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중, 원전 수출 시장 79% 장악...한국의 극복 방법은
한미 원전동맹으로 돌파해야
[러・중] 국영기업 중심 수출 추진, 현재 건설 중 수출 원전 34기 중 27기 차지
[미 국] 러・중 견제 위해 ‘범정부’ 정책・법안 마련, 동맹국과 협력 모색 중
미국을 비롯한 자유진영 국가의 원전 수출이 주춤하는 동안 세계 원전 시장을 러시아와 중국이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는 박상길 박사(법무법인 광장 전문위원)에 의뢰한「한미 원자력 민간 협력방안」보고서를 기반으로 원전 수출 시장은 단순 비즈니스를 넘어 진영 간 패권 경쟁 양상으로 나아가고 있는 만큼 동맹국인 미국과 선진 원전 수출, 원전 연료 공급망 구축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협력방안①] 미국 주도 수출 프로그램 참여해 선진 원전(SMR) 제3국 공동 진출
[협력방안②] SMR용 원전 연료(HALEU) 공급망 공동 구축해 러시아 의존도 감축
러시아, 세계 원전 수출 시장의 68% 점유 … 글로벌 영향력 공고화
최근 세계 원전 수출 시장*에서 가장 두각을 보이는 국가는 단연 러시아다. ’22년 기준 13개국에서 건설 중인 수출 원전 34기 중 러시아가 건설하는 비중은 23기로 전체의 약 68%를 차지한다.
* 세계 건설 중 수출 원전 현황 (`22년) : 러시아(23기), 중국(4기), 대한민국(4기), 프랑스(3기) / 13개국 34기
러시아 원전 수출 경쟁력의 핵심에는 국영기업인 로사톰(ROSATOM : Russia State Atomic Energy Corporation)이 있다.*
* 로사톰의 전신은 연방원자력에너지청(Federal Agency on Atomic Energy)으로 ’07년 국영기업으로 전환
로사톰은 원전 건설뿐만 아니라 자금 지원, 우라늄 농축, 운영 및 유지보수 등 신규 원전 도입을 고려하고 있는 국가가 필요로 하는 모든 옵션을 ‘원스톱 패키지’로 묶어 제공한다. 이러한 역량을 바탕으로 로사톰은 원전 건설・운영・연료공급・기술지원 등을 매개로 43개국과 직간접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중국, 자유진영 국가 ‘탈원전’ 혼란 틈타 원전 수출 신흥강자로 부상
중국은 3대 국영기업인 CNNC(China National Nuclear Corporation), CGN(China General Nuclear Power Group), SPIC(State Power Investment Corporation)중심으로 원전 수출이 추진되고 있다.
중국은 러시아에 비해서 원전 수출에 있어서는 후발주자지만, 거대한 국내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한 규모의 경제, 일대일로(一帶一路, Belt and Road Initiative)로 대표되는 국가 주도의 강력한 해외 진출 정책에 힘입어 자체개발한 원전인 Hualong One을 파키스탄에 이어 최근 아르헨티나에까지 수출하는데 성공**했다. 또한 카자흐스탄***과는 우라늄 협약을 맺어 국내외 원전 확대를 위한 안정적인 원전 연료 공급망 기반 구축에도 착수했다.
* 중국은 ’22년 기준 약 55GW 규모의 원전을 운영하고 있으며, ’30년까지 계획한 추가 원전(약 50GW)이 완공되면, 미국(95GW)를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많은 원전을 보유한 국가가 될 전망
** 이 과정에서 중국은 파키스탄과 아르헨티나에 총 건설비용의 약 80%를 초장기・저금리 자금으로 지원함
*** 카자흐스탄은 세계 우라늄 매장량의 약 15%를 보유하고 있으며, 세계 우라늄 생산량의 45%를 담당함
이처럼 중국이 원전 수출 시장의 신흥강자로 떠오른 시기는 일본 후쿠시마 사고(’11년) 이후 우리나라를 비롯한 일본, 독일 등 자유진영의 주요 원전 강국들이 탈원전 정책 등으로 원전 수출 역량이 크게 훼손된 시기와 일치한다.
미국, 러중 원전 패권에 맞서 ‘범정부’ 차원 원전 수출 전략 추진
강력한 정부 지원과 국영기업 중심의 원전 수출 체제를 갖춘 러시아와 중국과는 달리 여태까지 미국에서 원전 수출은 대부분 민간기업의 몫이었다. 정부의 역할은 기업이 해외에 원전을 수출할 때 핵 확산방지(non-proliferation) 기준을 충족하는지 심사하는 것에 그쳤다.
