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산업 지분 매입으로 화제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

호남 건설사 맹주 자리 노린다

금호산업 인수 시 건설사 10위권 올라

아시아나 항공 등 관련회사도 인수 여력 가져

 

1961년생/ 조선대 건축학과/ 1989년 호반건설 대표이사 호반건설 회장

(현)/ 호반장학재단 이사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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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능력 15위 호반건설이 금호산업을 인수하면 호남 기반 건설사에서 일약 국내 10위권 대표 건설사로 성장한다.

 

호반건설을 단순한 아파트 건설사로 치부하던 현대건설, 삼성물산 등 대형 건설사들도 긴장할 수밖에 없다.”

 

한 건설업계 임원의 촌평은 최근 달라진 호반건설 위상을 그대로 보여준다.

김상열 회장(53)이 설립한 호반건설의 금호산업 지분 매입이 화제다.

 

호반건설은 지난 11월 12일 금호산업 주식 171만4885주(5.16%)를 보유 중이라고 공시했다. 매입금액은 총 205억원 규모. 호반건설은 금호산업 주가가 1만원 초반 수준으로 내려간 몇 달 전부터 금호산업 주식을 꾸준히 매수하다가 최근 지분율이 5%를 넘어서면서 지분 보유 공시를 냈다.

 

호반건설은 지분 공시 이후에도 금호산업 주식 33만3115주(1%)를 추가로 매수해 11월 14일에는 지분율이 6.16%로 치솟았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5.3%),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5.1%)보다도 높다.

 

호반건설이 지금 시점에서 금호산업 지분을 사들인 이유는 뭘까. 호반건설 관계자는 “금호산업 주가가 저평가돼 오로지 투자 목적으로 매입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시장에서 바라보는 시각은 다르다. 내년 초 금호산업 경영권 매각이 예정된 만큼 넉넉한 현금을 보유한 호반건설이 본격적인 인수전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다. 금호산업은 현재 워크아웃(재무구조 개선)이 진행 중이다. 내년 1월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서 매각 공고를 내고 금호산업 지분 57.5%를 매각할 예정이다.

 

호반건설 입장에선 금호산업 주가가 오르기 전 싼값에 보유 지분을 늘려 놓으면 향후 경영권 인수에 한층 유리해진다. 지난해 말 선임된 전중규 호반건설 사장이 외환은행 부행장 출신 인수합병(M&A) 전문가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두 회사 모두 호남 지역 기반 회사인 만큼 호남 맹주 자리를 놓고 자존심 싸움을 해왔다. 김상열 회장이 워크아웃 중인 금호산업을 인수해 국내 상위권 건설사로 도약하려는 야심을 내비친 것”이라고 전했다.

 

한쪽에선 김 회장이 금호산업뿐 아니라 금호아시아나그룹 다른 계열사 인수 욕심도 있는 것 아니냐는 시선을 보낸다. 광주 일대 건설업계에선 “김상열 회장이 수년 전부터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관심이 많다는 말을 해왔다”고 전한다.

 

호반건설이 금호산업 지분을 매입한 건 단순히 금호산업 경영권 인수 이상의 의미가 있다.

 

금호산업을 인수하면 아시아나항공, 금호고속 등 굵직한 그룹 계열사까지 한꺼번에 삼킬 수 있는 구조다.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의 지분 30.08%를 보유한 데다 금호터미널, 금호리조트 등을 거느리고 있기 때문. 금호산업 경영권을 가져오려는 박삼구 회장 입장에선 호반건설의 움직임이 거슬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호반건설은 금호산업 인수 여력도 충분하다. 지난해 말 기준 단기금융상품을 포함한 호반건설의 현금 자산 규모가 3000억원에 달하는 만큼 금호산업 인수 자금 마련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물론 박삼구 회장이 채권단 지분(57.5%)을 우선적으로 매입할 수 있는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유한 만큼 금호산업 인수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그렇다 해도 호반건설 입장에서 나쁠 건 없다. 박 회장이 금호산업 경영권을 되찾으면 경영 정상화 기대로 금호산업 주가가 오를 가능성이 높다.

 

자연스레 호반건설의 지분 차익이 커질 수밖에 없다. 호반건설의 금호산업 주식 평균 매입단가는 주당 1만2392원. 최근 금호산업 주가가 2만원(11월 20일 종가 기준)까지 오른 걸 감안하면 단순 시가 기준으로만 벌써 상당한 평가이익을 챙긴 셈이다. 호반건설의 지분 매입이 경영권 인수 여부와 관계없이 ‘꽃놀이패’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금호산업 지분 매입 이슈로 화제가 된 호반건설은 요즘 중견 건설사 중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곳이기도 하다. 주택 경기 침체로 다른 건설사들이 해외 토목, 플랜트 사업에 진출하며 외형을 키워온 사이 오로지 주택 한 우물만 판 게 오히려 약이 됐다.

