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휠' 미래 교통수단?
원조 ‘세그웨이’ 삼킨 중국 ‘나인봇’
외발 전동휠이 무섭게 퍼지고 있다. 국내에서 올 들어서만 4000대 이상의 외발 휠이 팔렸다. phot스타플릿
‘전동 탈것’ 어떤 것들이 있나
전동 보드, 전동 킥보드, 전동 스쿠터… 외발 전동휠 외에도 전동 보드, 전동 킥보드, 전동 스쿠터 등 전동 탈것의 판매량이 최근 급격히 늘었다. 전동 탈것 판매업체 ‘킥보이’의 박찬두 과장은 “올해 판매량이 확 증가했다. 특히 외발 전동휠이 많이 팔린다. 자전거로 대표되는 개인 대중교통 수단을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외발 전동휠, 전동 킥보드, 전동 스쿠터가 6:3:1 비중으로 팔린다고 한다. 킥보이는 유럽과 중국을 중심으로 전동 탈것의 붐이 이는 것을 보고 2013년 6월에 오픈했다. 그리고 단 2년 만에 6개의 대리점을 거느린 업체로 발전했다. 외발 전동휠은 특히 한국에서 인기가 많다. 외국은 전동 킥보드 호응이 높지만 한국에서 킥보드는 상대적으로 맥을 못 춘다. 지형 때문이다. 외국은 평지가 많아서 킥보드로 씽씽 달릴 수 있지만 한국은 경사로가 많아서 속도를 내기 어렵다는 것. 평지에서나 경사로에서나 속도조절이 상대적으로 용이한 외발 전동휠이 인기가 많은 이유다. 주간조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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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5일 서울 여의도 한강시민공원, 자동으로 굴러가는 외발 바퀴를 타고 지그재그 곡예운전을 하는 동호회 회원들에게 나들이객들의 시선이 쏠렸다. “페달이 없는데 어떻게 굴러가지?” “손잡이도 없는데 어떻게 넘어지지 않을까?” “속도랑 방향 조절은 어떻게 하지?” “거참, 신기한 물건이네”….
사람들의 시선을 단숨에 끌어모은 이 물건은 ‘외발 전동휠’(이하 ‘전동휠’로 표기). ‘외발형 전동 스쿠터’ 혹은 ‘통발이’로도 불린다. 이 바퀴 하나짜리 전동휠이 도심 곳곳에 출현하고 있다. 지난 4월 24일 저녁, 나는 지하철 서울역 환승장에서 이 전동휠을 타고 바람처럼 지나치는 한 남자를 목격했다.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남자는 지하철에서 내리자마자 이 전동휠을 바닥에 놓고 발판을 날개처럼 펴더니 사뿐히 올라타고 군중 속으로 스르륵 사라졌다. 보행자보다 두 배 정도 빠른 속도다. 옆에서 보니 빠르게 달리는 두 다리를 데굴데굴 굴러가는 모양으로 희화화한 만화의 한 장면이 연상됐다.
외발 휠의 무게는 13㎏ 내외, 지름은 40~50㎝, 가격은 100만원대 내외. 이 작은 바퀴의 확장세가 심상치 않다. 단순히 ‘또 하나의 전동 탈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는 게 관련업계와 이용자들의 중론이다. 이를 두고 ‘미래형 이동수단’ 내지 ‘차세대 이동수단’으로 거론하기도 한다.
국내에 가장 널리 보급된 전동휠은 중국 업체 나인봇의 제품 ‘나인봇 원’. 나인봇 원의 공식 수입업체 ‘스타플릿’에 따르면 지난 두 달 동안 2000대가 넘는 나인봇 원이 팔렸다. 나인봇 원 외에도 ‘갓웨이’ ‘락휠’ ‘ips’ ‘에어휠’ 등 유사상품 및 각종 대리점을 통해 판매된 나인봇 원까지 합치면 올 들어서만 4000대 이상의 외발 휠이 팔린 것으로 추정된다. 나인봇 원의 판매가 급증하면서 지난 4월 15일 스타플릿에서는 대전 총판에 이어 서울 강남에 두 번째 대리점을 개설했다. 다양한 전동 탈것을 취급하는 ‘킥보이’ 측은 주간조선에 “전동휠의 판매 비중이 급증하고 있다. 외발 휠의 판매량이 전체 전동 탈것의 60~70%를 차지한다”라고 말했다. 킥보이는 전동휠 외에도 전동 보드, 전동 스쿠터, 전동 킥보드를 판매한다.
