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시티'의 비밀 드러나나

 

소송 중인데 1500억 꿀꺽?

포스코건설-엘시티PFV 기묘한 합의

 

착수 전부터 잡음 끊이지 않아

박 대통령, 엘시티 비리 지시 이후 탄핵돼

탄핵 주동 부산 정치인 김무성 등 관련설

관련 재조사 추진해야

(편집자주)

 

[땅집고] 포스코건설이 부산 해운대에 지은 101층 주상복합 건물 ‘엘시티’ 시행사를 상대로 2020년 6월 제기한 약 2400억원 규모 추가 공사비 청구 소송과 관련, 1심 재판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이미 1500억원을 회수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엘시티'의 비밀 드러나나
동아일보edited by kcontents

 

시행사인 엘시티PFV 측은 “소송 제기 전후로 자금난에 빠져 2200억원대 대출을 받아야 하는 다급한 상황이었는데 포스코건설 동의가 필수였다”면서 “포스코건설이 이런 점을 이용해 추가 공사비를 (확정 판결에 관계없이) 먼저 지급하는 합의서를 쓰도록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포스코건설 측은 “쌍방이 적법 절차에 따라 합의서를 썼고 소송 결과에 따라 추후 정산하면 되기 때문에 (추가 공사비 선지급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엘시티는 2019년 11월 완공한 지상 101층 주상복합 건물로 지상 84층 아파트(882가구) 2개동과 지상 101층 랜드마크타워가 있다. 랜드마크타워에 6성급 호텔 ‘시그니엘 부산’(561실)과 레지던스, 전망대 등이 있다. 아파트와 랜드마크타워 사이에는 상업시설과 워터파크도 있다. 국내에서 서울 롯데월드타워(555m) 다음으로 높다.

 

'엘시티'의 비밀 드러나나
[땅집고]엘시티 PFV와 포스코건설이 2020년 12월 4일 맺은 '엘시티 추가사업비 및 추가공사비 지급관련 합의서'의 첫 페이지./엘시티 PFV

14일 땅집고 취재 결과, 엘시티 PFV와 포스코건설은 2020년 12월 4일 ‘엘시티 추가사업비 및 추가공사비 지급관련 합의서’를 체결한 것으로 확인됐다. 포스코건설이 이미 받아간 388억원을 제외한 추가 공사비(2391억원) 청구 소송을 제기해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던 시점이다.

 

합의서에 따르면 시행사가 벌어들이는 분양 수입금과 담보대출 자금으로 사업비를 지출하는 경우 똑같은 금액을 포스코건설이 청구한 추가 공사비로 지급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엘시티 PFV가 용역비나 세금같은 사업비로 1억원을 지출한다면 포스코건설에게도 똑같이 1억원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합의서에는 포스코건설이 청구한 추가 공사비 전액을 지급받을 때까지 이 조항을 적용하며 소송 결과에 따라 추후 정산하도록 하고 있다. 포스코건설이 이렇게 받아간 추가 공사비는 지금까지 1500억원에 달한다.

 

'엘시티'의 비밀 드러나나
[땅집고]'엘시티 추가사업비 및 추가공사비 지급관련 합의서' 5조 2항에는 시행사가 사업비를 지출하는 경우 똑같은 금액을 포스코건설에게 추가 공사비로 지급한다는 내용이 명시됐다./엘시티 PFV

 

법조계에서는 1심 재판이 진행 중인 가운데 미확정채권인 추가 공사비를 먼저 지급하기로 합의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본다. 이에 대해 엘시티PFV 측은 “억울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고 했다. 엘시티PFV 관계자는 “포스코건설이 자금난에 빠진 시행사의 궁박한 처지를 이용해 합의서 체결을 요구했다”고 주장한다.

 

엘시티PFV 측은 아파트·레지던스 등 분양 수입금으로 2조6000억원을 벌었지만 2020년 3월 만기가 돌아오는 PF대출(1조7800억원)을 갚으면 남는 돈이 거의 없었다. 당시 사업은 준공했지만 각종 수수료·세금·금융비 등 정산해야 할 추가 사업비가 많았다. 이 때문에 미분양 상가와 워터파크, 호텔 등을 담보로 2200억원대 신규 대출을 받으려고 했다.

 

 

문제는 당시 엘시티 사업에 걸린 담보신탁의 우선수익권자였던 포스코건설이 계약 해지에 동의하지 않으면 다른 금융기관에서 신규 담보대출을 받을 수 없었던 것. 설령 대출을 받아도 포스코건설이 동의하지 않으면 자금을 인출할 수도 없었다. 엘시티PFV 관계자는 “포스코건설이 최초 도급공사비(1조4700억원)를 모두 받았는데 추가 공사비를 달라고 소송을 제기한 뒤 담보대출까지 막았다”면서 “1년 가까이 시간을 끄는 동안 자금줄이 막혀 부도 상황에 몰리게 됐다”고 했다.

 

결국 엘시티PFV측은 불리한 조항이 많았지만 2020년 12월 포스코건설이 제안한 합의서에 도장을 찍을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엘시티PFV 관계자는 “(담보대출 동의와 관련해) 포스코건설 상대로 소송을 하고 싶어도 확정판결까지 몇 년이 걸릴지 모르는데 그 사이에 돈이 없어 사업은 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합의서 체결로 급한 불부터 끈 뒤 소송에서 이기면 비용을 돌려받는 것이 최선이었다”고 했다. 엘시티PFV 측은 합의서 체결 직후 포스코건설 동의를 받아 2020년 12월 말~2021년 1월 초까지 총 4400억원 규모 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포스코건설은 양사가 적법하게 합의서를 체결했다고 주장한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합의서는 리파이낸싱(자금 재조달) 시 각자 지급이 필요한 공사비와 사업비를 조달하는 방법에 대해 양사 간 적법한 절차에 따라 협의를 거쳐 체결했다”고 밝혔다.

 

포스코건설은 또 “합의서 체결 시 양사는 법원 확정판결에 의해서만 추가 공사비 지급 의무를 결정하도록 (약속)했다”며 “합의에 따라 포스코건설은 추후 법원이 판결을 확정하면 추가 공사비와 1순위 우선수익권을 처리할 예정”이라고 했다.

 

 

엘시티PFV 측은 아직도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지만 합의서 때문에 진퇴양난이다. 1500억원 이상 추가 사업비가 더 필요한데 이 경우 합의서에 따라 포스코건설에도 추가 공사비 전액이 지급될 때까지 똑같은 금액을 줘야 한다. 포스코건설이 청구한 추가 공사비 중 미지급액은 900억원 정도다. 엘시티PFV 관계자는 “최근 워터파크를 팔았고, 이제 남은 필요 사업비는 1500억원 정도”라면서 “부족 자금은 호텔 매각과 회사 보유 미분양 상가를 팔아서 메우려고 한다”고 했다.

 

 

엘시티는 2019년 아파트와 레지던스를 준공했고, 호텔(시그니엘 부산)은 2020년 6월 오픈했다. 아파트와 레지던스는 일반분양했고, 호텔은 엘시티PFV가 소유하고 있다. 워터파크는 최근 ㈜이도에 팔렸고, 이르면 오는 7월쯤 개장할 예정이다. 상가는 아직 전체의 70% 정도만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박기람 땅집고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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