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재개발조합의 시공사 선정 대가로 받은 돈 갚아야"
대법 “재개발조합에 돈 빌려줬던 건설사,
시공사 선정 무효 돼도 돈은 갚아야”
재개발 추진위원회가 건설사를 시공사로 선정해주는 대가로 돈을 빌렸다면, 시공사 선정이 무산된 경우에도 대여금을 갚아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현대건설이 A 재개발 추진위원회를 상대로 “빌려준 돈을 돌려달라”며 낸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6일 밝혔다.
A 추진위는 2006년 현대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해 공사 도급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에는 현대건설이 추진위 요청에 따라 사업 시행에 드는 자금을 대여해준다는 조건이 붙었다. 이에 따라 현대건설은 2006∼2010년 추진위에 총 34억여원을 빌려줬다. 이 대여금 계약에는 토지 소유자들이 연대보증을 섰다.
그런데 현대건설이 시공사로 선정된 이후, 재개발 구역 내 다른 토지 소유자가 “조합 설립 전 시공사 선정은 무효”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소송을 벌인 끝에 현대건설 등은 시공사 선정이 무효라는 취지의 화해 권고 결정을 맺었다. 이에 현대건설은 A 추진위를 상대로 “빌려준 돈을 갚으라”는 소송을 냈다.
재판의 쟁점은 대여금 계약이 유효한지 여부였다. 현대건설이 추진위에 돈을 빌려준 계약의 근거가 되는 시공사 선정 계약 자체가 무효가 됐기 때문이다. 1심은 대여금 계약이 유효하다면서 현대건설 손을 들어줬지만, 2심은 판단을 뒤집었다. 2심 재판부는 “법률 행위의 일부분이 무효일 때에는 그 전부를 무효로 한다”는 민법을 근거로 제시했다. 공사 계약이 무효가 됐다면 그 안에 포함된 자금 대여 계약도 무효라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법률 행위 당시 일부가 무효이더라도 나머지 부분을 유지하려는 의사가 있었는지 등을 심리해 나머지 부분이 무효인지 유효인지를 판단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현대건설이 시공사 선정 관련 소송이 진행 중이었던 2010년 7월에도 추진위에게 돈을 빌려주었고, 일부 대여금에 대해 공증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현대건설은 공사도급 가계약이 무효가 되더라도 대여금 계약을 유지할 의사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유종헌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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