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개 굵직한 공공工事, 딱 1개만 10大 건설사가 수주… 왜?
담합 과징금 폭탄에 몸사리기
“발주 금액이 원가에도 못미쳐”… 지하철工事 두차례 유찰되기도
原電 등 주요 인프라 건설 차질… 국제 경쟁력 하락-안전문제 우려
7월 말 한국철도시설공단이 발주한 서울지하철 4호선 연장 진접선(당고개∼진접) 복선전철 2공구 건설공사 입찰은 지난달에 두 번째로 유찰됐다. 시설공단 관계자는 “턴키방식으로 발주했는데 계속 한 업체만 응찰해 경쟁요건이 성립되지 못했다”며 곤혹스러워 했다.
시설공단은 설계비 등 입찰 참가비용이 많이 들어 건설사들이 꺼리는 턴키방식을 포기하고 설계용역부문을 따로 떼어 낸 뒤 시공부문만 발주하는 것으로 방식을 바꾸기로 했다. 2구간을 제외한 1, 3, 4 구간은 이미 공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2구간 시공사를 빨리 찾지 못하면 나머지 구간마저 예정된 시점에 개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형 건설사들이 공공공사에서 담합한 혐의로 잇따라 대규모 과징금을 물면서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대형 사회간접자본시설(SOC) 사업이 위축되고 있다. 공공기관들이 발주한 건설 공사가 잇달아 유찰되고, 상위 10대 건설사들의 수주실적도 예년의 5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이뿐 아니라 건설부문의 국제경쟁력이 떨어지고 중요한 국가 인프라의 시공 수준이 하락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T2 전면시설 조감도, 인천공항공사
상위 10대 건설사 수주 ‘뚝’
1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공공기관들이 최근 건설업체를 구하지 못해 사업진행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늘고 있다. 경기 하남선 복선전철 사업(사업비 1373억 원), 정부통합전산센터 신축공사 사업(989억 원)등도 유찰돼 사업 추진에 난항을 겪고 있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1∼6월)에 발주된 1000억 원 이상의 대형 공공공사 19건 중 상위 10대 건설사가 맡은 공사는 단 1건(5.3%)에 불과했다. 이 한 건은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전면시설 골조 및 마감공사로 두 번 유찰된 끝에 롯데건설이 수의계약으로 따냈다. 지난해는 연간 공공공사 59건 중 17건(28.8%)을 10대 건설사들이 수주했다.
굵직한 관급공사에서 대형 건설사들의 이름이 사라진 것은 지난해 중순부터다. 4대강 공사 담합 협의 등으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대규모 과징금 철퇴를 받은 건설업체들이 “더이상 실익이 없는 대형 관급공사에 참여하지 않겠다”며 몸을 사리고 있어서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통상 관급공사가 예정가격의 70%대에 낙찰되는데 그 정도로는 수익성을 맞추기 쉽지 않다”며 “이전에는 발주처인 공공기관과의 관계를 고려해 공사에 참가했지만, 담합 제재 여파로 효율성 위주로 사업을 재편하면서 실익도 없는 공사에 참여하지 않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2008∼2009년 실시된 대규모 공공공사에서 건설사들이 담합했다며 2012년부터 수천억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건설업계는 올해에만 총 7500억 원의 과징금을 물었다.
정책적인 결단력 필요
공정위의 담합제재가 확정될 경우 해당 건설사들은 앞으로 공공공사 입찰에 참여할 수 없게 된다. 실익이 없다는 이유로 건설업체들이 이미 공공공사 참여를 기피하는 상황에서 입찰자격마저 제한될 경우 발생할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시공 경험이 풍부한 대형 건설사들의 참여가 저조해지면서 중요한 국가 인프라 건설의 품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시공 능력이 높은 대형 건설사의 입찰이 제한되면 원자력발전소 등 중요한 국가기반시설을 지을 건설사를 찾기 어렵게 되고 결과적으로 안전문제 등으로 비화될 수 있다.
공정위는 담합제재를 받은 66개 건설사 중 44개 건설사에 3∼24개월간 입찰제한 조치를 내렸다. 건설사들이 낸 행정처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및 제재처분 취소 소송에서 건설사들이 패소할 경우 입찰제한이 시작된다.
건설협회 관계자는 “제재 건수가 15건에 달하고 각 건에 대한 입찰제한도 따로 적용되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최장 10년까지 공공기관 발주 공사에 입찰하지 못하는 회사도 나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내 건설을 대표하는 대형 건설사들의 대외 경쟁력이 하락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국내 공공기관 입찰제한은 해외공사 입찰에서 감점요인이 된다”며 “상위 건설사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경험과 기술력을 쌓을 기회를 잃으면 장기적으로 국제 건설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상위 건설사들을 빠른 시간 내 공공공사 시장에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정책적인 결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상근 대한건설협회 계약제도실장은 ”막대한 과징금에 입찰제한까지 내리는 중첩적인 제재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김현지 n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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