公正에 더 이상 먹칠하지 말라 [김홍묵]

 

 

公正에 더 이상 먹칠하지 말라

2021.08.30

 

수십 년 만의 폭염과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 팬데믹 속에 관중도 없이 치러진 도쿄 올림픽. 그것은 지구촌 스포츠 제전의 또 다른 변이였습니다. 그 변이 올림픽에서 우리는 고귀한 납량(納凉) 선물을 건졌습니다. 공정(公正 , fairness and justice)이라는 과실입니다.

 

“코리아 파이팅!” 양궁경기장을 쩌렁쩌렁 울린 최연소 궁사 김제덕(17)의 포효(咆哮), “쫄지 말고 즐기자”며 한 발 한 발 과녁을 뚫은 막내 여 궁사 안산(20)의 강단(剛斷). 그들의 결기는 한국에 첫 금메달을 안겨 주었습니다. 국민 모두가 감격하며 환호했습니다.

 

막내들의 금메달이 왜 그리 고귀하고 소중할까요?

일그러지고 왜곡된 ‘공정’의 본질을 되찾아 준 쾌거였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한때 공정이라는 말에 취해 찬사를 보내고 박수도 쳤습니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2017년 5월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일성이 신선하고,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는 미래지향의 희망을 실어주어서였습니다. 그러나 문 정부 4년 만에 공정은 만신창이가 되었습니다. 평등도 정의도 실종되어버렸습니다.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나라로.

 

# 공정, 젊은 양궁 대표를 세계에 우뚝 세워

반면 한국 양궁 팀은 공정한 선수 선발로 세계에 우뚝한 금자탑을 세웠습니다. 2020년에서 1년 미뤄진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양궁협회는 ‘원칙주의’를 고수했습니다. 지난해 선발한 대표선수를 무시하고 올해 성적이 가장 우수한 선수를 새로 뽑는 방식입니다.

이 바람에 처음 선발전에 나온 고교생 김제덕과 최연소 안산이 남녀 부문에서 각각 1위를 차지, 혼성팀 대표로 출전할 수 있었습니다. 학연·연줄·계파나 연장자 우대가 없는 실력제일주의를 앞세운 것입니다. 공정의 승리였습니다.

 

 

그런 값진 결실을 뻔히 보고도 배구협회 관계자는 올림픽 4강에 오른 여자배구 선수단의 귀국 기자회견 때 김연경 주장에게 “문재인 대통령에게 감사 인사를 하라”고 강요했다니 머리에 쥐가 날 지경입니다.

 

ㅡ“전두환 대통령은 아시안게임 복싱 XX급에서 금메달을 딴 OOO 선수에게 축전을 보냈습니다. OOO 선수는 오늘 복싱 XX급 결승전에서……”(지상파 뉴스)

 

ㅡ“순희는 우리 장군님의 뜻대로 했기 때문에 이겼다,”(북한 유도 선수 계순희 어머니)

‘땡전뉴스’ 시절 본말이 전도된 한국 방송 뉴스, 북한 선수와 가족들의 살아남기 위한 절규나 다름없는 언어도단입니다.

 

# 정치판은 아전인수식으로 공정에 덧칠하기

이 와중에 정치판은 또다시 공정에 아전인수식 덧칠을 하고 있습니다.

 

ㅡ“조국 수사는 문재인 정권의 내부 권력투쟁이었다…윤석열 전 총장이 이것을 ‘공정과 상식’(국민의힘 입당 소견)으로 포장했다.”(홍준표)

ㅡ(이재용 가석방은) “솜털같이 가볍게 공정을 날려버렸다.”(추미애)

 

이해득실에 따라 대통령 지망생의 정견과 주무 부처(자신이 장관씩이나 지낸) 결정까지도 비난하고 부정하는 정치판 행태입니다. 학(瘧) 떼기보다 어려운가 봅니다.

 

검든 희든 쥐 잘 잡는 고양이 이야기가 아닌, 사람 잡는 험담만 오가는 언어변이(言語變異) 세상이어서인지 결실의 계절에 흩뿌리는 늦장마가 더 스산합니다.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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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김홍묵

경북고, 서울대 사회학과 졸업.  동아일보 기자, 대구방송 이사로 24년간 언론계종사.  ㈜청구상무, 서울시 사회복지협의회 사무총장, ㈜화진 전무 역임.

 

2006 자유칼럼그룹

www.freecolum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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