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건설현장을 한국에서 모니터링?: 프롭테크(Proptech)
* 프롭테크(Proptech)
부동산을 뜻하는 'Property'와 기술을 뜻하는 'Technology'의 합성어로, 부동산 산업에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블록체인 등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를 의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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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건설현장도 한국서 훤히 감독할 수 있죠, 이 기술 하나면”
‘한국프롭테크포럼’ 신임 의장 배석훈 큐픽스 대표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한 공사 현장에서 근로자가 헬멧에 장착한 동영상 카메라로 현장 곳곳을 걸어 다니며 영상을 찍는다. 영상 파일을 클라우드 서버(가상 저장 공간)에 올리자, 현장에서 4700㎞ 떨어진 뉴욕에 있는 건설사 엔지니어 책상에 놓인 컴퓨터 화면에 실제 공사 현장과 똑같은 3차원 가상 공간이 작업 공정률 등 데이터와 함께 뜬다. 엔지니어는 설계도와 비교하며 시공 오류를 확인하고, 현장 근로자에게 작업 지시를 내린다.
이 서비스는 경기 성남시 판교에 본사를 둔 국내 스타트업 ‘큐픽스(Cupix)’가 제공하는 것이다. 이 회사는 지난달 한국프롭테크포럼 3대 의장에 오른 배석훈(56) 대표가 2015년 창업했다. 프롭테크란 부동산(Property)에 기술(Technology)을 결합한 서비스와 산업을 말하는데, 부동산 중개나 설계·인테리어에 모바일 앱과 빅데이터·AI(인공기능) 등 다양한 기술을 적용한 것을 말한다. 배 대표는 “현실과 똑같은 가상 공간을 활용하는 ‘3D 디지털 트윈 기술’이 최근 건설·부동산업에도 적용되기 시작했다”며 “지구 어느 곳에서나 건설 현장을 손바닥 보듯 세밀하게 들여다보며 작업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큐픽스는 현재 아마존과 네슬레, 홈디포, 바이엘 등 세계적인 다국적 기업을 포함해 300여 곳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전체 매출의 90%가 미국·캐나다·호주 등 해외에서 나온다. 배 대표는 2014년 미국 자택 조경 공사를 하다가 큐픽스 창업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그는 “견적을 내려면 무조건 업체에서 방문해 실측을 해야 하는데 3~4곳을 비교하려니 비용이 만만찮았다”며 “3D 기술을 활용하면 비용과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겠더라”고 했다. 물론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배 대표는 “전통 방식은 장비만 1000만원이 넘고 전문 교육을 받은 사람만 할 수 있었다”고 했다. 큐픽스는 수천만원에 달하는 3D 스캐너 대신 자체 개발한 사진 측량 기술을 활용해 시간과 비용 문제를 해결했다. 누구나 30분만 교육받으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서울대 기계설계학과를 나온 배 대표는 30년 넘게 3D 기술 한 우물만 파온 ‘3D 기술 전문가’다. 미국 MIT(매사추세츠공대) 객원 연구원을 거쳐 일본 리코 소프트웨어 연구소에서 개발 경험을 쌓은 배 대표는 2000년 3D 스캐너 설루션 기업 ‘아이너스 테크놀로지’, 2010년 클라우드 기반 협업 설루션 기업 ‘비즈파워테크놀로지’를 창업했다. 세계 시장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아 2012~2013년 두 회사를 미국 대표 3D 프린팅 기업인 ‘3D시스템즈’에 성공적으로 매각했다.
배 대표는 이 같은 자신의 해외 경험을 국내 기업과 나누기 위해 국내 380여 프롭테크 업체 모임인 한국프롭테크포럼 3대 의장(임기 2년)을 맡았다. 그는 “기업용(B2B) 서비스를 주로 하는 프롭테크 업체에 한국 시장은 너무 작다”며 “미국 시장을 두드리며 얻은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해외 진출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국내 부동산 시장 시스템을 고도화하는 것에도 관심이 많다. 그는 “국내 프롭테크 업계에는 AI를 이용한 감정평가, 전자결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훌륭한 역량과 사회적 사명감을 가진 스타트업이 많다”며 “이들이 보다 자유롭게 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전세 사기 같은 문제를 줄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신수지 기자 편집국 산업부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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