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나! 건설사 시공실적 10년 만 ‘최악’...왜
부동산 경기 최강한파
주택거래 부진에 건축·토목 실적 감소
더 커진 경기침체 경고음…생산도 ‘뚝’
부동산 시장 한파에 건설사 시공 실적을 반영한 건설 기성 지표가 10년 11개월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기업들이 부동산 호황기를 지나 경기가 얼어붙자 건설 투자를 줄인 셈이다.
통계청이 31일 발표한 ‘2022년 12월 및 연간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건설기성은 건축(-10.9%)과 토목(-5.1%)의 공사 실적이 줄면서 전월보다 9.5% 감소했다. 이는 2012년 1월(-12.4%) 이후 10년 11개월 만의 최대 낙폭이다.
“부동산 경기 하강·높은 물가, 리스크 요인”
부동산 경기 둔화가 건설투자 위축을 불러왔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건설투자는 추운 날씨와 주택거래 부진, 일부 반도체 공장 11월 완공 등으로 건축, 토목 공사 실적이 모두 줄며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건설 수주는 전월보다 0.3% 감소했다. 부동산 경기 하락에 일감이 줄어든데다 사무실·점포 등 건축(-20.7%)에서 수주가 감소해 전년 동월 대비로는 9.0% 하락했다.
향후 경기 흐름을 나타내는 선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도 건설수주액 감소와 장단기금리차 등 여파로 전월보다 0.5포인트(p) 하락했다. 선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지난해 7월부터 6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지난달 감소 폭 0.5p는 2010년 10월 이후 12년 만의 최대 낙폭이다.
경기 침체 경고음은 더 커지고 있다. 지난달 생산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본격화된 2020년 4월 이후 32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쪼그라들었다. 지난달 전산업생산 지수는 전월보다 1.6% 줄어 2020년 4월(-1.8%) 이후 최대폭으로 감소했다.
제조업(-3.5%)을 비롯한 광공업 생산은 2.9% 하락했다. 반도체(4.9%), 1차 금속(3.1%) 생산은 전월보다 늘었지만 자동차(-9.5%), 전자부품(-13.1%) 등은 수출 부진 영향으로 크게 감소했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12월 소매판매가 증가했지만 전산업생산, 설비, 건설기성은 감소해 부진한 모습”이라고 밝혔다.
경기 흐름 불확실성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는 부동산과 금융 시장 리스크 관리에 나설 계획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 하강과 여전히 높은 물가 수준, 주요국의 통화정책 관련 불확실성 등이 리스크 요인”이라며 “상반기 경기 보완을 위해 340조원 규모의 재정·공공투자·민자사업을 조기 집행하고 금융‧부동산 시장 등 리스크를 관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종=김민정 기자 조선일보
미분양 쌓인 대구·경북·경기,
공급축소 추세 '뚜렷'
GS·롯데건설, 물량 '밀어내기' vs 삼성물산·DL이앤씨 '몸사리기'
국내 건설사는 올해 신규분양 계획을 어느 때보다 보수적으로 잡았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분양률이 급격하게 떨어진 탓에 공급에 나서도 실익이 적다는 판단을 한 셈이다.
불리한 여건 속에서도 시공사별로 편차는 뚜렷했다. 사업일정상 분양에 나서는 곳이 있는가 하면 공급 규모를 극단적으로 낮춘 곳도 있었다.
시평 상위 10곳, 10만세대 '출사표'…공사비 회수, 유동성 확보 '기로'
더벨이 30일 시공사 연간 주택공급계획을 조사한 결과 시공능력평가 상위 10곳의 일반분양 계획은 10만세대 수준으로 나타났다. 2022년 당시 17만 세대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던 점을 감안하면 절반 가까이 줄어든 수준이다.
연초 주택 공급 계획이 실제 실적과 정확히 맞아 떨어지진 않는다. 시장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조정하기 때문에 공급 계획의 60% 정도에서 실현되는게 일반적이다. 올해의 경우 계획 자체를 낮게 잡았다는 점에서 시공사들이 체감하는 공급 난이도가 상당히 높아졌다고 짐작할 수 있다.
올해 2만세대 이상을 공급하겠다고 나선 곳은 전혀 없었다. 10위권 중에선 GS건설이 1만9000세대를 공급하겠다고 밝혀 가장 많은 축에 속했다. 롯데건설이 1만8400세대로 뒤를 이었다. 주택사업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공사비 회수 여부가 유동성 이슈 해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 1만세대를 넘긴 곳은 대우건설(1만3097세대), 현대건설(1만1229세대) 정도다. 대우건설의 경우 10년 평균 공급물량이 연간 2만4000~2만5000세대인 점을 감안할때 올해 다소 줄어든 규모로 파악된다.
네 곳을 빼면 나머지는 모두 1만세대를 하회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이 9318세대 정도였고 올해 상장을 적극 검토중인 SK에코플랜트 역시 6314세대 정도에 불과했다. 시공능력평가 1위인 삼성물산이 3622세대, DL이앤씨가 5493세대를 계획하고 있다. 3000세대 수준을 제시한 시공사로 ㈜한화 건설부문이 이름을 올렸다.
지방물량 포진 '난제', 특정 사업지 편중 경향
예정된 분양사업지 중에선 지난해까지 미분양이 축적된 곳도 상당수 끼어 있었다. 대형사 특성상 수도권 물량 중심이긴 하지만 최근에는 경기권역도 대구·경북 다음으로 미분양이 많은 편이라 흥행을 장담하기 어렵다.
지난해 11월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수는 5만8027호였다. 시도별로는 대구가 1만1700호로 가장 높았다. 그 뒤를 경북(7667호), 경기(7037호), 충남(5046호), 경남지역(4076호)이 이었다.
기피지역으로 통하는 대구에는 현대엔지니어링이 유일하게 공급물량을 계획하고 있다. 대구 중구 대봉1-2지구 재건축 사업 782세대 가운데 408세대를 일반분양할 예정이다.
경북지역에는 현대건설이 구미 봉곡동 공동주택에 491세대를 공급할 예정이다. 현대건설은 지방 사업지로 아산, 양산, 울산 등에 공급물량을 갖고 있다.
삼성물산의 경우 공급물량 가운데 지방이 아예 없을 정도로 극도의 리스크 관리에 들어갔다. 경기도 수원권선6구역을 제외하면 모두 서울 물량 중심으로 채웠다.
지방 사업지에 대해선 시공사가 공개를 꺼릴 정도로 조심하는 분위기도 있었다. 롯데건설은 서울 사업지 외에 지방 공급지는 밝히지 않았다. 상반기 인창C구역, 청담삼익아파트 재건축 외 10개 사업지 분양을 계획하고 있다. 하반기에도 자양1 재정비촉진구역 재개발, 삼선5구역 재개발 외 15개 사업이 대기하고 있다.
올해 상장 가능성이 거론되는 SK에코플랜트는 총 7개 사업지를 분양할 예정이다. 서울과 경기도(광명5R, 성남산성)를 빼면 부산(광안2구역), 울산(남구B08), 광주(송암공원) 등으로 광역시 중심으로 분양 대진을 짰다.
충남 아산의 경우 대형 시공사들이 공급이 몰리기도 했다. 현대건설(아산탕정 2-A11BL), 대우건설(아산 탕정테크노 C2), 현대엔지니어링(아산 모종2지구)이 모두 분양물량을 갖고 있었다.
시장 관계자는 "분양일정이 미정인 사업지까지 감안하면 수면 아래 대기 중인 물량이 상당수 있을 것"이라며 "후분양의 경우 공사비 회수를 통해 유동성 확보가 불가피해 분양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theb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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