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글픈 한국 건설산업...사고 한번 나면 온통 난리...과연 규제만이 정답일까
규제로 시작해서 규제로 끝나
입법자들 중 건설을 정확히 이해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편집자주)
규제! 규제! 규제! 건설업은 눈만 돌리면 모든 것이 규제다. 재하도급 규제, 건설기술인 중복배치 허용범위 축소, 일요일 휴무제 도입 등 하지 말라는 것이 너무 많다. 일이 규제로 시작해서 규제로 끝난다.
이번 안타까운 광주화정 아이파크 외벽 붕괴사고의 원인은 불법 재하도급, 겨울철 콘크리트양생 시간의 부족, 품질관리자 인원 축소, 그리고 무량판구조 등이다. 무량판구조 붕괴의 대표적인 사례는 전 국민을 충격에 빠뜨렸던 삼풍백화점 사고가 있다. 당시에도 무량판구조는 잘만 지으면 튼튼한 구조라고 전문가들은 말하는데 잘해서 튼튼하지 않은 구조가 어디 있을까.
물론, 건설 관련 법률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멋대로 공사를 했기에 당연히 잘못은 해당 건설사에 있지만, 그 맥을 짚어보면 규제의 남발로 만들어진 탁상행정의 결과도 한 몫을 했다고 볼 수 있다. 현장과 맞지 않은 규제를 어기려다 보니 발생한 사고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어느 현장이나 사고가 났을 때는 하나의 문제만으로 발생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여러가지의 원인이 복합적으로 발생했을 때 사고가 터진다. 관리자가 관리를 소홀히 했더라도 시공자가 제대로 시공하면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 시공자가 시공을 잘못했더라도 관리자가 사전에 이를 바로 잡아 주면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설령 문제가 발생했다고 하더라도 빠른 피드백을 통해, 즉각 대응한다면, 그래도 사고는 발생하지 않는다. 현장이나 사무실이나 어디나 문제가 발생하지 않은 완전무결한 곳은 없다.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은, 사전에 문제가 발생할 여지를 만들지 않았다는 것이다. 혹은 문제가 발생했더라도 빠르게 대응했기에 사고가 나지 않았던 것이다.
국가에는 법이 있고 집단에는 규칙이 있다. 이것들을 지켜야 사고가 발생하지 않고 일이 원활하게 돌아간다. 하지만 여기에는 중요한 원칙이 있다. 규칙은 그 집단을 잘 아는 이들이 만들고 현실에 맞는 제도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다.
건설과 관련해서도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다양한 법들이 존재한다. 재하도급 금지 및 안전·품질 관리자들의 적정 인원 배치 등도 이에 해당한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탁상행정을 통한 현장과 맞지 않는 규제...현장을 모르는 사람들이 법을 만들고 규제하고 옭아매려 한다는 것이 큰 문제다.
재하도급을 금지하더라도 서류만 잘 만들어 놓으면 실제로 재하도급을 하더라도 상관이 없다. 현실은, 서류에 문제가 없다면 그걸로 끝이다. 특히 공무원의 업무가 그러하기에 그 폐해가 민간에서도 각종 사고로 이어지는 것이다.
현장에서 필요하지만 규제하면 편법을 사용한다. 재하도급을 금지했는데 재하도급을 계속한다면 어떻게 될까. 재하도급은 장점이 있고 현장에서 필요하기에 계속하는 것이다. 해야 할 이유가 있기에 금지하더라도 하는 것이다. 그렇다는 것은 규제만이 답은 아니라는 말이다.
재하도급을 법적으로 막는 이유는, 재하도급으로 넘어가는 단계에서 발생하는 공사 비용증가를 막고 사고가 났을 때 책임 소지를 명확하게 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좋은 취지임에도 계속 불법 재하도급이 진행 된다면 분명 그 이유가 있다. 법을 일부러 어기려고 하는 이가 어디 있을까. 법을 어겨도 이익이 있기에 하는 것이다.
모든 것에는 돈의 논리가 존재한다. 불법 재하도급 뿐만 아니라 이번 사고의 원인으로 밝혀진 다른 문제들도 마찬가지다. 겨울철 콘크리트양생 시간이 부족하다면 혼화제를 사용하면 문제가 해결되지만 비용이 증가한다. 품질관리자 인원을 적정하게 유지하면 되지만 역시 인건비가 발생한다. 모든 문제들이 결국 비용의 부담으로 인해 발생됐다.
세상에 돈 싫어하는 사람 있을까. 돈 벌고 싶지 않은 회사가 있을까. 이런 부분까지 고려하여 규제해야 한다. 속된 말로 후려쳐서 공사를 하게 만드는 환경을 만들 것이 아니라 ‘너희들 이익은 이 정도만 가져. 대신에 이 이익은 보전해 줄 테니 공사 문제 안 되게 해줘라’ 와 같은 방향으로 가야 한다.
현장은 재하도가 필요하다. 법은 이상하리만큼 현장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이상하리만큼 법을 따르면 돈이나 시간이 더 든다. 현장은 시간만 아껴도 기본적으로 돈을 더 벌 수 있다. 무단횡단을 하면 멀리 있는 횡단보도로 돌아가지 않아도 되니 1초라도 시간을 더 아낄 수 있다는 논리와 맥락을 함께한다.
법에서 하지 말라는 것을 그대로 따르면 현장에서는 돈이 더 든다. 당신은 하겠는가. 현장을 잘 알지 못하는 이들이 문제가 발생하면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인지 모른 채 이를 막기 위해 각종 규제를 한다.
단적인 예로 재하도급도 무조건 규제만 할 것이 아니라, 그것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파악해서 재하도급을 어느 정도 가능하게 해 놓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발주처에서 재하도급과 관련한 비용을 직접 업체에 예산을 집행하고, 공사 명세를 공사 이후에 외부에도 노출할 수 있게 하는 방법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이것들이 맞는 방법이라고 말할 수 없지만, 필자는 현장의 입장에서 고민하면 훌륭한 대안이 나온다고 본다.
구체적인 방안은 현장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소통하면 분명 만들 수 있다. 규제하지 않고 무엇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면 해결될 수 있다. 멍석을 잘 깔아줘서 놀 수 있는 판을 만들어주자. 대신, 멍석을 좁게 만들어 놓고 그 위에서조차 놀지 말라고 하지는 말자.
아이를 키우는 것도 이와 비슷하다. 아이에게 무조건하지 말라고 하면 말을 들을까. 겉으로는 알았다고 해도 뒤돌아서면 몰래 하고 싶은 일을 한다. 그게 심리다. 아이가 하지 말라고 했음에도 계속한다는 것은 그에 따른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것이 재미있거나 반발심으로 하는 것이거나 또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해결책은 아이가 가지고 있다. 하지 말라 했는데 계속한다면 왜 하고 싶은지 이유를 물어보자. 이에 대한 대답을 듣지 못하고 계속한다면 아이에게 사고가 발생하지 않게 안전장치라도 마련해 주자. 떨어져도 다치지 않게 해주고 넘어져도 일어설 수 있게 해주자. 탁상행정은 현실을 이해함으로 더 나아질 수 있으며, 사고는 모두의 책임임을 명심해야 한다.
글_정이도
㈜드림기획 대표이사
공학전문기자/작가/칼럼니스트
출처 : 공학저널(http://www.engjourna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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