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공공관리제도 시행 4년 성과’ 부풀리기 의혹
금융비용등 포함하면 실제 평균공사비는 410만원
주거환경연구원 분석, 서울시가 발표한 394만원보다 20만원 높아
공사비 비싼 서초 강남구는 제외
서울시가 지난 1일 발표한 ‘공공관리제도 시행 4년 성과’ 결과가 성과 부풀리기 의혹을 받고 있다. 사업은 질질 끄는데 공공관리사업장 실태 전문기관 의뢰 않고 자체 분석… 신뢰성 떨어져 공사비 산정 왜 의혹받나
시가 자체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공공관리제도를 통해 기존 추진위·조합의 사업 속도가 빨라졌고, 공사비가 절감되는 등의 효과를 봤다고 밝혔다.
하지만 주거환경연구원이 시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공공관리제가 적용된 곳들의 3.3㎡당 공사비에서 금융비용 등을 제외한 채, 직접 공사비만을 제시함으로써 평균 공사비를 낮춘 것으로 밝혀졌다.
아울러 사업 속도 부문에서는 사업이 지체되고 있는 성수지구와 한남뉴타운지구는 누락시키는 등 의도적으로 공공관리제도에 대한 실효성을 높이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울시, 공공관리 적용 구역 공사비 절감 자평
서울시가 공공관리 시행 4년을 맞이해 추진위·조합의 투명성을 높이고 공사비가 7.9% 절감되는 효과를 봤다고 자평했다.
시는 공공관리제를 적용해 시공자를 선정한 구역은 지금까지 총 16개 구역으로, 올해에만 11개 구역이 선정하는 등 공공관리를 통한 시공자 선정이 본격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이와 함께 공공관리제를 적용해 시공자를 선정한 8개 구역의 평균 공사비가 3.3㎡당 394만원이라고 밝혔다.
이에 반해 공공관리제를 적용하지 않은 17개 구역의 평균공사비는 3.3㎡당 428만원으로 산출됐다며, 공공관리를 적용한 곳들과 3.3㎡당 평균 34만원의 차이가 나면서 7.9%p의 공사비 절감 효과를 봤다고 분석했다.
시가 밝힌 8개 사업장은 △동대문구 대농신안 재건축(3.3㎡당 345만원) △마포구 망원1구역 재건축(3.3㎡당 389만2천원) △서대문구 가재울6구역 재개발(3.3㎡당 377만원) △강동구 고덕주공2단지 재건축(3.3㎡당 395만원) △종로구 무악2구역 재개발(3.3㎡당 446만3천원) △노원구 태릉현대 재건축(3.3㎡당 384만5천원) △동작구 사당2구역 재건축(408만6천원) △강북구 미아3구역 재개발(408만7천원) 등으로 평균 공사비가 3.3㎡당 394만원이라는 것이다.
주거환경연구원, 시가 산출한 평균 공사비 3.3㎡당 394만원은 금융비용 등 누락
전문가 분석에 따르면 서울시가 발표한 공공관리제도 적용 8개 구역의 평균 공사비는 금융비용 등을 포함하지 않은 직접공사비의 평균값만 산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가 공공관리제가 적용 사업장의 공사비를 고의적으로 낮게 발표하면서 공공관리 실적을 부풀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주거환경연구원이 8개 구역의 공사비를 분석한 결과 금융비용 등을 포함한 평균 공사비는 3.3㎡당 414만8천여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시가 발표한 3.3㎡당 394만원이라는 공사비와 약 20만8천원의 차액이 발생하는 것이다.
주거환경연구원이 금융비용 등을 포함한 3.3㎡당 공사비를 재분석한 결과 △대농신안의 경우 23만원이 증가한 368만원 △망원1구역의 경우 31만1천원 증가한 427만3천원 △가재울6구역의 경우 28만원이 증가한 405만원 △고덕주공2단지의 경우 19만원이 증가한 414만원 △사당2구역의 경우 35만6천원이 증가한 444만2천원 △미아3구역의 경우 19만8천원이 증가한 428만5천원으로 집계되면서, 총 6개 구역에서 금융비용 등을 평균 공사비에서 누락시킨 것으로 나왔다.
공공관리 미적용 구역, 되레 3.3㎡당 평균 공사비 부풀리기 의혹
시가 공공관리제도를 적용 받지 않는 17개 구역의 3.3㎡당 평균 공사비 428만원에는 도시환경정비사업장 3곳의 공사비도 포함시켜 산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의도적으로 공사비를 부풀리기 위한 꼼수를 부렸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통상 도시환경정비사업이 시행중인 곳은 상업지역에 속해있고, 일반 재개발·재건축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건축 구조와 다르기 때문에 공사비가 더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도시환경정비사업장 3곳의 공사비를 포함시켜 공공관리제가 적용된 곳과의 공사비 비교는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주거환경연구원이 도시환경정비사업장 3곳(△자양4구역 499만원 △영등포1-4구역 520만원 △마포로1구역 제54지구 515만원)의 공사비를 제외한 14개 구역의 공사비를 산출한 결과 3.3㎡당 평균 410만원이 나왔다.
이는 서울시가 발표한 17개 구역의 3.3㎡당 평균 공사비와 18만원이 차이나는 수치다.
