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풍백화점과 싱크홀' - 유현준 홍익대 건축학과 교수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1995년 사망자 501명을 낸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한국역사상 최악의 참사로 기록되고 있다.

 


[석촌지하차도 싱크홀 및 동공 발생]

서울시 유틸리티의 노후화와 지하철 9호선의 시공 잘못이 주 요인이다.

출처 styleonsho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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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여름에 서울에서는 삼풍백화점 붕괴라는 잊을 수 없는 참사가 있었다.

 

건축 구조를 생각하지 않고 임의로 기둥을 없애고, 감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데서 온, 사람이 만든 재난이었다.

 

19년이 지난 2014년 서울이 가지고 있는 문제는 여기저기서 뚫리고 있는 싱크홀이다. 자동차를 몰고 다니는 사람이나,

 

송파구에 위치한 건물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언제 자신이 서 있는 땅이 꺼질지 모르는 걱정 가운데 살고 있다. 건축적인 사건이라는 면에서는 비슷한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 이 두 가지는 다르다.

 

삼풍백화점은 인재지만, 송파구 싱크홀은 사람이 시작한 일에 자연이 반응하는 예측 불가능한 현상이다. 싱크홀은 21세기가 당면하고 있는 환경 문제 중 하나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도시를 인간이 만들어낸 완전한 인공물이라고 여겨왔다. 도시에서는 가로수를 제외하고는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인공물이니 그렇게 착각할 만도 하다. 도시의 모든 정책들은 인간이 컨트롤할 수 있다는 믿음 위에 작동한다.

 

땅 위에 길을 내고, 상하수도 관을 묻고, 적당한 녹지공원을 확보하면 우리 마음대로 살 수 있다고 믿어왔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땅이 받쳐주고 있기 때문이었다는 것을 우리는 잊고 있었다.

 

송파구 싱크홀은 지하철 터널공사를 하면서 지하수 흐름에 교란이 생겨서 발생한 재난이다. 자연의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른 것이다. 땅속에 보이지 않는 지하수는 우리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고, 지하수 물길이 만들어내는 구멍은 예측 불가능하다.

 

이것이 21세기 인류가 당면한 문제다. 여러 가지 기후변화 문제를 포함해서 지금은 자연을 인간이 컨트롤할 수 있다는 착각에서 점차 벗어나는 시기다.

 

인간이 지난 100년간 살아온 도시 시스템이 노후하고 자연의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를 때 우리는 속수무책이 될 수 있다. 싱크홀은 이러한 패러다임의 단면을 보여주는 사건이 시작된 것에 불과하다.

[유현준 홍익대 건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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