원전 연료 생산 능력에서도 미국은 경쟁력을 상실했다. 러시아의 핵군축을 위해 1993년부터 2013년까지 20년간 진행된 ‘Megatons-to-Megawatts’ 프로젝트*로 미국은 세계 우라늄 농축시장의 주도권을 러시아에 넘겨주었다.**
* Megatons-to-Megawatts 프로젝트 : 러시아가 약 20,000개의 핵탄두용 고농축 우라늄을 희석해 생산한 원전 연료를 미국의 상용 원전에 저렴하게 공급한 사업
** ’85년 64%였던 미국의 세계 우라늄 농축시장 점유율이 ’15년 8%로 하락한 반면, 같은 기간 러시아의 점유율은 7%에서 45%로 상승
하지만 최근 미국은 러시아와 중국의 세계 원전 시장 잠식을 심각한 안보 위협으로 인식하고, 민간기업과 시장에만 맡겨놓았던 원전 산업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원전 산업 경쟁력을 복원시킬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1)
1) US Department of Energy (2020) “Restoring America’s Competitive Nuclear Energy Advantage”
이에 발맞춰 미국 의회도 올해 일련의 법안들을 발의하면서 ‘범정부’ 차원의 원전 연료를 포함한 원전 산업 경쟁력 강화 전략 마련, 동맹국과의 원전 수출 협력 강화 등을 주문하고 있다. 발의된 법안들이 과업과 시한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는 만큼 법안이 최종적으로 통과되면 세계 원전 시장 리더십 회복을 위한 미국과 동맹국 간 협력 움직임이 한층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미 협력방안 ① : 선진 원전(SMR) 제3국 수출 공동추진
미국 정부와 의회의 정책 방향을 살펴보면, 미국 원전 산업 경쟁력 복원의 핵심은 기존 대형원전이 아닌 SMR(Small Modular Reactor, 소형모듈원전)* 과 같은 선진 원전의 개발 및 수출에 있음을 알 수 있다.
* 기존 대형원전에 비해 용량이 작아(30~300MW), 비교적 적은 투자비용으로 수요지 인근에 입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며, 전력공급뿐만 아니라 산업공정용 열 공급, 수소생산 등에도 활용이 가능함
또한 미국은 러시아와 중국의 세계 원전 시장 확장을 견제하기 위해서 작년부터 ‘퍼스트’(FIRST, Foundational Infrastructure For Responsible Use of SMR Technology)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작년 5월 한미정상회담에서 미국의 동맹국으로서 퍼스트 프로그램 지원을 공식화한 바 있다.
* 퍼스트 프로그램 : 신규원전도입국에 SMR 도입을 위한 초기 기반 구축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우크라이나, 루마니아, 세르비아, 가나, 케냐, 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10개국이 공식적으로 참여를 신청했으며, 미국의 동맹국으로 프로그램 지원을 공식 발표한 국가는 한국, 일본, 캐나다 3개국임
일본이 작년 10월 퍼스트 프로그램 추진의 일환으로 ‘위캔’(WECAN, Winning an Edge through Cooperation in Advanced Nuclear)이라는 명칭의 별도 프로그램을 개발해 아프리카 가나에서 미국과 공동으로 SMR 도입 타당성 조사 사업에 착수한 만큼, 우리나라도 원전 시공 및 운영 분야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가칭) ‘세컨드’(SECOND, Supply Chain, Engineering, Construction, Operation for Nuclear Development)와 같은 프로그램을 개발해 미국 주도의 퍼스트 프로그램과 보완적으로 운영하는 것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한미 협력방안 ② : 원전 연료(HALEU) 공급망 공동구축
또한 미국은 SMR의 개발 및 수출뿐만 아니라 SMR의 연료로 쓰이는 ‘핼리우’ (HALEU, High-Assay Low-Enriched Uranium, 고순도・저농축 우라늄)*의 안정적 확보를 에너지・국가 안보 확보 차원에서 최우선 과제로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SMR 개발에 필수적인 핼리우 수급도 러시아 로사톰의 원전 연료 자회사인 테넥스(TENEX)社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핼리우 수급의 러시아 의존도를 줄이고, 자국 내 핼리우 생산능력 강화를 위해 미국에서 IRA법이나 HALEU Availability Program(’20) 등과 같은 정책적 노력이 진행되고는 있으나, 아직까지 미국 영토 안에서 핼리우를 공급할 수 있는 시설은 소규모 실증을 위한 연구시설을 제외하고는 전무하다.
아직 우리나라는 핼리우에 적합한 농축도의 원전 연료를 생산할 수 있는 권한이 없어 핼리우 농축시설 자체건설은 어렵지만, 미국 내 대규모 핼리우 농축시설 건설사업에 지분투자 또는 EPC 형태로 우리 기업이 참여한다면 핼리우 수급문제 해결에 있어 동맹국으로서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산업본부장은 “이번 한미정상회담으로 우리나라 에너지・건설 분야 기업과 미국 SMR 분야 혁신기업과의 협력의 물꼬는 트인 상황”이라고 지적하고, “미국이 러시아와 중국을 견제하고 SMR을 중심으로 세계 원전 시장 위상 회복을 위해 동맹국과 협력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우리도 실리와 명분을 모두 챙길 수 있는 액션플랜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경련 산업혁신팀
[요약]
세계 수출 원전 건설 현황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3일 발표한 '한미 원자력 민간 협력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13개국에서 총 34기의 수출 원전이 건설되고 있는데, 이중 러시아가 수주한 원전은 23기로 비중이 67.6%에 달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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