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와의 전쟁 [방재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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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와의 전쟁

2015.06.15


인류의 역사는 질병과의 전쟁으로 점철되어 왔으며, 특히 20세기에는 바이러스와 잦은 전쟁을 치러왔습니다.  인류는 지금 이 순간에도 암, 당뇨병, 비만과 같은 질환은 물론 슈퍼박테리아, 슈퍼결핵, 인플루엔자 등과 싸움을 벌이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 사회에 공포감을 조성하고 있는 메르스를 유발하는 바이러스처럼 사람에게 치명적인 질병을 유발하는 바이러스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그리고 지금까지 인류 사회에 큰 재앙을 일으켜온 바이러스성 질병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바이러스(virus)는 생명체 밖에서는 아무런 활동을 하지 못하는 무생물과 같지만, 일단 동물, 식물, 세균 등 살아있는 세포에 들어오면 다른 살아있는 생명체와 같은 왕성한 생명활동을 하는 특징을 지니고 있습니다. 

바이러스는 크기가 작아 광학현미경으로 관찰이 어려우며, 전자현미경으로 관찰이 가능합니다. 황열병을 유발하는 플라비바이러스의 크기는 20nm(1nm = 1억 분의 1m) 정도이며, 에이즈 유발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는 110nm로 1㎛(1㎛=1,000nm)이 넘는 세균에 비하면 매우 작은 크기입니다.  

유전물질인 RNA나 DNA가 단백질 껍질에 둘러싸인 구조로 이루어진 바이러스는 단일가닥인 RNA 바이러스와 이중가닥인 DNA 바이러스로 구분이 됩니다. RNA 바이러스로는 독감(인플루엔자), 홍역, 사스(SARS), 에이즈(AIDS), 소아마비, 황열병, 에볼라(Ebola), 광견병을 유발하는 바이러스 등을 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DNA 바이러스에는 천연두, B형 간염, 수두, 헤르페스 유발 바이러스 등이 있습니다.

1918년~1919년에 창궐했던 스페인독감의 사망자 수는 전 세계적으로 적게는 2,500만 명에서 많게는 5,000만 명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이 숫자는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을 넘는 것이며, 제1차 세계대전의 사망자 850만 명의 3배가 넘는 어마어마한 수치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1918년에 스페인독감에 740만 명이 감염되어 14만 명이 사망했습니다. 1957년에 발병한 아시아독감으로 200만 명, 1968년에 발병한 홍콩독감으로는 75만 명이 사망한 것으로 보고되어 있습니다.   

20세기에 나타난 바이러스에 의한 질병들 중 가장 무서운 전염병은 1981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의해 처음 보고된 HIV에 의해 전염되는 후천성면역결핍증이라고 부르는 ‘에이즈’입니다. 에이즈로 사망하는 사람은 연간 200만 명 이상으로, 지금까지 3,600만 명이 넘게 사망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1997년 홍콩에서 최초로 발생한 ‘조류독감(AI; Avian Influenza)’은 감염된 조류의 배설물과 분비물로 사람에 전염된 질환입니다. 조류독감으로 사망한 사람은 1,70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으로 불리는 ‘사스’는 2002년 중국 광동성에서 발생하여 전 세계로 퍼진 호흡기 질환입니다. 이 질병으로 8,000명 이상이 감염되어 774명이 사망한 것으로 보고되어 있습니다. 

‘신종플루’라고 부르는 신종인플루엔자는 2009년 3월 북미대륙에서 발생해 전 세계 214개 국가에 퍼진 호흡기 질환입니다. 신종플루는 A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감염된 돼지에서 발생하여 생긴 신종 바이러스에 의해 감염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신종플루로 1만 8,500여 명이 사망한 것으로 보고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75만 명이 발생하여 250여 명이 사망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전파되지 않았지만 2014년에 서아프리카에서 필로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한 ‘에볼라'는 아프리카 지역에서 커다란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WHO의 보고에 따르면 에볼라의 감염자 수는 2만 6,000명이 넘고, 사망자 수는 1만 명을 넘어섰다고 합니다. 

