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비리] "해먹는 놈 따로"
공무원의 해이성
모럴해저드
공무원 공권력과 정보로 재테크에 올인
(편집자주)
태양광 업체 청탁 들어준 산업부 과장,
그 회사 대표 됐다
‘LH 사태’ 닮은 文정부 태양광 비리
태양광·풍력 발전 등 신재생 에너지 사업과 밀접하게 연관된 공공기관 소속 임직원 250여 명이 내부 규정을 어기고 개인적으로 태양광 발전 사업을 병행하다가 감사원 감사에서 적발됐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과 신재생 에너지 확대 정책으로 한국전력이 수십조원의 손실을 입는 등 전 국민이 피해를 본 반면, 한전 등 관련 공공기관의 당사자들은 ‘태양광 보조금’을 챙기고 있었던 것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3기 신도시 등 LH의 사업 계획과 관련 있는 지역에 부동산 투기를 해 사익을 챙겼던 2021년 ‘LH 사태’에 빗대, ‘태양광판 LH 사태’라는 지적이 나온다
감사원의 ‘신재생 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에서 한국전력 등 8개 공공기관 소속 임직원 250여 명이 적발됐다. 이 기관들은 임직원이 태양광 사업에 참여해서는 안 된다는 내부 규정이나, 외부 사업을 겸직하려면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내부 규정을 갖고 있다. 신재생 에너지 사업 관련 업무와의 이해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250여 명은 이런 내부 규정을 어기고, 소속 기관에 알리지 않은 채 본인 명의나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태양광 사업을 했다.
이는 국민이 낸 전기요금에서 나오는 ‘태양광 보조금’을 공공기관 임직원들이 나눠 가졌다는 것을 뜻한다. 문재인 정부는 개인이 소규모로 태양광 발전 시설을 설치하면, 여기에서 나오는 전력을 한국수력원자력 등 한전 산하의 발전 사업자가 높은 금액의 고정 가격으로 사 주는 ‘한국형 FIT(발전 차액 지원 제도)’를 2018년부터 시행했다. 소규모 태양광 사업자에게 사실상의 보조금을 주는 정책이다. 대규모 태양광 사업자들도 한전에 높은 가격으로 전기를 판매하면서 실질적으로 보조금을 받고 있다. 한전은 누적된 적자에도 불구하고 ‘재생에너지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사업자의 전기를 우선 구매할 수 있다’는 전기사업법 31조를 근거로 태양광 사업자로부터 전기를 원전 생산 전기보다 4배 넘는 가격에 사들이고 있다.
이번에 적발된 임직원 중에는 법인을 2개 만든 뒤 법인을 통해 발전 용량 4000㎾(킬로와트) 규모의 태양광 발전을 해 전기를 판매한 경우도 있었다. 소규모 발전 사업자로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한도인 100㎾의 40배 규모 사업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단지 신재생 에너지 사업 관련 공공기관 소속인 경우를 넘어서서, 태양광 사업 관련 업무를 직접 수행하는 직위에 있으면서 내부 정보를 이용해 사익을 챙긴 경우도 확인됐다. 한 기관의 태양광 사업 관련 업무 담당 직원은 태양광 발전소가 연계되는 선로의 여유 용량에 관한 내부 정보를 이용해, 아내 명의로 인근에 부지를 매입한 뒤 태양광 발전 시설을 운영하면서 수익을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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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 사업에 뛰어든 일반인 다수도 태양광 보조금을 부당하게 받아 챙겼다. 소규모 태양광 사업자에게 나오는 보조금은 통상적으로는 30㎾ 미만 시설을 가진 경우에만 지급되지만, 농·축산·어업인의 경우에는 그 3배가 넘는 100㎾ 시설을 갖춘 경우까지도 지급된다. 태양광 보조금을 3배 가까이 더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감사원이 확인해 보니, 소규모 사업자 다수가 위조 서류나 효력이 없어진 서류를 제출해서 농업인으로 위장하는 등의 방법으로 보조금을 받은 경우가 700여 건에 달했다.
대규모 태양광 발전 사업에서도 여러 비리가 발견됐다. 충남 태안군 안면도에 국내 최대인 300㎿(메가와트) 규모 태양광 발전 시설을 조성하는 사업을 시행하는 민간 업체는 사업 부지 일부가 목장 용지로 지정돼 있어서 사업 허가를 받을 수 없게 되자, 산업통상자원부의 과장급 공무원에게 청탁해 이런 용지에도 태양광 시설을 설치할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불법으로 받았다. 이 공무원에 대한 청탁을 주선한 다른 산업부 공무원은 나중에 이 민간 업체 대표이사로 취업했고, 불법 유권해석을 한 공무원은 이 민간 업체로부터 수주를 받는 다른 태양광 업체 임원으로 취업했다. 전북 강임준 군산시장은 새만금에 99㎿ 규모의 태양광 시설을 설치하는 사업에서 고교 동문인 민간 건설업자에게 사업자 선정 특혜를 줬고, 이로 인해 군산시는 앞으로 15년간 110억원 이상 손실을 보게 됐다. 전북대 선모 교수는 가족·친지 명의의 자본금 1억원짜리 업체를 운영하면서 허위 서류로 풍력 발전 사업권을 따냈고, 600여 배 차익을 거두면서 중국 업체에 사업권을 매각하려다 덜미가 잡혔다.
감사원은 대규모 사업 비리에 연루된 군산시장 등 38명에 대한 수사를 수사 기관에 의뢰하는 한편, 감사를 계속 진행하기로 했다.
김경필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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