해외의 성장세도 가파르다. 중국에 있는 나인봇 본사 측은 “지난 3년 동안 중국 내 셀프 밸런싱 스쿠터 시장은 매년 두 배씩 성장했다”며 “지난해에 1000만대 가까이 수출했고 올 들어서는 3달간 1000만대꼴로 수출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셀프 밸런싱 스쿠터’는 외발 휠과 바퀴 두 개에 손잡이가 달린 세그웨이류를 통칭하는 용어. 나인봇 측에서는 외발 휠은 ‘나인봇 원’, 두발형 전동휠은 ‘나인봇’으로 부른다. 나인봇 측은 “셀프 밸런싱 스쿠터는 자동차가 처음 발명됐을 때처럼 혁신적인 교통수단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회사원 박성호(35)씨에게 전동휠은 제2의 신발이다. 그는 현관에서부터 아예 전동휠을 타고 나선다. 엘리베이터 안에서도 타고 있고, 마트에서 쇼핑할 때에도, 쓰레기 버릴 때에도 타고 나선다. 출근길에서는 2차 이동수단이다. 자동차로는 도로를 달리고, 전동휠로는 현관에서 주차장까지, 회사 주차장에서 사무실까지 이동한다. 3월 초에 구입해 두 달 가까이 이용 중이라는 그는 “어디를 가든 늘 (전동휠을) 들고 다니다 보니 걸을 일이 많지 않다. 이젠 발로 걷거나 뛰는 게 더 이상할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전동휠을 ‘어른들의 장난감’이자 ‘근거리 이동수단의 최고봉’으로 표현한다.
나인봇 원 외에도 갓웨이, 락휠, ips 등 다양한 전동휠이 출시돼 있다. photo 킥보이 “전동휠의 용도는 두 가지, 기교용과 주행용이다.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의 경우 전동휠로 곡예를 한다. 점프, 회전, 제자리 돌기, 외발로 타기 등을 선보이는 거다. 며칠 전에도 여의도에서 동호회(밴드) 정모(정기모임)가 있었다. 30~40명이 모여서 서로의 기술을 선보이며 연습했다. 매주 각 지역마다 정모가 있다. 서울에만 10여개의 밴드가 있고 일산, 분당, 안산, 울산, 대구, 부산, 광주에도 있다. 밴드당 회원 수가 300명이 넘는다. 주행의 경우 자전거와 비슷한 용도다. 평균 시속 10~15㎞로 주행한다. 두 시간 충전하면 30㎞ 거리를 갈 수 있다. 자전거는 탈수록 지치지만 이건 아무리 타도 힘들지 않아서 참 편하다.”
전동휠을 조종하는 것은 인간의 몸이다. 신체의 미묘한 움직임을 감지해 전진과 후진, 감속과 가속, 정지를 한다. 허리를 꼿꼿하게 편 채 몸의 중심을 앞으로 살짝 기울이면 증속하고, 뒤로 젖히면 감속하거나 멈춘다. 우리 몸이 감속장치이자 가속장치인 셈이다. 몸과 하나된 이동수단이라는 점에서 신체의 연장이자 제2의 다리라고 할 만하다. 전동휠에 응용된 기술은 ‘자이로스코프’. 비행기의 수평유지 장치 등에 사용되는 이 원리는 탑승자의 무게중심이 이동하는 것을 100분의 1 단위로 측정해 방향과 속도를 자동으로 결정해준다.
쉬워 보이지만 외발 전동휠을 자유자재로 타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박성호씨는 “판매업체에서는 두 시간만 배우면 탈 수 있다고 하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다. 처음 배우는 사람의 경우 자전거 타기보다 힘들다”고 했다. 운동신경에 따라 차이가 큰데, 일반인의 경우 하루 2시간씩, 3~4일은 꼬박 연습해야 탈 수 있다고 한다.
자이로스코프의 원리를 이용한 ‘셀프 밸런싱 스쿠터’는 사실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그 시작은 14년 전인 200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두 개의 바퀴를 단 발판 위에 올라타서 손잡이를 잡고 몸을 앞뒤로 움직이기만 하면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신개념 이동수단의 발명에 전 세계가 흥분했다. 그 주인공은 ‘세그웨이’. 사람들은 세그웨이가 교통문화의 혁명이 될 것이라며 호들갑을 떨었다. 세그웨이 창립자 딘 카멘 역시 세그웨이가 자동차 발명에 버금가는 신개념의 교통수단이 될 것이라며 큰소리를 쳤다. 하지만 예측은 빗나갔다. 1300만원 정도의 높은 가격과 50㎏에 육박하는 육중한 무게는 제2의 교통수단으로 정착하기에 한계가 있었다.
