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서 일하려면 ‘안전교육’ 반드시 이수해야

건설현장 일용근로자 기초안전교육


30여 명이 넘는 수강생들이 기초안전보건교육을 받고 있다.

“고맙지요. 하루 벌어 먹고 사는데, 시간까지 내서 교육받는데 따로 돈까지 들여야 하니까요. 아주 고마운 제도라고 생각해요.”


강의실에는 평일 낮인데도 30여 명이 넘는 교육생들이 자리를 채웠다. 나이 든 장년층은 물론 대학생으로 보이는 젊은이들까지 연령대는 다양했다. 이곳은 건설업 기초교육 현장이다. 4시간짜리 수업으로 건설업에 참여하고자 하는 이는 누구든지 들어야 하는 필수과정이다. 사업주에게도 의무사항이다.


2012년 6월 공사금액 1,000억 원 이상 건설현장을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확대 적용돼 2014년 12월부터는 3억 원 미만 현장까지 모든 건설현장에 적용되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인 문제가 발생했다. 소규모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일용근로자의 경우 3만 원을 들여 자비로 교육을 받다보니 시간과 돈에 부담을 느낀 것.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2015년부터 소규모 건설현장 일용근로자의 기초안전보건교육 비용을 정부가 지원하고 있다.  


4시간의 교육 후 받아든 이수증
4시간의 교육 후 받아든 이수증

 
교육 받기를 원하는 근로자는 고용노동부가 지정한 전국 73개 건설업기초교육기관을 통해 신청하면 된다. 기초안전보건교육은 건설 현장에서 1회만 이수하면 된다. 기타 사항은 고용노동부나 안전보건공단에 상세한 안내가 돼있다. 

기초안전보건교육을 직접 체험해보기 위해 서울 구로동에 위치한 한 교육기관을 찾았다. 교육은 오전과 오후 두 번 중 원하는 시간에 받을 수 있다. 인터넷이나 전화 등으로 예약하면 되며 인원이 채워지지 않았을 경우에는 현장에서도 접수를 받는다. 다만, 교육이 시작 된 후로는 입실이 불가능하다. 정확하게 4시간 교육을 엄수하고 있는 것. 

보건강사의 작업 전 몸풀기 교육에 따라 스트레칭 중인 교육생들
보건강사의 작업 전 몸풀기 교육에 따라 스트레칭 중인 교육생들

 
사진도 현장에서 찍어줘 따로 준비할 필요가 없다. 기타 교재와 필기도구 등도 모두 준비돼 있다. 심지어 차와 음료까지 준다. 열심히 하겠다는 의지만 있으면 된다. 이수증은 모든 교육이 끝난 후 지급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4년 상반기 건설업 재해자 수는 1만1024명으로 2013년 같은 기간에 비해 4.6%가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제조업 재해자 수는 전년 동기보다 3%가 감소한 1만4,193명으로 조사됐고, 전체 재해자 수는 4만149명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1,346명이 줄었다. 

지원 신청서를 쓰면 교재 등을 무료로 지급해 준다
지원 신청서를 쓰면 교재 등을 무료로 지급해준다.

 
특히 산업재해로 사망한 근로자 수는 건설업이 254명으로 전체 26%를 차지하며 1위다. 하루 평균 1.4명이 산업재해로 사망했다는 얘기다. 다행히 건설업 산재 사망자 수 자체는 전년 상반기보다 3.4%가 줄었지만 제조업(244명 사망)이나 광업(205명) 등 다른 산업과 비교해 가장 높은 수치인 것.

때문에 고용노동부에서는 건설업 현장에서의 사고 예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기초안전보건교육이 권고가 아닌 필수사항인 이유다. 교육은 산업안전보건법 주요 내용(건설일용근로자 관련부분)과 안전의식 제고에 관한 사항에 대해 1시간, 작업별 위험요인과 안전작업 방법(재해사례 및 예방대책)에 2시간, 건설 직종별 건강장해 위험요인과 건강관리에 대해 1시간으로 구성된다. 

마네킹을 이용해 각종 보호장구에 대한 설명도 곁들여진다
마네킹을 이용한 각종 보호장구에 대한 설명도 곁들여진다.
건설현장에 일어날 수 있는 사교예방 등에 대해 교육을 진행한다
건설현장에 일어날 수 있는 사고 예방 등에 대한 교육을 진행한다.

  
수업이 시작됐다. 안전모, 안전화, 안전장갑, 방진 마스크 등 각종 보호구의 역할과 올바른 착용방법, 각종 사고 사례와 그 원인, 사고 발생 시 가장 시급히 취해야 할 행동요령 등이 수업 내내 펼쳐졌다. 

단순한 주입식 교육이 아니라 비디오 등을 이용해 사고 영상을 보여주고, 실습도 병행해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특히, 무거운 물건을 나를 때 팔이나 허리 등 상체 힘으로 옮기려고 하는 경우가 많은데, 무릎을 이용해 힘을 분산하면 관절에 무리가 오지 않는다며 직업병 예방에 힘써달라는 주문이 이어졌다.

출석 관리도 철저했다. 매 시간 출석을 부르고 교육생들의 사진을 남겨놔 이탈을 방지하고 교육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고 있었다. 국민의 세금이 지원되는 사업이 철저하고 엄격하게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옆 자리에 있던 50대 중반의 한 남성은 “교육을 받아야 한다기에 귀찮다는 생각이 앞섰던 게 사실”이라며 “그래도 국가에서 서민들을 위해 지원해주니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건강을 생각하라고 조언해주던 변혜민 강사
무엇보다 건강을 생각하라고 조언해주던 변혜민 강사

 
이날 근로자 건강관리 등 보건교육을 담당한 변혜민 보건강사는 건설업에 종사하는 분들에게 “일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본인 몸과 건강이 가장 우선이라는 것을 꼭 숙지하셨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남겼다.  

안전보건공단에 가며 교육장 등 자세한 안내를 받을 수 있다
안전보건공단에 가면 교육과 관련한 자세한 안내를 받을 수 있다.

 
“흔히 말하는 건설업 직업병들은 회사나 본인 입장에서 조금만 배려하면 안 걸려도 될 병들이 많습니다. 귀찮다 생각 마시고 보호구도 꼭 착용하는 등 스스로 몸을 아끼려는 노력이 꼭 필요합니다.”

모든 수업이 끝난 뒤 드디어 기다리던 이수증이 주어졌다. 마치 운전면허증을 찾을 때처럼 약간의 두근거림이 찾아온다. 이것만 있으면 전국 건설업 현장 어디에서든 일할 수 있는 것이다. 본인의 등록번호는 인터넷으로 안전보건공단에서 확인할 수 있다. 교육장을 나서는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진 느낌이다.


정책기자단|나영준nyj7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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