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포퓰리즘으로 만들어진 공항 건설...11곳 적자
경제성 검토도 수치 조작 억지 성사시켜
(편집자주)
전국이 공항 건설 몸살
11곳 적자인데 신공항 10곳 또 추진
지난달 본격 재개된 ‘새만금국제공항’ 건설 사업을 둘러싼 잡음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8월 정부는 새만금 관련 사업 필요성을 재점검하겠다며 국비 8077억원이 투입되는 공항 건설 절차를 전면 중단했는데, 최근 주민 대상 환경영향평가 설명회를 열며 절차를 재개했다. 지난 7월 한국교통연구원 등이 진행한 사업 적정성 검토에서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판단이 나오자, 다시 사업이 시작된 것이다.
하지만 설명회부터 한바탕 난리가 났다. 공항 건설이 불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시민 단체, 주민들이 거센 항의에 나서면서 주최 측과 몸싸움이 벌어졌다. 한 참석자는 “이미 군산에 공항이 있고 서남권 핵심 공항인 무안국제공항과도 차로 1시간 거리인데 왜 또 공항을 지어야 하느냐”고 했다. 경찰이 출동해 큰 충돌은 피했지만, 한 시간가량 진행될 예정이었던 설명회는 20분 만에 끝났다.
지난 7일 국토교통부 국정감사에선 공항 규모를 놓고 설전이 있었다. 이춘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공항의 크기는 지역이 갖는 힘”이라며 “15조원이 드는 부산 가덕도 신공항 등과 비교해 새만금공항 사업비(8077억원)가 적다. 작은 공항 하나 만들어 줄 테니 가만히 있으란 얘기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북 정가에선 내년 본격 공사 전 새만금공항 규모를 확대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전국이 공항 건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전국 15개 공항 중 11개(73%) 공항이 만성 적자를 보는 상황에서 새만금을 비롯해 부산, 제주, 충남 서산, 대구·경북 등 전국 10곳에서 신공항 건설이 추진되는 것이다. ‘우리 지역에도 공항이 하나쯤 있어야 한다’는 식의 지역 균형 발전 논리 아래 공항 건설이 추진되다 보니, 애물단지로 전락할 곳도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 앞서 문을 열었던 공항들의 적자는 심각한 상태다. 전국 15개 공항 중 11곳은 지난 10년간 만성 적자를 기록 중이다. 경영 상태만 따져선 지금 당장 문을 닫을 수준이란 뜻이다. 지난해 매출 50억원을 올린 무안국제공항이 253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것을 비롯해 양양국제공항(-211억원), 울산공항(-195억원), 여수공항(-189억원), 포항경주국제공항(-163억원) 등 대부분이 영업 적자를 기록했다. 이들의 매출은 10억~20억원에 불과해 기업의 수익 지표인 영업이익률(영업이익을 매출로 나눈 것)이 -1000%에 달한다.
업계에선 지나치게 낙관적인 수요 예측, 건설부터 운영까지 전액 국비가 투입되는 구조가 적자 사태를 불러온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공항 건설 전 연 992만명 이용으로 수요를 예측했던 전남 무안국제공항의 지난해 이용객은 24만6000명에 불과했다. 272만명이 이용할 거라던 양양국제공항은 지난해 15만9000명만 이용했다. 경북 울진공항은 수요가 낮아 취항할 항공사를 찾지 못하자 비행훈련원으로 용도를 바꿨다. 380억원을 들여 여객터미널을 신축했던 경북 예천공항도 이용객 감소로 결국 군용 비행장이 됐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공항은 철도 등과 달리 건설부터 운영까지 모두 국가가 책임지는 구조기 때문에 지자체 입장에선 무조건 건설을 주장하는 게 남는 장사”라고 했다.
지역 요구에 선거를 의식한 정치권 화답이 맞물리면서 공항 건설지가 바뀌기도 한다. 국비 13조원이 투입되는 부산 가덕도 신공항의 경우 본래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론나 폐기된 사업이었다. 그러나 2021년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선거 공약으로 재부상하며 가덕도에 공항을 짓는 내용의 특별법이 발의돼 국회를 통과했다. 특별법 통과 직전까지 항공 사고 위험, 경제성 미비, 수요 불투명 등 ‘7대 불가론’을 들어 반대 입장을 폈던 국토부는 입장을 180도 바꿔 가덕도 신공항 건설 기본 계획을 고시해야 했다. 이를 두고 ‘의회 권력이 행정 권력을 침해한 것’이란 비판도 나온다.
제주도 성산에 들어설 제주2공항의 경우 찬반이 격하게 갈려 주민 투표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국토부는 2015년 공항 건설 계획을 밝힌 지 9년 만인 지난달 6일 기본 계획을 고시했지만, 다른 고시 때와 달리 구체적 개항과 착공 시점도 제시하지 못했다. 공항 건설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 문제를 포함해 성산이 최적 위치인지 등을 두고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주민 투표로 결정하자는 의견까지 나오는 것이다.
김아사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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