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각 턱 유죄?! [신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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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 턱 유죄?!

2014.11.26


친구의 딸이 다음 달 초에 ‘사각 턱’ 수술을 받을 거랍니다. 자존심 강한 방년의 재원이 각진 턱으로 외모에 대한 열등감과 콤플렉스를 느껴온 것은 이해가 되고도 남습니다. 친구는 딸의 수술을 반대하는 남편과 실랑이도 좀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하필 '사각 턱'인 내 앞에서 그 얘기를 꺼내서 나의 콤플렉스까지 자극할 건 뭐냐고 농담을 하니 나보다 자기 딸이 더 심하다며 웃습니다. '세상 다 산' 아줌마와  20대 아가씨가 비교 대상이나 되나요? 수술 잘 되길 바란다며 저도 웃었습니다.

친구 딸 소식에 지하철과 버스에서 본 한 성형외과의 ‘사각 턱 수술’ 광고가 불현듯 떠오릅니다.  

"각진 턱, 머리카락으로 가려질 것 같지? 차라리 올려 묶는 게 훨 나아~ 정수리 쪽에 볼륨감 주는 것 잊지 말고!"

요런 걸 병 주고 약 준다고 하나요? 때리는 시에미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얄밉다고, 각진 턱을 커버할 수 있는 헤어스타일 요령을 알려 주는 척하지만 미용실 광고도 아니고, 실상은 '그래 봤자 호박에 줄 긋기야, 수박 안 되거등.' 하는 메시지를  전하려는 의도이니까요. 손 안 대고 코 푼다고 수술 언급은 한마디도 없이 사각 턱 교정에는 깎아 내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으니 광고 자체로만 본다면 잘한 광고라고 생각합니다.

얼마 전 탤런트 윤여정 씨가 “얼굴에 손을 댔다”고 고백하면서, 남들 다 하니 자기도 하는 수 없이 하게 됐다며, 아파트 단지 전체를 재시공하는데 유독 한 동만 낡은 상태로 그냥 둬선  안 될 것 같았다고 비유적으로 말했습니다.

이제 성형수술은 막을 수 없는 ‘쓰나미’가 되었습니다. 못생기고 나이 많은 여자가 화장도 않고 나다니는 건 예의가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듯이, 이 '사태'로 나간다면 사각 턱을 비롯, 홑꺼풀 눈, 매부리코, 처진 볼, 주름진 이마 등을 교정 않고 사는 것은 공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무례와 태만, 빈곤의 ‘주홍글씨’로 낙인찍히지 말란 법도 없을 것 같습니다.    

친한 친구의 딸이 수술을 받게 되어서가 아니라 저도 이제는 ‘성형’에 대해 이러쿵저러쿵하지 않습니다. 어떤 이는 ‘백세 시대’를 살기 위해선 건강과 함께 시시때때로 외모를 다듬는 것도 포함되어야 한다고 공공연히 주장합니다. 아직 백세 가까이 가지 않았고, 당장 화상이나 사고를 당하지 않은 바에야 내게 수술비 마련은 너무나 요원한 일이니 당면한 고민거리거나 선택을 갈등할 주제는 아닙니다.  

앞서 말했듯이 저는 '사각 턱'입니다. 뿐만 아니라 코끝이 내려앉은 ‘납작코’입니다. 그래서 '김치~~' 하며 사진을 찍을 때 '나도 남들처럼 콧구멍이 나와 봤으면' 하는 실현 가능성 없는 소망을 늘 품고 삽니다 ^^.  클레오파트라의 코가 1센티미터만 낮았어도 세계의 역사가 다시 쓰였을지도 모른다니, 반대로 제 코가 1 센티만 높았어도 제 가정의 역사가 지금처럼 전개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제가 글을 쓰는 모임 중에 ‘말코 글방’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그 글방 방장의 코가 ‘말코’처럼 생겼다고 그런 이름이 붙었다네요. 지금은  ‘마르코 글방’이라 불리지만 원조는 어디까지나 ‘말코 글방’이고 저는 ‘말코’가 더 정겹습니다.  

자신의 약점을 강점으로 만드는 방법은 그것을 당당히 드러내는 것입니다. 그러면 더 이상 열등감도 콤플렉스도 아닙니다. 글방지기가 '말코'라서 '말코 글방'이듯이, 만약 제가 모임을 주선한다면 ‘납작코 글방’이나 ‘사각 턱 글방’이 되겠지요. 아니면 ‘무다리 글방’도 괜찮겠습니다^^. 이렇게 저는 제 신체의 약점을 그냥 드러내고 삽니다.  남들의 시선보다는 나의 내면 시선에 초점을 두려고 노력합니다.

“요즘 유행하는 디자인인 데다 이 색상이 가장 많이 나가요.” 하며 손님을 끄는 옷가게 주인을 저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나하고 똑같은 옷을 입은 사람을 보면 기분이 좋을 리가 없는데 파는 쪽도 동일한 선택을 부추기고, 사는 사람도 그래야 마음이 놓인다는 게 아이러니합니다. 시시콜콜 노상 ‘개성 타령’을 하면서도 실상은 남과 다르지 않아야  안심이 되니 참 이상한 심리입니다. 하물며 얼굴까지 같아야  하다니.

그래도 친구 딸 수술은 잘 돼야 합니다. 왜냐면 결과 봐서 내 턱도 정비하고 싶으니까요.  

필자소개

신아연

이화여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1992년 7월, 호주로 떠났다. 시드니에서 호주동아일보 기자, 호주한국일보 편집국 부국장으로 일하다 2013년 8월, 한국으로 돌아와 자유기고가, 강연자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는 중앙일보, 여성중앙, 과학과 기술 등에 에세이를 연재하며, KBS 라디오에 출연 중이다.    
낸 책으로 <심심한 천국 재밌는 지옥> <아버지는 판사 아들은 주방보조>, 공저 <자식으로 산다는 것>이 있고, 2013년 봄에 <글 쓰는 여자, 밥 짓는 여자>를 출간했다.
블로그http://blog.naver.com/shinayoun

박대문의 야생초사랑

민들레(국화과)

식물이건 동물이건 생(生)은 질긴 것입니다. 생을 위한 몸부림과 적응의 과정은 때론 처절하기까지 합니다. 위의 사진은 골프장 페어웨이에 있는 민들레꽃이고. 아래 사진은 보통 풀밭에서 자란 민들레꽃 모습입니다. 짧게 잘 다듬어진 골프장 잔디 속에 들어앉아 노루 꼬리만 한 가을 햇살 아래 활짝 펼친 샛노란 민들레꽃 한 송이를 보면서 만감이 교차합니다.

필자소개

박대문

환경부에서 공직생활을 하는 동안 과장, 국장, 청와대 환경비서관을 역임했다.
우리꽃 자생지 탐사와 사진 촬영을 취미로 삼고 있으며,
시집 『꽃벌판 저 너머로』, 『꽃 사진 한 장』, 『꽃 따라 구름 따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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