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건설현장, "노조 채용 강요·태업 사라졌다"

 

건폭과 전쟁 1년

법원 건폭 엄벌, 달라진 건설현장

 

  이달 초 수도권의 1000가구 규모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는 근로자들이 이동할 수 있도록 받쳐주는 구조물을 가설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타워크레인이 무거운 철제 부품을 고층부로 올리면 작업자들이 일사불란하게 조립했다. 이 현장은 작년 연말 건설노조가 노조원 채용을 강요하며 출입구를 막고 시위를 하는 바람에 한 달에 일주일 정도 정상 작업을 못 했다. 시공 업체 관계자는 “올해 봄부터 현장에서 노조 시위는 완전히 사라졌다”며 “노조원들이 일부러 태업하던 것도 없어져 작업 효율이 20%는 높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edited by kcontents

 

정부가 작년 12월 건설노조의 각종 불법행위와 부조리를 근절하기 위한 ‘건폭(建暴·건설 현장 폭력)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1년 가까이 지난 지금, 건설 현장 분위기는 눈에 띄게 달라졌다. 예전엔 건설노조의 채용 강요 때문에 현장소장은 노조와 몇 명을 채용할지 협상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하지만 지금은 건설사가 직접 타워크레인 기사 등 작업자를 선택해 고용하고 있다.

 

경찰청이 최근 전국 주요 건설 업체 80여 곳 관계자들을 상대로 ‘건폭 특별 단속으로 바뀐 건설 현장 분위기’를 물어본 결과, 이 중 90%가 “긍정적으로 바뀌었다”고 답변했다고 한다. 정태진 부산·울산·경남 철근·콘크리트 협의회 회장은 “1년 전만 해도 노동조합들은 자신들의 요구 조건이 수용되지 않으면 사업장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집회를 수시로 열고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을 명목으로 고소·고발을 남발했다. 특히 외국인 불법 노동자 신고 등으로 사업 대표를 압박하기 일쑤였다”며 “정부가 엄중 단속을 벌이면서 이전보다 노조의 채용 강요, 집회 등 압박 행위가 현저하게 줄어들었다”고 했다.

 

 

정부는 작년 12월부터 건설협회 등을 통해 노조의 채용 강요 등 불법행위 신고를 받고, 경찰을 투입해 불법행위자를 단속했다. 올해 3월부터는 타워크레인 기사가 급여 외에 금품을 수수하면 최대 12개월간 면허가 정지되도록 했다. 이런 정부 조치에 노조는 초반에는 의도적으로 작업 속도를 늦추거나 안전을 이유로 조업을 거부하는 ‘준법투쟁’으로 대응했지만, 정부가 고의적인 태업에 대해서도 적극 대응하기로 하면서 노조 집행부의 장악력은 시간이 흐를수록 약해지고 있다.

 

건폭에 대한 검찰과 법원의 엄벌 기조도 이런 변화에 영향을 줬다. 검찰 관계자는 “과거 노조 등에서 불이익을 받을 것을 우려해 피해 진술을 주저하던 업체들이 최근 수사 의지를 보고 구체적으로 진술하고 있다”고 했다.

 

‘건폭’으로 최근 1년간 기소돼 1심 재판을 마친 144명은 모두 유죄판결을 받았다. 수원지법은 지난 8월 공동 공갈 및 업무 방해 혐의로 기소된 한국노총 산하 한 건설노조 지부장 A씨에게 징역 2년 4개월 실형을 선고하면서 “거대 노조 지위를 등에 업고 근로자들의 정당한 권리를 보장할 것같이 외관을 꾸미고는 실질적으로 사익을 취하기 위해 건설 현장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 상당한 돈을 갈취했다”고 했다. A씨는 건설 현장에서 확성기로 장송곡을 틀고 덤프트럭으로 출입구를 막고선 “회사를 박살 내겠다”며 협박해 7000만원을 뜯어낸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A씨는 항소했지만 2심도 “다른 근로자들이 이 같은 행태에 배신감과 허탈함을 보이고 있다”며 1심 형량을 유지했다.

 

그래픽=김성규
 

서울중앙지법은 지난달 10일 서울·경기도 일대의 건설 현장 20여 곳에서 공사를 방해하겠다고 건설사를 협박해 2억여 원을 뜯어낸 혐의로 기소된 전국 연합 건설현장 노조 위원장 임모(53)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하면서 “건설사들에 피해를 야기할 뿐 아니라 결과적으로 건설 비용 증가와 부실 공사로 이어져 우리 사회 전반에 악영향을 끼치고 건전한 노동시장을 왜곡한다”고 했다.

 

 

다만, 일부 지역에선 아직도 건폭이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 관계자는 “노조원들의 편법적인 공사 방해, 집회 등 불법 재개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어 철저히 대응할 방침”이라고 했다.

 

정순우 기자

주형식 기자

이민준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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