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은 왜 사업장에 고의적 부도를 냈을까
대우건설 브릿지론 '손절매'
이례적 사태 채권단 "대응 검토"
대우건설이 울산의 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의 브릿지론을 자체 자금으로 상환하고 빠져나오자 선순위 채권단으로 참여한 금융회사들은 대체 시공사 선정 등을 포함한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 PF 업계는 대우건설과 같은 사례의 확산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8일 SK증권에 따르면 '울산동구일산동푸르지오' 사업장의 브릿지론 선순위 채권단은 대체 시공사 선정을 포함한 다양한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해당 PF 사업장의 브릿지론에는 유안타증권, 우리금융캐피탈 등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SK증권은 브릿지론의 주관사를 맡고 있다.
해당 사업은 총 480가구의 주상복합 아파트를 건설하는 것으로 지난해 시행사가 토지 매입과 인허가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브리지론으로 증권사·캐피털사 등에서 약 1천억 원을 조달했다.
대우건설이 보증했던 440억 원을 자체 자금으로 상환하고 시공권을 반납하자 선순위 채권단은 브릿지론을 3개월 연장했다. 채권단은 이 기간에 대체 시공사 선정을 포함한 다양한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
PF 업계에선 대우건설의 이런 선택을 이례적인 사례로 평가했다.
그간 건설사의 책임준공 의무가 관행으로 굳어졌을 뿐만 아니라 채권단이 작성하는 대출 약정서에 통상 '책임준공 확약 또는 보증'이라는 문구가 기재되기 때문이다.
한 PF 업계 관계자는 "소위 바이블이라 부르는 대출 약정서를 만들 때 확약이나 보증이라는 단어를 넣는다"며 "이런 어구가 포함됐는지의 여부에 따라 법적 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책임준공과 관련해 브릿지론 단계에서는 문제가 안 되고 본 PF로 넘어가기 전에는 효력이 없기 때문에 상관이 없다는 지적도 일부에서는 나온다.
건설사가 책임준공 의무를 저버리는 사례가 업계 전반으로 확산하지는 않을 것으로 PF 업계는 보고 있다.
건설사가 향후 사업을 위해 전주(錢主)인 금융회사와의 신뢰 관계를 고려해야 하는 만큼 대우건설처럼 과감한 선택을 하는 시공사는 찾기 힘들 것이란 설명이다.
위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가 나빠지고 있으니 대우건설처럼 사업장 손절을 내심 원하는 건설사들도 있을 것"이라며 "다만 금융회사와의 신뢰를 생각하면 건설사 입장에서 이런 선택을 하기는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
한편 대우건설의 결정으로 해당 PF의 사업성은 개선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토지 매입 및 인허가 비용 일부를 대우건설이 갚은 것으로 대체 시공사를 찾을 수 있다면 오히려 유동성의 버퍼가 생겼다는 진단이다.
또 다른 PF 업계 관계자는 "1천억 원짜리 땅값이 440억 원만큼 줄었다고 보면 된다"며 "뒤에 이어갈 시공사는 그만큼 유동성 버퍼가 생기는 것으로 사업성이 오히려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자재비 급등, 부동산 경기 악화 등 상황을 고려하면 건설사가 쉽게 시공을 맡을 수 없을 것이고 본 PF로 넘어가지 못하게 되면 기존 대출이 모두 부실자산이 된다"며 "금융비용을 계속 지불하는 것도 채권단 입장에서 하나의 리스크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연합인포맥스) 황남경 기자 nkhwang@yna.co.kr
대우건설 시공권 반납 내막은
대주단, 수수료만 11% 내놔라
신평업계 "본PF 무산 드물지 않아
건설사 현명한 선택"
일부 금융회사들이 건설업계의 자금난을 악용해 프로젝트 파이낸스(PF) 사업장에서 무리한 금융조건을 강요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우건설이 최근 울산의 한 PF 사업장 시공권을 반납한 것도 두 자릿수 PF금리 외 수수료만 11%를 내놓으라는 대주단의 요구에 사업을 접은 것으로 풀이됐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최근 울산 PF 사업장에 대한 시공권을 반납하고 토지 확보에 사용된 브리지론과 관련해 연대보증을 섰던 440억 원을 모두 상환했다.
일반적으로 PF 사업장은 시행사가 토지 계약을 맺은 뒤 브리지론을 통해 토지 전체를 확보한다. 이후 금융권에서 대주단을 구성하면 공사비를 포함한 전체 사업비에 대한 대출, 이른바 '본PF'가 진행된다.
대우건설은 브리지론에서 후순위 연대보증을 제공했기 때문에 본PF로 이어지지 않으면 고스란히 보증 금액을 손해 봐야 한다. 대우건설은 440억 원을 손실 처리했다.
일부 금융권에서는 대우건설이 돌출 행동을 했다며 불만을 표했지만, 건설업계에서는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을 보였다.
최근 증권사들이 부동산 PF 대주단으로 나서면서 금리와 수수료 등 각종 금융비용이 사업비의 20%를 넘어선 지 오래됐기 때문이다.
대우건설은 민간신용평가 3사로부터 신용등급 'A0'를 부여받았다. 연합인포맥스 발행사 만기별 크레디트 스프레드(4788화면)에 따르면 회사채 시장에서 요구하는 1년물 금리는 5.019%, 3년물 금리도 5.323%였다.
그런데 대주단은 본PF 금융조건으로 금리 10%에 수수료까지 11%를 달라고 요구했다. 대우건설이 채권 시장에서 자체 조달할 수 있는 금리의 두 배를 제시했다.
대우건설이 토지매입 브리지론에 참여하면서 예상했던 본PF 조건은 금리 5.7%에 수수료 1%였다. 금리는 최근 기준금리 인상 등을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수수료까지 10배 넘게 달라는 요구에 대우건설은 고개를 저었다.
대우건설의 한 관계자는 "분양시장이 어려운 상황에서 저런 수준의 금융조건을 받아들이는 것은 주주에 대한 배임으로 번질 수 있는 문제"라며 440억 원의 손해를 감수하고 시공권을 반납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대우건설의 다른 관계자는 "브리지론에서 선순위 대출을 제공한 금융회사들은 손해 볼 것이 하나도 없다"며 "토지가격을 고려하면 오히려 이득을 봤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용평가업계에서도 대우건설은 합리적인 행동을 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브리지론 단계에서 사업이 무산되는 것이 드물지 않은 일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책임준공확약도 본PF에서 문제가 되지 예비단계인 브리지론에서는 하등의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한 신용업계 관계자는 "브리지론 단계에서는 인허가가 안돼 사업이 엎어지는 사례도 있다. 본PF로 전환이 됐다면 몰라도 브리지론에서는 전혀 의무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우건설도 사실 피해를 본 것으로, 어떻게 보면 건설사 입장에서는 현명한 선택"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연합인포맥스) 남승표 박준형 기자 spna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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