생각도 없었던 것 아닌가 싶습니다. 열심히 일하는 것만으로, 그저 자료를 공개하는 것만으로는 곤란합니다. 핵심적으로 시민들에게 전달해야 하는 사항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메르스 사태 확산의 저지와 해결은 사회 전체의 몫이고 잘못된 결과의 피해는 사회 전체가 받습니다. 정확하고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는 정보만 꼭 필요한 시민들에게 제공하기에도 공적 자원은 부족합니다. 그런데 그런 공적 자원을 비난과 선정적인 여론 확산에 사용해서 모든 사람들의 판단을 혼란스럽게 한다면 그것은 이런 중차대한 상황에서는 옳지 못한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 모두 위해도소통의 실패, 그로 인한 막대한 사회적 손실에 크고 작은 책임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지나친 공포심으로 인한 피해는 영세서민, 비정규직, 일용직 분들이 가장 크게 받습니다. 헌혈도 안 되고 급한 환자들이 조치를 받지 못합니다. 모든 질병을 관리해야 하는 질병관리본부가 한 질병에만 매달리는 것 역시 옳은 일은 아닐 것입니다.
지역사회 대규모 감염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많은 분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게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입니다. 물론 이 사태가 질병관리 전문가들이 예상했던 6월말 이후까지 더 오래 지속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미 이 질병의 많은 사실이 밝혀져 있고 건강한 사람들은 과도하게 감염될까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도 확인되었습니다. 물론 6월 15일 현재 150명이라는 많은 숫자의 환자가 발생되고 사망자도 계속 나오니 엄청나게 위협적인 질병인 것으로 보입니다.
많은 사망자들이 메르스 감염 전에 이미 중한 병으로 입원한 분들이기는 하지만 기저질환이 없었던 분들 중에서도 사망자가 나오는 것도 위험을 크게 느끼게 하는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사망자가 발생하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고, 그 심각성을 과소평가하려는 것이 아니지만 인플루엔자 독감 등에 의해서도 폐렴이나 기타 합병증 등으로 사망자가 꽤 나오는 것은 사실입니다.
전체적인 질병의 규모나 감염력을 판단할 수 있는 수치들을 살펴보면 메르스 환자와 밀접한 접촉이 이뤄져 감염이 의심된 분들 5,897명 중에서 약 2.5%인 150명이 환자로 확인되었는데 대부분 병원이나 의료 활동과 연관해서 접촉된 분들입니다. 그리고 환자와 접촉했다가 격리대상이 된 분들이 아직도 5천여명 남아 있기는 하지만 아무 문제가 없이 해제된 분들이 3천명이 넘습니다. 논란이 되었던 감염된 의사가 참여했던 주택조합원 행사로 인해 2주간 격리된 분들 중에서 환자는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중국으로 갔던 10번 환자의 사례를 보아도 그렇고 지금까지의 사례로 보아서는 병원이 아닌 곳에서는 설사 환자가 있더라도 웬만해서는 감염이 이뤄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병원 안이 아니면 일반 가정에서 가족 간의 감염도 일어나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결과들을 종합해 보면 환자와 병원이나 의료활동을 통해 밀접하게 접촉하지 않은 분들의 경우에는 일반 생활을 하면서 메르스에 걸릴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앞으로 혹시 지역사회에서 감염된 사례가 한두 건 발생한다 해도 그로 인해 메르스가 지역사회에서 감염이 큰 규모로 일어나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지나친 판단입니다.
지역사회에서 큰 규모로 일어나는 감염병이 되려면 공기를 통해서 감염된다든가 해서 가벼운 접촉이나 같은 공간에서 생활을 하면 감염될 위험이 높아야 합니다. 메르스가 그런 질병이라면 지금쯤은 하루에도 수천 명의 환자가 발생해야 합니다. 아무리 병원에서 환자와 접촉자들을 잘 감시했다 하더라도 일부는 감시대상에서 누락되었을 것이고 메르스 감염이 퍼진 기간이 벌써 30일이 넘었기 때문에 지역사회에서 상당한 규모로 발생해야 정상입니다. 수일 만에 수만 명, 수십만 명을 감염시키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한 독감의 경우를 생각해 보시면 이해가 될 듯합니다.
