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영 공법’으로 인천 앞바다 지도 바꾸는 현대건설
인천신항 1-2단계 부두 공사 현장
현대건설 인천신항 새 부두
속이 빈 콘크리트 ‘케이슨’
12층 아파트 크기로 투입
내년 완공땐 ‘바다위 혁신’
지난 12일 찾은 인천신항 1-2단계 부두 공사 현장. 1-1단계 부두는 지난 2013년 완공됐고 그 옆에 더 큰 규모로 1-2단계 부두가 조성되고 있었다. 이 공사는 내년 6월이면 끝난다.
현재 현대건설과 호반산업 등 총 10개 건설사가 이를 시행 중이다. 이 가운데 현대건설이 전체 공사의 40%를 맡아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케이슨’이다. 이는 속이 텅 빈 콘크리트 덩어리로 가로 폭 25m, 세로 폭 43m, 높이 27m 크기다. 12층짜리 아파트 1개 동과 비슷하다.
현대건설은 1만1000t짜리 케이슨을 무려 42개나 만들어 뭍에서 떨어진 공간에 일렬로 늘어뜨려 바닷물을 막은 뒤 안쪽 물에 모래를 채워 부두를 조성하고 있다. 12일 찾아간 현장에는 이미 42개 케이슨이 모두 깔려 있었고 안쪽 바닷물도 완전히 보이지 않을 정도로 흙이 차올라 있는 상태였다.
케이슨은 세계 부두 공법의 혁신으로 평가받는다. 이미 1980년대부터 활용되기 시작해 현대건설도 1983년 리비아 항만 공사 때 케이슨을 처음 활용했다. 국내에선 1990년대부터 현대건설이 앞장서서 도입하기 시작했다.
기존에는 부두 옆 별도 용지나 바지선 위에서 케이슨을 만들어 투입해야 했다. 하지만 현대건설은 지난 2006년 완공한 광양항 부두 공사 때부터 색다른 방식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컨베이어 벨트에서 완제품을 생산하듯 케이슨을 연속 타설로 찍어내는 것이다.
일단 바닥판을 먼저 만들고 벽체를 세운 뒤 콘크리트를 양생한다. 이를 물 위에 뜨는 선박 거치 설비인 플로팅 도크에 선적시켜 바닷물 위에서 이동시킬 수 있다. 현대건설은 인천남항에서 케이슨을 만든 뒤 아랫쪽 뱃길 30㎞ 거리의 인천신항으로 옮겨가며 공사를 진행했다. 플로팅 도크에 물을 채워 도크가 가라앉으면 케이슨만 물 위에 뜬다. 이후 흙과 모래로 케이슨 속을 채워 서로 이어 붙이는 방식이다. 인천남항엔 시멘트 회사가 있어 여기서 공수한 레미콘으로 케이슨 제조가 훨씬 수월했다.
현대건설김정규 현대건설 사업수행팀장은 “케이슨을 공장형으로 제조하면 기존 방식 때보다 공사 기간은 절반으로 줄고 품질은 더 좋아진다”며 “이번 인천신항 1-2단계 부두 공사에 투입되는 케이슨은 국내 최대 규모”라고 강조했다.
현대건설이 케이슨 기술력을 남다르게 생각하는 이유는 더 있다. 케이슨이 일명 ‘정주영 공법’으로도 불리기 때문이다. 과거 정주영 회장이 서산 간척지를 만들 때 대형 선박 2대로 바닷물을 막은 뒤 바닷물을 메워 조성한 것처럼 케이슨 역시 그 방식과 일맥상통한다. 국내 부두 공사에 활용되는 케이슨은 지금도 업계에선 정주영 공법으로 통한다.
현대건설은 부산신항과 울산항 동방파제, 강원 삼척 생산기지 부두, 인천항 국제여객부두 2단계 등에 케이슨을 활용했다. 외국에선 리비아와 태국, 싱가포르를 중심으로 그간 총 800개의 케이슨을 투입하기도 했다. 선박 대형화 추세에 따라 케이슨의 가치는 더 커지고 있다. 현대건설은 부산 가덕도 신공항 공사에도 케이슨 공법을 사용할 예정이다.
서진우 기자 jwsuh@mk.co.kr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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