세그웨이 원리와 비슷한 전동휠을 두고 ‘교통문화 혁명’ 운운은 데자부 같은 측면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발 전동휠에서 새로운 이동수단의 단초를 보는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바로 창립 2년 만에 원조 ‘세그웨이’를 집어삼킨 중국의 무서운 신예기업 ‘나인봇’ 때문이다. 나인봇에서 처음 세그웨이와 유사한 ‘나인봇’을 출시할 당시만 해도 사람들은 세그웨이 짝퉁이라며 콧방귀를 뀌었다.
그러나 기능은 유사하면서 세그웨이보다 가볍고 세그웨이의 4분의 1 가격에 불과한 두발 전동휠 나인봇은 무섭게 팔렸다. 한발 더 나아가 바퀴 하나를 줄이고 발판을 옆으로 접어 동그란 바퀴 하나에 모든 것을 녹여낸 ‘나인봇 원’이 저렴한 가격에 등장하면서 ‘셀프 밸런싱 스쿠터’ 시장은 구도가 확 바뀌었다. 100만원 정도에 불과한 나인봇 원에 사람들은 열광했고 자전거를 구입하듯 너도나도 사게 됐다. 중국의 유명 통신회사 샤오미 등이 8000억원을 투자하면서 나인봇의 성장세는 더욱 날개를 달았다.
나인봇이 세그웨이를 정식 인수한 것은 지난 4월 15일이다. 나인봇은 지난해 세그웨이로부터 지적재산권 침해로 미국 수입금지 소송을 당한 바 있다. 이런 전적이 있는 회사에 팔렸다는 것은 세그웨이로서는 우스운 모양새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인수 발표는 다소 비밀리에 진행됐다. 샤오미의 레이쥔 대표와 관계자와 기자 등 500여명이 초청된 기자회견장의 메인 이미지 화면에는 파란 화면에 N, 빨간 화면에는 S만 표시돼 있었다. 자석의 양극을 떠올리게 하는 이 알파벳은 ‘나인봇’과 ‘세그웨이’를 상징했다. 나인봇 측은 회견장에서 “세그웨이의 브랜드파워와 기술력에 힘입어 근거리 이동수단 사업을 보다 글로벌하게 발전시킬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국내에 외발 전동휠이 무섭게 퍼지기 시작한 것도 나인봇 원이 본격 출시되면서부터다. 나인봇 원이 외발 전동휠의 시초는 아니다. ‘갓웨이’ ‘ips’ ‘락휠’ 등 유사 제품이 이미 시장에 진을 치고 있었다. 그러나 기능과 디자인, 저렴한 가격의 삼박자를 갖춘 나인봇 원은 외발 전동휠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고급 스마트폰 시장을 파고든 중저가 스마트폰 샤오미의 돌풍과 유사한 모양새다.
외발 전동휠을 둘러싼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다. 안전 때문이다. 얼마 전 전동휠 탑승자가 한 할머니에게 다리 골절상을 입히는 사고를 냈다. 내리막길에서 속도를 감당하지 못한 탑승자가 전동휠을 내팽겨치고 뛰어내리면서 난데없이 날아든 전동휠에 할머니가 맞은 것이다. 손잡이 하나 없이 오로지 몸의 감각만으로 조절해야 하는 외발 전동휠의 특성상 탑승자는 당황하면 전동휠에서 뛰어내리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혼자 나뒹구는 전동휠, 갑자기 뛰어내린 탑승자로 인해 제2, 제3의 사고를 유발할 수 있는 것이다.
위험성이 또 있다. 현재 대부분의 외발 전동휠은 일정 속도를 넘으면 서서히 서는 것이 아니라 갑자기 정지한다. 이 경우 탑승자는 관성 때문에 앞으로 튕겨나가게 돼 다칠 수 있다. 속도 경고등이 뜨긴 하지만 위험성이 다분하다.
현재 전동 탈것 붐은 초창기다. 아직 전동휠을 포함한 각종 전동 탈것에 대한 관련 교통법규는 전무한 상태다. 전동휠이 도로를 달려야 할지, 인도를 달려야 할지에 대한 법규도 없다. 이용자들은 대부분 인도를 이용한다. 자동차들이 전동휠에 대한 인식이 없기 때문에 탑승자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는 이유다. 결국 인도를 질주하는 전동휠 때문에 보행자의 안전이 위협받는 상황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동호회 회원 김주리씨는 이렇게 말했다. “동호회 회원들 사이에서 ‘솔선수범해서 안전하게 타는 모습을 보여주자’는 공감대가 넓다. 전동 탈것이 안전한 교통수단이라는 인식이 퍼지는 데에는 초기 탑승자들의 역할이 크기 때문이다.”
전동휠은 아직 주행용보다 기교용으로 더 애용되는 단계지만 주행용 사용자들이 점점 느는 추세다. 전동휠이 안전한 제2의 이동수단이 될지, 보행자 사이를 무법질주하는 무기가 될지는 아직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주간조선 김민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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