아울러 주거환경연구원이 금융비용 등을 포함시켜 산출한 공공관리제 적용 8개 구역의 3.3㎡당 평균 공사비 414만원여원 보다 약 4만원이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진희섭 주거환경연구원 부장은 “이번 분석 결과 시는 공공관리제도가 진행된 곳에서 금융비용 등을 누락시켜 공공관리제도 실적을 부풀렸다”며 “최근 시가 국토교통부와 시공자 선정 시기 조절, 공공관리제도 주민선택제 도입 등에 대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공관리제도를 합리화하기 위해 유리한 쪽으로 자체 분석한 것”이라고 말했다.
성과 집착 자료 왜곡
서울시는 이번 공공관리제도 4년 성과를 공개하면서 공사비 외에 사업 속도, 총회 직접참석 비율 부문 등에서도 정책 효과를 확대해석 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시가 자신에게 유리한 내용은 추가하고, 불리한 내용은 누락시키는 자료 왜곡을 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시범지구인 성수지구·한남뉴타운지구의 예를 들며, 사업 속도에 진척이 없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종필 주거환경연구원 부장은 “성수지구와 한남뉴타운지구는 5년이 다 돼가는데도 사업에 진척이 없다”며 “서울시가 이번 공공관리 성과 발표에서 사업이 지체되고 있는 공공관리시범지구 사례를 제외시킨 것은 성과 부풀리기에만 치중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성수지구과 한남뉴타운은 지난 2010년 시의 공공관리 시범지구로 지정됐다. 당시 시는 직접 관리·감독하면서 △원활한 재개발사업에 대한 추진 △사업기간 단축 △분담금 절감 △투명성 확보 등의 슬로건을 내걸었다.
같은해 성수전략정비구역이 추진위 승인을 받고, 이듬해에 한남 2~5구역도 추진위 승인을 받으면서 주민들은 당장이라도 첫 삽을 뜰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하지만 시범지구로 지정된지 약 5년이 다 돼가는 현재 성수전략정비구역 4개 지구, 한남뉴타운지구 내 2개 구역은 아직 추진위 단계에 머물러 있는 상태다.
이와 함께 서울시는 공공관리제도의 시행 효과로 제도 도입 이후 총회에서 조합원들의 높은 참석률을 자랑하고 있지만 이 또한 현실과 다르다.
공공관리제가 시행됐다고 해서 참석률이 높은 것은 아니며, 최근에도 일선 조합에서는 조합원들의 참석률을 높이기 위해 골치를 앓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조합에서 내놓은 방법이 총회에 참석하는 조합원에게 일정 금액의 참석비를 지급하는 것이다.
일례로 시는 공공관리제도 4년 성과에서 공공관리제가 적용된 서초구 A구역의 직접참석율 86%를 강조했다. 하지만 이 구역의 경우 총회 당시 안건에 교통비 10만원 지급의 건을 포함시켜 조합원들의 직접참석을 독려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일선 정비사업 조합원들은 총회에 직접 참석하는 조합원에 한해 지급되는 교통비·참석비가 직접참석률에 영향을 끼친다는 입장이다.
서초구 A구역의 한 조합원은 “사업비에서 지급되는 총회 참석비는 나중에 다시 조합원이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조삼모사’격”이라며 “하지만 총회에 직접 참석하는 조합원들 가운데 상당수는 교통비와 참석비 지급에 만족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결국, 공공관리제도 시행 자체가 조합원들의 높은 참석률과 직접적 연관성이 없다는 것이다.
시는 공공관리제를 적용받고 있는 곳에서 공사비 인하 효과를 강조하기 위해 강남 3개구의 일부 정비사업장은 집계 대상에서 의도적으로 제외시켰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공공관리제가 적용된 곳에서 일반적으로 비싼 강남구의 공사비를 제외시켜 평균 공사비를 낮췄다는 것이다.
시는 당초 기존 8개 구역에 △서초구 우성3차 재건축(3.3㎡당 394만원) △강남구 대치국제 재건축(3.3㎡당 441만5천원) △서초구 삼호가든4 재건축(3.3㎡당 483만1천원) △서초구 방배5 재건축(3.3㎡당 488만4천원) 등 강남 4개 구역을 합쳐 총 12개 구역의 3.3㎡당 평균 공사비로 413만4천원을 산출했다.
하지만 공사비의 편차가 심하다는 이유로 상아3차와 방배3구역의 3.3㎡당 공사비는 공공관리 적용 구역들의 3.3㎡당 평균 공사비에 포함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주거환경연구원은 금융비용 등을 포함해 △강남구 상아3차 재건축은 3.3㎡당 469만4천원 △서초구 방배3구역은 3.3㎡당 510만원으로 산출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이번 시의 공사비 발표에 대해 자기 입맛대로 내놓은 공사비 자료는 신뢰성을 잃었고, 외부 전문기관에 산출을 의뢰하는 등의 검증을 받아야만 공감대를 얻을 수 있다고 밝혔다.
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박사는 지난달 30일 서울시 정비사업 관련 토론회에서 “공공이 공사비 등을 분석한 자료를 제시하는 것 보다는 일선 현장 조합이나 여러 전문기관에 의뢰를 하는 것이 보다 더 효과적”이라며 “일선 현장과 정비사업 관계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자료를 통해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HOUSINGHERALD 이혁기 기자 lhg@houzi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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