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과 간 [방재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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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코올과 간

2014.12.02


송년 모임들로 술자리가 잦아지는 연말입니다. 적당한 음주는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하지만 친한 사람들과의 술자리에서 술을 적당량 마신다는 것은 그리 쉽지 않은 일입니다. 술을 과도하게 마시고 나면 두통, 구토, 설사, 수면장애, 피로감, 집중력 저하 등의 숙취현상이 나타나는 것을 알면서도 음주를 계속하는 것을 보면 술이 지닌 알코올의 유혹이 얼마나 센지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알코올의 유혹에서 벗어나려면 알코올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필요합니다.

체내로 들어온 알코올은 혈액을 통해 빠르게 확산되어 뇌를 비롯한 우리 신체의 모든 세포들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술을 마시면 알코올의 작용에 의해 심리 상태가 이완되며 잠시 마음이 편안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주량에 넘치게 술을 마시면 뇌세포나 근육세포 등이 평소보다 센 자극을 빠르게 받아 과격한 행동의 변화가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술을 마시면 술에 들어 있는 알코올의 25%는 위에서 혈관으로 흡수되고, 나머지는 대부분 소장에서 흡수되어 혈액을 통해 간으로 운반됩니다. 그리고 일부는 근육으로 운반되어 근육세포를 손상시키기도 하며, 뇌세포에 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뇌세포가 손상될 경우 정신적인 안정성이 흐트러질 뿐만 아니라 신체 활동이 조화를 잃게 되고, 영양 장애가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알코올이 피부에 분포하는 혈관을 손상시킬 경우 콧등이 푸른색으로 변하기도 합니다.

알코올은 농도가 높을수록 체내에서 빨리 흡수되며, 샴페인처럼 탄산이 들어 있는 술의 알코올 흡수속도가 더 빠릅니다. 마신 술의 알코올은 약 95% 정도가 간에서 분해되고 나머지는 폐를 통한 호흡이나 땀 그리고 소변 등을 통해 배출됩니다. 술을 마시고 얼마 지나지 않아 술 냄새를 풍기는 것은 호흡을 통해 배출된 알코올 때문입니다.

개인의 체질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우리 몸에서 1시간에 분해되는 알코올의 양은 보통 사람의 경우 약 10g 정도라고 합니다. 알코올 10g은 소주(20%) 60ml, 막걸리(6%) 200ml, 맥주(5%) 240ml, 포도주(12%) 100ml, 그리고 위스키(45%)의 경우 30ml 정도에 들어 있는 양입니다. 따라서 마시는 술이 이 양을 초과하면 혈중 알코올 농도가 빠르게 높아져 간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간(肝)은 우리 몸의 에너지원인 당(糖)을 공급해주고, 콜레스테롤 수치를 조절해주는 담즙 생성과 혈장 단백질의 합성, 그리고 알코올, 암모니아, 니코틴, 약물 등의 독성물질을 제거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중요한 장기인 간이 과도한 음주로 손상되면 건강을 크게 해치게 되는 것은 당연합니다.

음주로 체내에 들어온 알코올은 간에서 두 단계의 대사과정을 거칩니다. 먼저 알코올은 알코올 탈수소효소(ADH)에 의해 분해되어 아세트알데히드(acetaldehyde)라는 독성물질로 바뀌며, 아세트알데히드는 알데히드 탈수소효소(ALDH)에 의해 빠른 속도로 독성이 없는 아세트산으로 전환되어 몸 밖으로 배출됩니다. 그러나 과음을 할 경우 아세트알데히드가 평상시보다 더 많이 생성되어 아세트산으로 전환되지 못한 아세트알데히드가 간에 축적되어 나타나는 현상이 숙취입니다.

간에 저장되어 있는 지방은 혈액을 통해 온몸의 지방세포로 운반되어 이용되는데, 술을 자주 많이 마시면 간세포가 알코올 해독 기능을 수행하느라 운반되지 못한 잔여 지방이 간세포 내에 축적이 됩니다. 간세포가 지방 축적으로 비대해지면 간이 붓고 단단해지며 정상적인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게 되는데, 이 단계가 알코올성 간염(hepatitis)입니다. 간염의 징후는 피부나 눈의 흰자위가 노랗게 변하는 황달 증상으로 나타납니다.

알코올 중독으로 이러한 상태가 지속되면 간세포가 죽으며 혈액의 흐름을 방해하여 간의 기능이 심하게 저해되는 간경화(肝硬化, liver cirrhosis)로 진전이 되고, 심한 경우 간암이 유발될 수도 있습니다. 간경화의 징후로는 체중감소, 피로감, 식욕부진, 복수, 오심, 황달 등의 증상을 들 수 있습니다.

알코올성 간염이나 간경화증의 발병은 같은 양의 술을 마셔도 사람마다 또는 성별에 따라 차이를 보입니다. 이는 각 개인이 지니고 있는 유전적인 요인과 알코올 대사에 관여하는 효소의 기능이나 면역반응 단백질이 다르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술은 식사 후 마시거나 안주를 곁들여 마시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이는 위장이 빈 상태에서 술을 마시면 음식을 먹은 후 마실 때보다 혈중 알코올 농도가 빠르게 상승하기 때문입니다. 안주로는 과일이나 단백질이 풍부한 식품을 선택하여 간에 지방이 축적되는 것을 예방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연말 송년 모임에서와 같이 술을 마실 수밖에 없는 경우 마시는 속도와 양의 조절이 필요합니다. 개인에 따라 체질적으로 차이가 있지만 건강한 성인 남성의 경우 간에 무리를 주지 않는 1회 음주량은 알코올 20g 이내라고 합니다. 이는 소주 1/3병(120ml), 막걸리 400ml, 맥주 500ml 정도에 해당하는 양입니다. 여성의 경우 남성보다 적은 양으로도 알코올성 간질환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는 사실에도 유념해야 합니다.

과음을 한 다음 날은 우리 몸에서 가장 중요한 장기 중의 하나인 간이 알코올에서 벗어나 쉴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주어야 합니다. 술을 즐겨 마시는 사람이 실행하기 쉬운 일은 아니지만 연말을 보내며 간의 안정과 평화를 위해 술을 많이 마신 다음 날 술을 마시지 않는 습관을 만들어 보세요.

필자소개

방재욱

양정고. 서울대 생물교육과 졸. 한국생물과학협회, 한국유전학회, 한국약용작물학회 회장 역임. 현재 충남대학교 명예교수, 한국과총 대전지역연합회 부회장. 대표 저서 : 수필집 ‘나와 그 사람 이야기’, ‘생명너머 삶의 이야기’, ‘생명의 이해’ 등. bangjw@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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