 

전남 보성 출신 김상열 회장은 6년 만에 고등학교를 졸업할 정도로 가정 형편이 어려웠지만 대학 졸업 후 어렵게 자금을 모아 조그마한 건설사를 세웠다. 1989년 회사를 차릴 때만 해도 직원 5명에 자본금은 1억원에 불과했다.

 

기업 규모가 크지 않고 자금도 부족하다 보니 좋은 땅을 확보하기 어려웠다. 그러던 중 광주광역시에서도 외곽이었던 북구 삼각동 부지를 싼값에 매입해 140여가구 임대아파트를 짓게 된다.

 

올해 전국 아파트 2만가구 공급

‘분양률 90% 룰’ 덕에 승승장구

현금 넉넉해 기업 인수 여력 충분


 인적이 드문 변두리 땅이라 수요자들 반응이 시큰둥했다. 고심을 거듭하던 어느날, 갑자기 동아줄이 내려왔다. 뜻하지 않게 아파트 부지 주변에 살레시오고, 전남공고 등 광주시내 중심부에 자리 잡은 고등학교들이 대거 이전한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아파트는 순식간에 팔려 나갔다.

 

외환위기는 김 회장에겐 오히려 절호의 기회로 작용했다. 대부분 기업이 현금 확보를 위해 각종 부동산을 헐값에 내놓았는데 현금을 좀 갖고 있던 김 회장이 이를 사들여 ‘호반리젠시빌’ 브랜드 임대아파트를 대거 분양해 히트를 쳤다.

 

호반건설의 전신이 현대파이낸스라는 금융업체인 것도 자금 마련에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택지지구 땅을 사들여 자체 시행, 시공 사업을 벌이는 방식으로 몸집을 불렸다. 2005년에는 주택 브랜드 ‘호반베르디움’을 선보이고 본사를 서울 역삼동으로 옮겨 수도권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아파트 공급 실적도 탄탄하다.

 

호반건설은 올 한 해에만 인천 송도, 위례신도시 일대에 국내 건설사 중 최대 규모인 아파트 2만여가구를 공급할 예정이다. 불황에도 아파트 분양 물량을 계속 쏟아낸 건 누구보다 분양에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호반건설은 그동안 ‘분양률 90% 룰’을 강조해왔다. 이미 분양한 단지 누적 분양률이 90%를 넘지 않으면 아예 신규 분양을 하지 않는다는 원칙.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누적 분양률이 90%를 넘을 정도로 미분양 물량이 거의 없다.

 

무차입 경영 원칙도 실적에 한몫했다는 평가다. 호반건설 관계자는 “회사 설립 이래 단 한 장의 어음도 사용하지 않고 공사비를 100% 현금 결제해왔다. 부채가 적고 현금이 넉넉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대형 건설사와 달리 슬림한 조직에서 신속한 의사결정을 하는 것도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매출을 올리기 위해 무작정 주택 공급만 늘려온 것도 아니다. 넉넉한 현금을 바탕으로 우량 부지를 대거 사들이지만 반대로 사업성이 나쁘면 과감히 포기하는 전략을 병행했다. 땅을 사들일 때도 중요한 원칙이 있다. 철저히 주거 수요가 많은 수도권이나 지방 산업단지 인근 공동주택용지를 공략했다. 아무리 경기가 좋아도 분양가는 주변 시세보다 낮게 책정하는 방식으로 미분양 위험을 줄였다.

 

덕분에 건설업이 호된 비바람을 맞고 있는 요즘도 실적이 상승세다. 2007년 1866억원에 불과하던 호반건설 매출은 지난해 1조1935억원(연결 기준)으로 무려 6배가량 뛰었다. 2008년 77위에 그쳤던 시공능력평가는 지난해 24위, 올해 15위로 껑충 뛰었다.

 

건설 부문에서는 아파트 한 우물만 팠지만 여타 부문에서는 골프장, 방송 분야로 사업 영역을 넓혀왔다. 경기 여주 스카이밸리CC, 미국 하와이 와이켈레CC를 인수했고 2011년에는 KBC광주방송을 사들였다.

 

호반건설을 포함해 골프장, 방송 등 호반그룹 계열사 전체를 합하면 매출이 2조5000억원에 달한다. 호반건설 최대 주주는 김상열 회장(29.1%)이고 김 회장 아내 우현희 부회장 지분은 4.7%다.

 

“김상열 회장은 M&A에 관심이 많지만 리스크가 큰 사업에 모험을 걸지 않는 스타일이다.


이번 금호산업 인수도 시너지 효과가 적다고 판단되면 무리하지 않고 차익을 남긴 채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다.” 익명을 요구한 한 호남 건설업계 관계자 얘기다.

 

그동안 호반건설 성장을 이끌어온 김상열 회장의 다음 목표가 금호산업 인수가 될지, 또 다른 노림수를 펼칠지 재계 이목이 쏠려 있다.

매일경제 [김경민 기자 kmkim@mk.co.kr / 일러스트 : 김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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