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性敬시대] 아내 잔소리에 살아나는 남편


일러스트 : 김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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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벽두부터 화두는 담뱃값이다. 


소리 없는 파괴자인 담배는 공공장소는 물론 사무실과 술집, 식당, 커피숍, PC방에서까지 구박을 받게 됐다. 보건복지부가 공개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건강통계(Health Data 2014)에 따르면 우리나라 남성 흡연율(15세 이상 매일 담배 피우는 사람 비율)은 37.6%로, 그리스(43.7%)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아 세계적인 흡연 대국이다. 흡연은 조선 시대에도 골칫거리였다. 실학자 박지원과 이덕무와 이익 등이 특히 흡연의 폐해를 거론했다. 


집집마다 담배 좀 제발 끊으라는 아내의 잔소리로 귀에 딱지가 들러붙었고, 애연가들도 이참에 끊고야 말겠다며 금연 의지를 불태운다. 그러나 ‘한 방에 담배를 끊는 놈은 독종이니 상종도 하지 말라’는 말이 있어서인가. 


은단이나 캔디를 동원해 봤자 그 맛을 잊지 못해 대부분 번번이 실패하고 만다. 동화약품 조사 결과, 연초 금연을 계획한 사람은 78%였으며 이 중 70%가 실패했는데 그 이유는 스트레스가 47%로 가장 많았고, 식사나 음주 후 습관이 27%로 뒤를 이었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조사 결과, 아직도 집 안에서 담배를 피우는 ‘같이 죽자’ 남성들이 42%고, 아내의 절반 이상은 흡연 때문에 남편과 갈등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골초들은 죽어도 담배만은 포기 못한다며 줄담배를 뻑뻑 뿜어대지만 머릿속은 편치 않을 터다. 


많은 사람들이 그 유혹에 무릎 꿇는 것은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등에서 담배를 마약류로 분류할 정도로 담배의 중독성이 강하기 때문이다. 


니코틴(nicotine)이 집요하게 뇌에 작용해 탐닉성을 가진 도파민을 비롯 세로토닌, 아세틸콜린, 노르에피네프린 분비를 촉진시키는데 이는 세파에 찌든 사람들에게 순간적인 쾌감을 주고 집중력이 올라가며 스트레스와 불안감이 줄어든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아침에 눈뜨자마자 피우는 담배와 식후 담배가 가장 맛있지만, 격렬하게 섹스를 치르고 난 후 빨아대는 한 모금의 담배는 성적 흥분이 가라앉으면서 몰려오는 허무함을 채우는 데 최고다. 


그러나 담배의 치명적인 약점은 발기의 적(敵)이라는 것이다. 니코틴은 동맥 혈관을 수축시켜 한꺼번에 다량의 혈류가 해면체 안으로 흘러들어 가는 것을 방해해 발기를 어렵게 한다. 


그뿐 아니라 정맥을 조여주지 못해 피가 실실 빠져나가게 만들어 어렵게 살아난 걸 금방 죽여 버린다. 수도관이 좁고 녹슬어서 줄줄 새는 식이다. 또 음경 동맥의 동맥경화를 촉진시키고, 음경해면체 조직을 파괴해 세포 수까지 줄어들게 만든다. 


담배를 태울 때 담배 끝 부분의 온도는 섭씨 1000℃를 넘는다. 이때 니코틴뿐 아니라 타르(tar)와 일산화탄소(CO) 등 독성 물질이 폐혈관을 타고 우리 몸 구석구석까지 퍼져 갖은 나쁜 짓은 다 한다. 


성욕 감퇴와 함께 고환의 기능을 저하시켜 정자 생성과 발육을 방해하고, 정자 형태까지 변화시키는데 이는 불임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정자의 활동성도 감소시키는데 골초들 정자를 현미경으로 분석해 본 결과 200마리 중 199마리가 졸고 있다고 한다. 


도박하는 사람들은 손모가지를 똑 분질러도 화투 들고 나간다는 말이 있듯, 담배 포장지에 해골을 그려 넣거나 폐가 썩어 문드러지는 징그러운 그림을 넣어 봤자 피울 사람은 다 피운다. 


그런데 아내 말을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기듯이 아내가 도와주면 금연에 성공할 것이라고 어리광 부리는 남편들이 72%나 된다. 죽은 자식 고추 만지지 말고, 담뱃재처럼 사그라지는 남편 거 살려내려면 아내가 입술이 부르트도록 잔소리를 해야 성공하지 않을까. 

[성경원 한국성교육연구소장 서울교대·경원대 행정학 박사 / 일러스트 : 김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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