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터지기 시작한 건설현장의 케케묵은 비리들(#함바집)
건설분야에 일대 한획을 그을 이미지 쇄신 대역사
건설이 비리의 온상이라는 악 이미지 얼른 떨쳐버려야
(편집자주)
“결국 뒷돈은 ‘이곳’을 거친다”
월례비·가짜팀장 이어 ‘함바집’ 겨눈 국토부
정부가 건설현장 근로자들이 이용하는 단체식당인 이른바 ‘함바집’을 정조준하고 나섰다. 공사현장에서 관행적으로 벌어지는 타워크레인 기사 월례비와 무노동 가짜팀장 등 불법행위를 제대로 잡기 위해선 ‘함바집’ 커넥션을 들여다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데 따른 것이다. 함바집 입찰 과정에서 오가는 뇌물과 운영 수익 중 일부가 리베이트 자금으로 공사현장의 ‘검은 돈줄’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공사현장 돈줄 된 ‘함바집’
운영권 입찰 과정서 억대 뇌물 오가기도
대형 함바집 연 매출 10억 상회
현장 인근 식당서 인부 식사 유치하려 ‘리베이트’도
28일 취재를 종합하면 건설현장 불법행위 근절 대책을 추진 중인 국토교통부는 함바집을 통한 자금 커넥션에 대한 집중 점검에 나설 예정이다. 함바집은 공사 기간 건설현장에 임시 건물을 지어놓고 인부들에게 밥을 해주는 식당을 말한다. 식수 인원만 확인하고 건설사가 정기적으로 정산을 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함바집은 정산 과정이 ‘깜깜이’로 진행돼 공사현장 ‘검은돈의 산실’이라는 오명을 받고 있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규모 공사현장에서는 함바집 운영권을 따내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함바집 운영권 낙찰을 위해 현장소장 등 공사 관계자들에게 억대 규모의 뇌물을 주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함바집 운영권을 준다는 명목으로 거액의 돈을 수령한 뒤 ‘먹튀’하는 사기 범죄까지 벌어지기도 한다
함바집에 검은돈이 몰리는 것은 운영권만 따내면 공사기간 동안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함바집의 식대는 1인당 6000~7000원 선이다. 한 식당에서 300명이 식사를 한다고 치면 일 매출만 200만원에 이른다. 주말을 제외한 평일 매출만으로 월 3600만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다. 연 매출로 4억원이 넘는 금액이다.
‘1일 2끼’에 간식, 회식까지 합하면 연 매출은 10억원을 웃돈다고 한다. 이와 관련, 한 공사현장 관계자는 “마진율을 20%만 잡아도 연간 2억원의 영업이익을 낼 수 있는 게 함바집”이라며 “괜히 억대 뇌물이 오가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과거 ‘함바 비리 사건’ 등 권력형 비리 사건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공사현장 내 함바집을 운영하지 않고 인부들에게 인근 식당을 이용하도록 하는 건설업체들이 많아졌지만, 사각지대는 존재한다. ‘수기 장부’가 대표적이다. 실제 식사를 하지 않았음에도 식사를 한 것처럼 인원을 기재하고, 비용을 정산한 뒤 현장 소장 등에게 뒷돈 형태로 되돌려 주는 식당이 많다고 알려졌다.
공사현장 관계자는 “회식 등을 할 때 참여하지 않은 인원을 기재하거나, 실제 먹은 것보다 더 많이 주문한 것처럼 계산하고, 과잉 정산한 금액 중 일부를 되돌려주는 것”이라며 “현장소장 뿐만 아니라 최근 논란이 된 ‘일 하지 않고 월급만 받는 가짜팀장’(일명 오야지)들에게도 뒷돈이 들어간다”고 말했다.
현장에선 이렇게 마련한 자금으로 타워크레인 기사 월례비를 주거나, 가짜팀장의 수고비를 지급하는 데 지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소장 등 개인이 착복하기도 한다고 한다. 한 중소건설업체 관계자는 “회계장부에 기록이 없는 크레인기사 월례비 등은 대부분 식대를 허위로 기재하는 방식으로 과대 반영해 마련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함바집을 단순한 식당으로만 봐선 안 된다. 사실상 공사현장의 자금 세탁소 역할을 한다는 게 공공연한 업계 비밀”이라고 말했다.
세무당국에서도 공사현장의 검은돈의 연결고리를 끊기 위해선 함바집 운영과 입찰 과정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세무당국 관계자는 “공사현장의 불법적인 관행, 특히 불법적인 자금 유통을 바로잡기 위해선 함바집 거래 실태를 중점적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건설현장 불법행위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갖가지 비리 행태가 드러나고 있다”면서 “건설노조의 불법행위를 비롯해 음성적인 자금 유통까지, 국민에게 비용을 전가하는 비리를 근절할 수 있도록 살펴보겠다”고 했다.
윤희훈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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