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해외 투자 10년 성적표는?

日 1.5조 달러 벌 때, 한국은 204억달러


저성장·고령화로 가는 한국경제의 돌파구

한국, 물건 만들어 파는 수출주도형 경제에만 매달려

국가파산 위기 그리스보다 해외증권투자 규모 작아

기업들, 외국기업 인수·부동산 투자 등 서서히 성과

고령화 따라 老後대비 절실한 개인들도 투자 나설 때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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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5년간 네덜란드 공적 연금은 평균 11.2%, 캐나다 국민연금(CPP)은 11.9%, 노르웨이 정부 연기금은 12% 수익을 냈다. 하지만 고수익을 낸 이 연금들의 모국(母國)은 노쇠하고 저성장에 신음하고 있다. 


캐나다의 경제성장률은 2%(2013년 기준), 노르웨이는 0.6%, 네덜란드는 마이너스 0.8%이다. 이 나라들의 연금이 고수익을 내는 비결은 침체한 국내를 벗어나 해외 국가와 기업,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이다.


한국 경제가 자본 수출에 눈을 떠야 하는 이유는 선진국 경제의 역사와 현실이 잘 보여주고 있다. 미국, 독일, 일본 등은 국내총생산(GDP)의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굴리는 자본 수출로 막대한 이익을 챙기고 있다. 지난 2013년 일본과 독일은 각각 1213억달러, 1182억달러의 해외 배당 수익을 챙겼다. 그해 우리나라의 배당 수입은 170억달러에 불과했다.



 일본은 지난해 배당 수지(해외 증권 투자 등으로 벌어들인 금액과 국내 자본시장에서 외국인에게 지급한 금액 차이) 흑자가 한국(49억1000만달러)의 18배인 885억5000만달러에 달한다. 일본 소프트뱅크(회장 손정의)는 지난 2000년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에 2000만달러(약 205억원)를 투자했고, 작년 9월 상장 직후 지분 가치가 700억달러(약76조원)를 넘었다. 


일본의 성공 사례는 수없이 많다. 일본은 최근 10년간 해외투자로 1조4891억달러를 벌어들인 반면, 한국은 같은 기간 204억달러 수익에 그쳤다.


한국 경제는 저성장과 고령화에 시달리던 20년 전 일본 모습을 따라가고 있다. 경상수지 흑자가 커지면서 환율 상승 압력을 받아 수출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는 상황까지 닮아가고 있다. 37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경상수지 흑자로 달러가 쌓여, 원화 강세를 막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형편이다. 일본이 이런 동시다발적인 충격을 해외 자산에서 나오는 투자 수익으로 어느 정도 버텨낸 것처럼 우리 경제도 자본 수출에서 해답을 찾아야 할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우리 기업이나 연기금 등도 아직은 걸음마 단계지만, 해외 기업 인수나 지분 참여, 해외 주요 도시의 랜드마크급 대형 부동산 인수 등에서 성공 사례를 만들어가고 있다. 


대표적 사례로 꼽는 것은 세계적 골프 브랜드 '타이틀리스트' 인수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휠라코리아와 함께 2011년 5월 타이틀리스트와 풋조이 등 유명 골프 브랜드를 보유한 아쿠시네트(Acushnet)를 12억2500만달러(약 1조3000억원)에 인수했다. 당시 나이키, 캘러웨이, 블랙스톤 등 쟁쟁한 경쟁자를 제치고 인수전에서 승리를 거뒀다. 한국투자증권은 이 회사의 기업 가치가 내년에 28억8000만달러(약 3조1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5년 만에 인수 자금이 2.5배가량으로 늘어난 것이다.


 한국투자공사(KIC)도 설립 이후 10년간 투자 원금 700억달러가 847억달러로 불어났다. 147억달러(약 16조2000억원)를 벌었다. KIC는 "삼성전자가 연간 스마트폰 3억2000만대를 판매하고 거둔 영업이익 13조4000억원의 1.2배, 현대자동차가 연간 자동차 약 500만대를 판매하고 거둔 영업이익 5조3000억원의 3배에 해당한다"고 발표했다.


그나마 기업의 자본 수출은 성공 사례를 만들어가고 있지만, 개인과 가계는 상대적으로 더 뒤처졌다. 2013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가계의 금융 자산 가운데 해외 투자 비중은 0.8%에 불과하다. 


금액으로 치면 62만원 정도다. 미국(20.7%), 일본(6.7%)과 비교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일본처럼 '와타나베 부인(고금리의 해외 투자에 눈을 돌린 주부 투자자들)'이 등장할 수 있도록 세제 등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고령화에 따른 노후 대비 중요성이 커지고 있어 개인들이 수익을 높일 수 있는 해외 투자를 늘려나가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자본 수출의 척도로 볼 수 있는 한국의 국내총생산 대비 해외 증권 투자는 1680억달러(2013년 기준)에 그치고 있다. 국가 파산 위기에 몰려 있는 그리스(2420억달러)에도 뒤처지는 것이 현실이다. 


여전히 물건을 만들어서 파는 수출 주도형 경제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해외 투자 자본에서 이익을 창출하는 자본 수출 시대로 진입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한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본이 1990년대 후반 초저금리 시대에 들어서면서 해외 투자가 늘어난 것처럼 우리나라도 비슷한 상황을 맞게 될 것"이라며 "자본 수출로 '돈이 일하게' 만드는 것은 선택 사항이 아니라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조선비즈 이진석 기자 선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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