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줄도산 막을 대책 세워야"

 

건설사들 한계 상황에 닥쳐

 

   “이제는 건설사들이 한계 상황에 온 것 같습니다. 

 

자금경색 문제가 미분양 증가와 맞물리면서 문제가 더욱 심각해졌습니다. 단기대출을 회사채로 돌려막다가 부도 위기에 내몰린 건설사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지방 건설사를 중심으로 부도 위기가 확산했다면, 이제는 수도권까지도 번질 가능성이 농후합니다.”(건설업계 관계자)

 

레고랜드발(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경색과 미분양 공포로 건설업계가 위기에 처했다. 지방 중견 건설사들을 중심으로 부도 사례가 나오고 있어 건설사의 줄도산 우려가 확산하는 모습이다.

 

"건설업계 줄도산 막을 대책 세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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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지난 9월이었다. 당시 충남지역 종합건설업체 6위인 우석건설이 부도가 나면서 시장에서 파란을 일으켰다. 우석건설은 2020년까지 700억~800억원대 매출을 유지했고, 작년에는 1233억원으로 매출이 급증했던 터라 부도 소식은 지역 건설업계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지난달에는 경남 도급순위 18위인 중견 종합건설업체 동원건설산업까지 부도가 나면서 건설사 부도 위기는 더욱 커지는 모습이다. 동원건설산업은 창원시 복합행정타운 등 지역 내 대규모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건설사로, 지난해 매출은 500억원 수준이었다. 그러나 22억원의 어음을 결제하지 못해 최종 부도처리됐다.

 

건설사 부도위기는 강원도가 레고랜드의 채무불이행을 선언한 이후 부동산 PF대출이 막히면서 발생했다. 투자 심리가 냉각되는 와중에 지자체가 보증한 우량한 채권의 부도위기가 커지면서 기업들이 발행한 채권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한 것이다. 건설 현장에서 공사 지연이 발생했고, ‘돈맥경화’에 시달린 업체들이 하나 둘 부도 위기를 맞이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늘어난 수분양자의 청약 해지도 건설사의 자금 여건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여기에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장기화로 인한 자재 수급 어려움까지 겹치면서 건설업계의 위기감은 그 어느때보다도 커져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PF 부실 여파로 40여곳의 건설사가 문을 닫은 ‘줄도산 사태’가 재현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건설산업지식정보 시스템에 따르면 종합건설사의 폐업 신고는 올해 11월까지 214건이다. 지난해 동기(153건)대비 39.86% 증가했다. 부도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대한건설협회 등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현재까지 종합건설업체로 등록된 건설사 중 총 5곳이 부도가 났다. 작년(2곳)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수준이다.

 

 

문제는 부도업체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주산연은 최근 발표한 ‘2023년 주택시장 전망과 정책방향’ 보고서에서 고금리와 집값 급락, PF 중단으로 건설업체의 자금난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런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내년 상반기 중 건설업체 부도가 급증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지금까지는 정부와 국민연금 등 대형 기관투자자들이 자금 집행에 나서면서 그나마 위기를 잠재우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50조원 규모의 자금을 시장에 풀기로 했고, 최근 발표한 경제정책방향에서는 금융위원회 주도로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부동산 PF보증을 5조원 확대하고 5조원 규모 미분양 PF보증을 신설하기로 했다. 향후 수요에 따라 보증 여력을 추가 확충하는 것도 검토하기로 했다.

 

"건설업계 줄도산 막을 대책 세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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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업계에서는 앞으로 급증할 미분양과 계약 해지, 미입주에 대처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이번 대책은 기존에 언급된 단기 ABCP 대출의 장기전환, 사업자보증 신설 등 대책을 확정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면서 “전체 100조원에 달하는 부동산 PF 대출잔액과 비교하면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

 

업계에서는 채권의 신뢰성을 높일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정부가 시장 가격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거나, 금융위기 시절 시행됐던 ‘토지리턴제’를 재도입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토지리턴제는 토지를 매입한 매수자가 일정 기간이 지난 뒤 다시 토지를 반납하면 계약금과 중도금을 돌려주는 제도다. 미분양 위험이 줄어들면 건설사가 조달한 채권과 부동산 PF대출에 대한 신뢰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건설사 등이 내년 1분기까지 갚아야 하는 PF규모는 20조원에 달한다. 상반기로 확대하면 34조원 수준이다. 정부의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한 이유다. 건설업계발 줄도산 위기가 자금을 빌려준 금융기관의 위기로 번지지 않도록 특단의 대책에 필요하다.

최온정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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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 리포트 Daily Report] Dec.29(Thu) 2022 CON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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