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세계과학기자대회’ 참가한 외신 기자들 반응, "학교 폐쇄는 과잉 대응”

“지역사회 전파 가능성 낮은데 불구하고..."


‘2015 세계과학기자대회’ 메르스 세션에서 한국의 메르스 현황에 대해 질문 중인 외신 기자들. - 세계과학기자대회 제공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의 지역사회 전파 가능성이 낮은데 학교 폐쇄는 한국 정부의 과잉 대응이다. 한국 사람들이 마스크 쓰고 다니는 것도 이해가 안 간다.”

 

9일 오전 7시 반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코엑스에서 열린 ‘2015 세계과학기자대회’의 ‘메르스 세션’에는 이른 아침임에도 해외 과학·의학기자 250여 명이 몰렸다. 이날 메르스 세션은 당초 과학기자대회 프로그램에 포함되지 않았다. 하지만 대회에 참가한 외신 기자들이 메르스를 주로 다루는 과학·의학 전문기자들인 만큼 국내 메르스 확산에 비상한 관심을 나타내면서 대회를 주최하는 한국과학기자협회에서 긴급히 마련했다.

 

세션이 끝난 뒤 본보 취재팀이 외신 기자 4명을 따로 만났다.

 

“사우디 메르스의 교훈은 병원 내 감염 막는 것”



무함마드 야히아 기자. - 세계과학기자대회 조직위원회 제공

무함마드 야히아 기자. - 세계과학기자

대회 조직위원회 제공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 중동판 편집장인 무함마드 야히아 기자(이집트)는 “2012년 6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메르스가 처음 발생한 이후 계속 메르스를 취재했다”면서 “사우디 정부 역시 초창기 메르스의 정체가 확인될 때까지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당시 사우디 정부는 현재 우리 정부의 방침과 달리 학교를 폐쇄하지는 않았다. 사우디 정부의 관심사는 10월 하지(성지 순례)에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메르스 전파가 확산되진 않을지에 초점이 맞춰졌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메르스 바이러스는 10월에 잠잠했다. 실제로 사우디에서는 4월 전후로 메르스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린다. 지난해에도 4월경 메르스 바이러스가 한 차례 유행했다.

 

야히아 편집장은 “한국 정부가 국민에게 메르스 관련 내용을 신속하게 전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학교 폐쇄와 같은 강경 대응은 오히려 국민적인 공포감만 조성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또 “메르스가 처음 발생한 중동에서는 병원 내 감염이 메르스의 주된 전파 경로인 만큼 의료진의 위생 관리에 가장 신경을 쓴다”면서 “사우디의 메르스 사태에서 얻은 교훈은 병원 내 감염을 막는 것이 첫 번째라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공기 전염 없다면 마스크 착용은 ‘난센스’”

 


마틴 엔서링크 사이언스 기자. - 세계과학기자대회 조직위원회 제공

마틴 엔서링크 사이언스 기자. - 세계과학

기자대회 조직위원회 제공


과학저널 ‘사이언스’의 마틴 엔서링크 기자(미국)는 한국 정부의 대응과 국민 반응에 과도한 측면이 있는 것 아니냐며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한국 사람들이 마스크를 많이 쓰고 다니는 걸 봤다”면서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메르스는 지역사회 감염보다는 병원 내 감염이 더 많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마스크를 왜 쓰고 다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의학전문 매체인 ‘메드페이지(MedPage)’의 아이번 오란스키 편집장도 “메르스가 공기 감염이 된다는 근거가 희박한 만큼 마스크를 쓰는 건 ‘난센스’에 가깝다”고 말했다. 오란스키 편집장은 의학박사 학위가 있는 의사 출신 기자다.

 

이에 대해 세션 발표자로 나선 김성한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사우디에서 메르스가 발생했을 당시 병원 내 감염이 약 95%였고 가정 내 전파가 4%가량이었기 때문에 사스처럼 지역사회로 전파될 가능성이 낮은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메르스에 대해서 아직 모르는 게 많기 때문에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사스 겪었다면 메르스에 공포 느낄 수밖에 없어”

 


류스레이 신화통신 기자. - 세계과학기자대회 조직위원회 제공

류스레이 신화통신 기자. - 세계과학기자

대회 조직위원회 제공


2003년 메르스 바이러스의 ‘사촌’으로 불리는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를 겪은 중국 신화통신 류스레이(劉石磊) 기자는 “중국은 사스를 겪은 만큼 현재 한국의 메르스 사태에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면서 “사실 한국에 간다고 했을 때 가족들이 가지 말라고 말렸다”고 밝혔다.

 

그는 또 “사스가 창궐한 당시 고등학교 3학년이었는데, 정부 방침에 따라 학생들은 학교 안에서만 생활해야 했다”면서 “대학 입학시험을 치르러 갈 때에도 외부와의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학교에서 제공하는 버스를 타고 갔다”고 회상했다.

 

한편 메르스 세션에 참석한 또 다른 신화통신 기자인 황쿤(黃堃)은 “최악의 시나리오가 있다면 어느 정도일 거라 생각하느냐”고 질문하는 등 국내 메르스 확산에 큰 관심을 나타냈다. 또 이번 대회에 참가하기로 한 신청자 가운데 사스를 경험한 홍콩 의료진 한 명은 국내 메르스 확산을 이유로 대회 참석을 취소했다. 병원에서 환자를 진료해야 하는 만큼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독일에서 온 한 기자는 세션에서 “한국 질병관리본부의 트위터 계정이 닫혀 있는 것을 확인했다”면서 정부의 정보 공개가 투명하지 않은 상황을 지적했다. 현재 질병관리본부는 트위터를 폐쇄한 상태다.

동아사이언스 최영준 기자 jxabbey@donga.com


"from past to future"

데일리건설뉴스 construction news

콘페이퍼 conpaper




.


그리드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