지난 5월 20일에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의 감염자가 확인된 이후, 전염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는 지금 자신에게도 닥쳐올지 모르는 메르스의 감염 우려에 대한 공포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6월 14일 기준으로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가 145명, 사망자는 14명으로 감염 환자의 수가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세계 2위로 올라서 있습니다. 격리자는 4,856명이지만, 격리 해제가 1,473명이고 10명은 퇴원하기도 했습니다(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메르스’는 새로운 변종 코로나바이러스(MERS-CoV)의 감염으로 나타나는 질병으로, 전염성은 낮으나 치사율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유럽질병예방통제청(ECDC)의 보고에 따르면 메르스는 2012년에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발생하여 최근까지 중동지역을 포함한 25개 국가에서 1,211명의 감염자가 발생하여 492명 이상이 사망하였습니다.

WHO는 21세기를 ‘전염병의 시대’로 규정하며, 전염병의 단계를 6단계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1단계는 특정 동물 사이에만 전염되어 사람에게는 안전한 상태, 2단계는 동물 바이러스가 소수 사람들에게 전염된 상태를 말합니다. 3단계는 사람들 사이에 전염이 증가된 상태이고, 4단계는 전염이 급속하게 퍼지기 시작해 세계적 유행병으로 번질 수 있는 초기 단계를 일컫습니다. 에피데믹(Epidemic)으로 불리는 5단계는 동일 권역의 2개국 이상에서 전염병이 유행하여 대유행이 임박한 상태이며, 팬데믹(Pandemic)으로 불리는 6단계는 다른 대륙의 국가에서도 추가로 전염병이 대유행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2009년에 발생한 신종플루와 2014년에 아프리카에서 발생한 에볼라는 5단계인 에피데믹 등급까지 갔지만, 현재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메르스의 단계는 2~3단계로 크게 불안해 할 상황은 아닙니다.

메르스의 감염이 빠르게 확산된 원인으로는 미숙한 초기대응이 가장 큰 문제로 꼽히고 있고, 고령자와 만성질환자에 대한 2차 감염, 도시화에 따른 인구 밀집과 바이러스의 적응력 증가도 원인으로 제기되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비위생적인 습관과 가족과 간병인이 함께 병실에 머무는 ‘병간호 문화’도 문제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에 출범해 활동하고 있는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산하의 ‘신종질병대응기술 융합클러스터’는 한반도 기후의 아열대화로 메르스와 같은 고병원성 신종 바이러스 전염병이 계속 출몰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바이러스 질병은 위생 관리에 신경을 쓰고, 신중하게 대처하면 이른 시일 내에 극복할 수 있는 질병입니다. 바이러스가 '팬데믹(pandemic)'이 되려면 신종, 전염성 및 심각성의 세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하는데, 메르스는 아직 그 수준은 아닌 것으로 여겨집니다. 메르스에 대해 지나친 공포감으로 과잉 반응하는 것은 메르스 자체보다 더 위험할 수 있습니다. 

이제 메르스 사테를 거울삼아 바이러스의 공습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문제들을 정확히 분석해 앞으로 닥쳐올 수 있는 신종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실패하지 않는 국가 차원의 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그와 함께 바이러스 전염의 위험성과 예방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우리 사회에 뿌리내리도록 하는 방안도 마련되어야 합니다. 바이러스와의 전쟁은 '현재진행형'이니까요.

필자소개

방재욱

양정고. 서울대 생물교육과 졸. 한국생물과학협회, 한국유전학회, 한국약용작물학회 회장 역임. 현재 충남대학교 명예교수, 한국과총 대전지역연합회 부회장. 대표 저서 : 수필집 ‘나와 그 사람 이야기’, ‘생명너머 삶의 이야기’, ‘생명의 이해’ 등. bangjw@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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