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性敬시대] 같이 죽고 싶은 당신
영화 ‘뷰티풀 마인드’에서 수학자로 분한 러셀 크로우
출처 extmovie.maxmovi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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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뷰티풀 마인드’의 모델이었던 천재 수학자 존 내쉬와 그 부인이 교통사고로 한날한시에 사망했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존 내쉬가 정신분열증을 극복하고 노벨경제학상을 받을 수 있었던 데는 수십 년간 한결같이 그의 곁을 지켜준 부인의 공이 컸다. 하루라도 안 보면 못 살 것 같던 날들은 흘러가고, 사랑의 열정도 모두 식어빠져, 사랑했지만 삶에 부대끼면서 원수처럼 되는 일도 흔하다. 서로 못마땅해하고, 옛사랑을 생각하며, 근사해 보이는 부부들을 보면서 후회한다.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싶어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긴 귀찮고 번거로울 뿐 아니라 어느새 마음도 몸도 늙어 생각처럼 간단하지 않다. 바보같이 상대방을 바꿔 보려고도 하지만 결국 포기한 채 서로 거리를 두고 산다. 엉킨 실타래는 하루라도 빨리 풀어야 하는데 비난에 상처받고 돌같이 굳어진 심장은 녹을 줄을 모른다. 겉 보기에는 멀쩡한데 집에만 들어서면 찬바람에 온몸이 시리다. 누구나 꿈꾸는 결혼생활은 바로 이런 것이다. 1912년 뉴욕 메이시백화점 소유주 이사돌 스트라우스는 아내와 유럽여행을 마치고 귀국 여객선에 올랐다. 영국 사우샘프턴에서 첫 항해에 나선 타이타닉호였다. 빙산과 충돌한 타이타닉이 가라앉기 시작하자 여자와 아이들부터 구명정에 올랐다. 스트라우스 부인은 40년을 함께 살아왔는데 이제 와 떨어질 순 없다며 남편과 남는 길을 택했다. 소원을 묻는 신(神)에게 “부부가 한날 함께 죽게 해 달라”고 한 신화에 나오는 필레몬 부부 같은 얘기다. 암수가 눈과 날개 하나씩만 달려 있어 짝을 지어야 비로소 날 수 있는 전설의 새 비익(比翼)과 한 나무의 가지가 다른 나무의 가지와 잇닿아 결까지 서로 통하는 연리(連理), 비익연리(比翼連理)처럼 부부가 살며 한 몸이 돼가는 굳은 사랑도 아주 가끔은 있다. 백거이는 ‘장한가(長恨歌)’에서 현종과 양귀비의 비련을 그리며 ‘하늘에선 비익의 새가 되고 땅에선 연리의 가지 되리라’라고 노래했다. LG카드 조사 결과, 우리나라 40대 가장 31.7%가 가정에서 가장 큰 갈등 상대가 아내라고 했다. 그 누구보다 서로의 결점을 잘 아는 사이라서 그럴 터다. 그러나 지적보다는 감싸줄 줄 알아야 금슬지락(琴瑟之樂)을 누릴 수 있다. 대접받고자 하는 대로 대접하는 것이야말로 부부의 황금률이다. 결혼생활의 빨간불은 아무 때나 켜진다. 스킨십이나 섹스 같은 육체적 접촉으로 애정이 다져지는데, 그게 대수냐고 여유 부리던 여자도 나이가 들면서 본능에 집착한다. 섹스에 허기진 부부는 삭막하다. 육체적 교통 두절은 울타리를 치게 되고 칼로 살 베기식 살벌한 싸움으로 틈새를 더 벌리기 쉽다. 인연을 파기하고 싶어진다. 요즘은 툭하면 헤어지지만 끝장내는 게 능사는 아니다. 사랑한다는 말은 쉽게 나오지 않지만 그래도 해야 한다. 그런 걸 꼭 말로 해야 하느냐고 멋쩍어 하지만 말로 한 만큼만 알 수 있다. 사랑도 연습이다. 알고 있으려니, 지레짐작한 채 서로의 마음을 나누지 않아 갈등하는 부부가 많다. 정 못하겠다면 글로 적어도 좋을 것이다. 아주 많이 어색하더라도 ‘사랑하는 당신에게’로 시작해서 ‘당신을 사랑하는 아무개로부터’로 끝을 맺으면 아무 때나 더워지는 이때에 시원한 냉수 한 사발 같을 것이다. 뜬금없이 처음 사랑을 느꼈던 때를 추억하기 위해 자주 데이트했던 곳을 찾아가면 기꺼이 눈이 삐고 싶어 했던 초심이 스멀스멀 생각날지도 모른다. 쉽게 죽어지지도 않는 세상에서 70년씩 같이 살며 진저리를 치고 으르렁거리며 사는 대신 애틋하게 사랑하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손잡고 나란히 죽는 부부가 되면 얼마나 좋을까? [성경원 한국성교육연구소장 서울교대·경원대 행정학 박사 / 일러스트 : 김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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