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안전, 설계를 바꾸면 달라집니다" 손창규 삼우건축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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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2월 부산의 한 대형마트 5층 주차장에서 택시가 건물벽을 뚫고 도로 아래로 떨어져 택시 기사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2014년 10월 경기 성남 판교신도시 광장에서 공연을 보기 위해 27명의 관람객들이 환기구 위에 올라갔다가 환기구가 붕괴하면서 16명이 사망하고 11명이 부상을 입었다.
두 사고의 공통점은 설계단계부터 안전을 더 생각했다면 막을 수도 있었다는 데 있다. 가령 2층 이상 건축물식 주차장을 지을 때는 일정한 속도로 달려오는 차를 견딜 수 있는 별도 추락방지 안전시설 설치는 기본이고 시설물의 적정 높이 등을 세밀히 사전에 계산해야 한다.
환기구 추락 사고 역시 환풍기 위에 사람이 올라갈 수 있다는 가정하에 시설물 설치와 별도의 안전장치를 설계단계부터 고려해야 한다.
손창규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이하 삼우) 대표(58·사진)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공사 현장에서 '안전문제'에 대한 경각심은 높아졌지만 사용자의 안전, 유지관리에 대한 안전은 아직도 선진국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며 "설계단계부터 위험요소를 제거하거나 줄이기 위해 노력하면 재해를 낮추는 효과가 극대화된다"고 강조했다.
안전설계 노하우 업계에 공유…"중소형사도 도입할 수 있게 돕고 싶어"
삼우는 3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안전설계(DfS, Design for Safety)에 대한 개념을 도입하고 실제 프로젝트에 접목해왔다. 국내 건축설계사무소 최초로 건설사업 전 단계에 걸친 안전설계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
가령 전기자동차 주자장의 위치는 피난층에 가까운 곳에 두고 화재가 나도 다른 차로 불이 옮겨붙지 않도록 주차구획 사이에 내화벽체를 설치하는 등 화재 확산 방지 계획을 설계에 미리 반영하는 식이다.
공사현장의 사고도 마찬가지다. 추락 위험을 줄이기 위해 높은 위치에서 작업은 사람이 아니라 장비가 할 수 있도록 설계단계에 반영하고 층고가 높은 공사는 필요한 유닛을 사전 제작해 올리는 등 디자인은 같지만 설계를 통해 공법을 바꾸는 방식이다.
삼우는 특히 시공자, 사용자, 관리자의 안전을 위해 모회사인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사전에 같이 고민하고 실제로 접목하기 위해 수시로 머리를 맞댄다. 손 대표는 "디자인측면에서는 선 하나를 그렸지만 공사하는 사람에게는 위험한 작업일 수 있다"면서 "설계단계에서 이 부분까지 생각하고 고민하기 때문에 공사현장에서 사고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안전설계는 일반건축뿐 아니라 반도체, 바이오 등 최첨단 산업시설과 미래 산업시설 설계에도 적용한다. 지난달 방한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찾은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캠퍼스는 대표적인 안전특화설계 건물로 꼽힌다. 손 대표는 "반도체 공장은 규모가 크고 빠른 시간 내에 지어야 하는 특징이 있는데 가스 등 위험요소가 많다"면서 "안전설계를 하지 않으면 사고가 많이 날 수 밖에 없는 현장"이라고 말했다.
네이버의 두번째 사옥인 '네이버 1784' 역시 삼우가 설계했다. 로봇이 다니고 자율주행 셔틀버스 등을 운행할 수 있는 건물 전체가 하나의 '테스트베드'다. 이를 위해 단차가 없도록 계획했고 건물 이용자 또한 안전사고가 나지 않도록 신경을 썼다.
손 대표는 "삼우가 가장 잘하는 안전설계를 공유하고 앞장서 안전설계 문화를 확대해 대형회사로서 사회적인 책임을 다하고 싶다"고 했다. 삼우가 삼성물산과 오랫동안 공들여 만든 안전설계 가이드와 데이터베이스를 지난해 12월부터 홈페이지에 공개한 이유다. 올 3월에는 한국건축가협회에 안전설계위원회를 만들어 회원사 간에 안전설계에 대한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실제 도입할 수 있도록 협력하고 있다. 중소형사들은 별도의 투자와 인력 투입 없이도 안전설계 정보를 손쉽게 접하고 적용할 수 있다.
삼우는 지난 3월 대표이사 직속으로 '안전설계위원회'를 둬 전사적으로 안전설계에 대한 아이템을 발굴하고 평가한다. 그는 "처음에는 직원들 사이에 이런 걸 왜 해야하나라는 반응도 일부 있었는데 지금은 그 필요성에 대해 모두 공감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손 대표는 "무엇보다 안전설계가 문화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발주자의 결심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건축주 입장에서는 빌딩하나 짓는데 아이템이 늘어나고 비용이 늘어나는 걸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마지막으로 "건축가들은 멋진 디자인을 꿈꾸고 좋은 작품을 세상에 남기고 싶어한다. 이제는 우리가 설계한 건축물이 안전하고,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까지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는
=1976년 설립 이후 8000여개 이상의 국내외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국내 건축사사무소 중에서는 최초로 세계 3대 디자인 상인 레드 닷 어워드, iF디자인, IDEA 디자인상을 석권했다. 주요 프로젝트는 네이버 1784신사옥, 네이버 그린팩토리, 여의도 파크원, 국민은행 통합신사옥, 동대문디자인프라자, 삼성서초타운, 타워팰리스 등이 있다. 중대재해법 발의 전부터 안전설계 데이터베이스 구축과 안전설계 프로세스 도입을 통해 관련 부문에서 선도적인 입지를 만들어가고 있다.
손창규 대표는
=1991년 삼우종합건축사무소에 입사해 신규사업본부, 하이테크사업부, 건축설계사업부를 거쳐 지난해 12월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삼성엔지니어링 글로벌센터,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한국타이어 테크노돔, 문화복합몰 안녕인사동, 네이버 1784 등 다수의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배규민 기자 bkm@mt.co.kr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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