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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정권과 싸우는 양심파 지식인
2015.06.12
아베 신조(安倍晉三) 일본 총리가 국회에 제출한 11개의 안전보장 법안의 통과가 예기치 않은 사태발전으로 한때의 잰 걸음이 주춤거리고 있습니다. 법안 철회를 요구하는 야당의 거센 반발에, 이달 24일에 끝나는 통상회기의 연장이 불가피한 듯 보입니다. 이번 여름까지 법안 정비를 끝내 미ㆍ일 동맹을 새로운 단계로 발전시키겠다고 오바마 대통령에게 약속한 아베 총리를 궁지에 몬 것은, 법안 위헌을 주장한 용감한 헌법학자의 국회 증언에 뒤이은 일본 정치 환경 변화 때문입니다.이 뜻밖의 사태는 안보법안의 특별 심의위원회가 아닌 하원 헌법심의위원회에서 일어났습니다. 원래 헌법위원회는 이 특별법안과는 별도로, 작년에 아베 총리가 헌법을 자의(恣意) 해석하여 ‘집단적 자위권’은 평화헌법을 개헌하지 않아도 행사할 수 있다고 한 각의(閣議) 결정을 오래전부터 심의 중이었습니다.이 헌법위원회가 참고인(參考人)으로 부른 세 사람의 저명한 헌법학자가, 예상 외로 모두 아베 총리의 조치를 위헌이라고 진술하여 여야 의원을 놀라게 하였습니다. 특별법 심의위원회 야당 의원들은 일제히 특별법안의 철회를 요구하게 되었습니다. 여당인 자민당이 추천한 하세베 야스오(長谷部恭男) 와세다(早稻田)대학 교수 등 3인의 참고인은 입을 모아 안전보장 법안을 위헌이라고 규탄하는 발언을 했습니다. 제1야당 민주당이 추천한 게이오(慶應)대학 명예교수 고바야시 세쓰(小林節) 씨는 집단자위권을 은행 강도 사건에 견주어, "은행 강도를 하는 하세베 교수를 내가 차로 데려다주었다면, 나도 공범이 됩니다."라는 발언까지 했습니다.원래 군대 보유를 위한 개헌은 찬성하는 것으로 알려진 데다, 연립 여당 공명당(公明黨)의 사상적 모체인 창가학회(創歌學會)와 가까운 고바야시 교수의 위헌 주장이 일부 국민들을 놀라게 하였으나, 그의 이론은 개헌을 하지 않고 추진하는 아베 총리의 안보법안이 위헌이라는 주장이었습니다.이 헌법학자들의 발언을 전후하여 집단자위법안에 반대하는 집회가 도쿄(東京), 오사카(大阪) 등 대도시에서 연달아 열리고, 학자와 변호사 단체들의 성명서도 나왔습니다. 아사히(朝日)신문은 사설에서 "내각이 제출한 법안이, 국회에서 여러 차례 위헌의 낙인을 받는다는 것은 이상(異常)이라 할 수밖에 없다. 벌써 의론(議論)의 토대가 붕괴(崩壞)해 가는 것 아닌가." 라고까지 말했습니다. 아베 정권을 지지하는 요미우리(讀賣)신문은 사설에서 ‘집단자위권의 한정(限定) 용인은 위헌이 아니다.’라고 했습니다.이 헌법학자들의 국회 증언 후 실시한 요미우리신문 여론조사에서, 종전에 46% 대 41%로 법안 지지가 많았던 결과가 지지 40%, 반대 48%로 역전되었습니다. 법안을 정부가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는 사람이 80%였고, 아베 총리의 지지도는 한 달 새 5%포인트가 떨어져 53%로 나타났습니다.아사히신문은 사설에서 "자성(自省)과 자제(自制)가 없고, 브레이크가 걸리지 않는 사람들에게, 나라의 존립(存立)이 걸려 있는 판단을 맡길 수 있느냐 -- 답을 내는 것은, 총리도 아니고 여당도 아니다. 주권자인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인 것이다."라고 썼습니다.이 법안 심의에 앞선 일본국회의 독특한 1대1 당수(黨首) 토론에서, 시이 카즈오(志位和夫) 위원장은 아베 총리에게 "포츠담선언에 지난 일본의 전쟁에 대해 세계 정복을 위한 전쟁이었다고 명백히 판정하고 있다. 총리는 이 포츠담선언의 인식을 인정하지 않는가?"라고 질문했습니다.아베 총리는 직접적인 답변을 피하고, "그 부분을 상세하게 읽지 않았으므로, 즉각 논평하는 것은 피하고 싶다. 지난 전쟁의 통절한 반성으로 오늘날의 행보(行步)가 있다."고만 했습니다. 이에 대해 시이 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아베 총리의 포츠담선언에 "사실오인이 있다. 진정으로 읽지 않았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그는 아베 총리가 자민당 간사장 대리로 있었던 2005년 7월에 월간지‘Voice'와의 회견에서, 미국이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탄을 떨어트려, 일본에 ‘대단한 참상’을 입힌 뒤 ‘어때’하는 태도로 일본에 내던진 것이 포츠담선언이라고 한 말을 인용했습니다. 포츠담선언이 발표된 것은 1945년 8월 6일의 히로시마 원자탄 투하 11일 전인 1945년 7월 26일이었기에 아베의 이 발언 배경이 고의(故意)인지, 아니면 무지에서 한 발언인지에 대해 새로운 논쟁을 일으켰습니다. 아베 총리 측은 후일 국회에 낸 서면 해명서에서 "구체적인 발언 통고가 사전에 없었기 때문에 포츠담선언의 내용도 수중에 없고 해서, 구체적인 사항의 토론에 그렇게 답변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당수토론 전에도, 아베 총리가 민주당 여성의원의 긴 질문에 짜증스럽게 "빨리 해요"라고 반말투로 재촉한 일로 나중에 총리가 사과하는 일까지 있었습니다. 지난 2월에는 야당 의원의 발언 도중에 총리석에서 야유를 보내는 사건으로 사회자의 주의를 받은 일도 있고 하여, 총리의 국회 심의 중의 태도에 비판이 있었습니다.이 안보 특별법안의 국회 심의와 더불어, 아베 총리를 괴롭히고 있는 정치적 숙제 하나가 종전 70년 기념일에 낼 총리담화 내용입니다. 아베는 과거 담화와 동일한 표현은 피하겠다고 누차 말했습니다. 마침 9일에, 이례적으로 과거 정부 담화의 주인공인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전 총리와 고노 이치로(河野一郞) 전 관방장관이 일본기자클럽에서 같은 목소리로 고노-무라야마 담화 내용을 계승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일본의 양심있는 정치인이나 학자의 활동 결과를 지켜보겠습니다.
필자소개
황경춘
일본 주오(中央)대 법과 중퇴AP통신 서울지국 특파원, 지국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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