다시 한 번 강조드리지만 첫 환자가 열흘 이상 돌아다니고 초기에 수십 명의 환자가 발생하고, 하루에도 수천 명이 드나드는 대형병원을 감염시킨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여러 차례 방역에서 치명적인 실수나 불운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매일 전국적으로 수백, 수천 명의 환자가 발생하고 있지 않은 것은 메르스의 감염력이 낮다는 명백한 증거입니다. 처음에는 몰라서 그랬지만 이제는 많은 희생을 겪고 분명한 사실을 알았는데도 아직도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받아들이라고 강요하면 정말 답이 없습니다.
메르스는 우리나라에서도 그렇고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에도 유독 병원에서의 감염력만 높다고 합니다. 환자 처치나 병원의 특수한 환경이 이 병의 감염에 어떤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이 부분에 대한 각별한 주의와 조치가 가장 중요한 대책인 것 같습니다. 아마도 이번 사태 이후 얻어진 정보가 많기 때문에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국제사회가 메르스에 대한 대처 능력이 매우 높아질 것입니다.
메르스는 치사율이 40%로 알려져 있었고 그런 질병이 대규모로 발병한다면 그것은 보건학적으로 엄청난 사태입니다. 그래서 국가적 비상상황으로 인식되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메르스는 지금도 매일 몇 명씩만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은 정확한 의미로 확산이라고 하는 것이 아니고 먼저 있었던 사건으로 인한 영향이 아직 계속 잔존해 있는 것으로 이해해야 할 것입니다.
큰 불이 나고 난 다음에 여기 저기 잔불이 나고 있는 상황으로 이해하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 잔불을 그냥 방치하면 다시 커지겠지만 지금처럼 환자가 발생하면 주변을 격리하고 지켜보면 막을 수 있는 사태입니다. 계속 이런 상황이 지속되는 것이 무척이나 힘들고 소모적이지만 지금 다른 선택은 없어 보입니다. 이럴수록 모두 협심해서 불안에 떨기 보다는 빨리 잔불을 다 끄는데 함께 협조해야 합니다.
끝으로 강조하고 싶은 것은 한두 가지 예외적 사례는 항상 있을 수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그런 예외적 사례가 새로운 사실을 알려 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예외적 사례를 갖고 수많은 사실이 보여주는 객관적이고 상식적인 사실을 자꾸 부인하는 것은 사태해결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마치 일부 지역에서 기온이 낮아진 것을 갖고 수많은 지구온난화의 증거를 부인하는 것과 비슷하지 않나 싶습니다.
마치면서
메르스가 발병한지 벌써 한 달이 지났습니다. 이 사태를 종결 시켜야 하므로 방역당국이 계속 감시하고 차단해서 모든 국민이 안심할 수 있게 해야 할 것입니다. 당분간 계속 환자가 여기저기에서 소규모로 발생하겠지만 엄청난 사태가 올 것이라는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감염병의 역사를 보면 아무리 전파력이 높고 아무리 치명적이어도 결국은 감소되고 사라지게 만들 수 있습니다. 상세한 설명은 생략하겠지만 그것이 감염병 역학의 분명한 법칙이고 역사적 경험입니다. 국제적인 교류의 확대와 기후변화 등 환경의 변화로 앞으로도 신종 감염병은 계속 우리를 공격할 수밖에 없습니다. 피해를 0으로 할 수는 없습니다. 가장 적게 만드는 것이 최선입니다. 이미 우리나라는 메르스로 인해 막대한 피해를 입었습니다. 그냥 대충 짐작해도 수십조의 피해를 입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더 이상 피해가 커지는 것은 막아야 할 것 입니다.
아직도 우리나라는 결핵환자가 매년 4만명 가까이 발병하고 2천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후진국 질병인 말라리아가 매년 수백 명, 가을이면 쯔쯔가무시증 등 진드기 감염병이 매년 천명이 넘게 발병하고 있습니다. 이번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해외유입 신종 감염병만이 아니라 전체 감염병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국가의 대응능력이 높아지기를 기대해 봅니다.
장재연 아주대학교 예방의학교실 교수, 환경운동연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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