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 여론 거센 2025년 시행 고교학점제...왜 느닷없이 2년 앞당겼을까

 

"틀려도 공약이면 무조건 한다?"

현재 중학교 2학년생 입학년도인 2023년부터 적용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인 교육 공약이자 국정 과제인 ‘고교학점제’가 현재 중학교 2학년생이 고교에 입학하는 2023년부터 적용된다. 교육부는 올 2월까지만 해도 현재 초등 6학년부터 고교학점제를 적용해 2025년 전면 시행한다고 밝혀왔다. 시행 시기를 사실상 2년 앞당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학입시는 현행 체제로 시행 모순

 

이원철 금천고등학교 교사가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고교학점제 반대 현장 교사 선언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1.8.6/연합뉴스

 

☞고교학점제

고교생이 진로와 적성에 따라 과목을 선택해 수업을 듣고 기준 학점(총 192학점)을 채우면 졸업하는 제도.

 

교육부는 23일 ‘2025년 고교학점제 전면 적용을 위한 단계적 이행 계획’을 발표했다. 고교학점제는 고교생이 대학 수업처럼 자기 적성과 선호도 등에 따라 과목을 골라 수업을 듣고 기준 학점을 채우면 졸업하는 제도다. 다양한 과목이 개설돼야 하고 수업 환경도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교육부는 “2025년 고교학점제 안착을 위해 2023년부터 준비하는 취지”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교육계에서는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과 거의 차이가 없는 큰 틀의 변화를 갑작스럽게 2년 앞당기는 것은 무리”라는 반응이 나온다.

 

이날 교육부가 현재 중2가 고교에 입학하는 2023년부터 고교학점제를 단계적으로 적용하겠다고 발표하자 학부모들 사이에선 당혹스럽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올해 중1과 2는 92만여명인데, 이들이 혼란을 겪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서울에서 중2 자녀를 둔 학부모 김모(46)씨는 “우리 아이와 아무 상관없는 제도인 줄 생각했는데 갑자기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라고 했다. 학부모들이 가입한 온라인 카페에도 “중2 학부모인데 뉴스를 보고도 앞으로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제부터 고교학점제 공부해야 할 거 같은데 대체 어디서 정보를 얻을 수 있느냐”는 반응이 잇따랐다.

 

 

교육부는 “2023년 고1에 도입하더라도 2024년까지는 내신 성적 산출 방식과 수능 제도가 현행 방식 그대로이기 때문에 큰 혼란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문제는 현행 대학 입시 체제에서 고교학점제 적용을 받게 되는 현재 중 1~2 학생에게 ‘입시 준비 따로’ ‘수업 따로’인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고교학점제는 학생이 자유롭게 자기가 원하는 과목을 들을 수 있도록 해주는 ‘성취평가제(절대평가)’ 도입과 수능 영향력을 줄이는 절대평가 전환 등이 전제가 돼야 제대로 시행되는데, 정작 현재 중 1~2는 고교학점제 적용을 받으면서 대학입시는 현행 체제로 치르게 됐기 때문이다.

 

23일 교육부가 발표한 '2025년 전면 적용을 위한 고교학점제 단계적 이행 계획'에 따르면 올해 중2가 고1이 되는 2023년부터는 고등학교의 수업량이 현재 204단위(총 2천890시간)에서 192학점(2천720시간)으로 줄어든다. edited by kcontents

 

 

이렇게 되면 학생들이 수능 과목으로 선택이 쏠리게 돼 고교학점제가 파행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서울 주요 대학의 정시(수능 위주 전형) 비율이 40% 이상인 상황에서 중 1~2 학생은 사실상 고교학점제 취지대로 과목을 선택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고교학점제와 정시 확대 등 대입 제도 간에 ‘미스매치’가 벌어질 수 있다”고 했다. 신현욱 한국교총 정책본부장은 “갑자기 고교학점제를 적용받게 되는 학생·학부모들은 제도에 대한 파악도 정확히 안 되기 때문에 결국 사교육 기관에 의존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고교학점제 안착을 위한 교원 수급 계획도 불확실하다. 고교학점제를 위해선 다양한 선택 과목을 가르칠 수 있는 교원 확충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현재 교원 수급 계획은 저출생에 따른 학생 수 감소 등을 고려해 신규 교원 채용을 줄이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한국교총은 “도입 일정만 못 박는 일방 행정”이라며 “철저히 준비되지 않은 고교학점제는 오히려 교육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비판했다. 전교조는 논평을 통해 “학생 선택 존중이라는 취지는 무색해지고, 오히려 정시를 강조하는 현행 대입제도와의 엇박자로 인해 학생, 학부모 혼란만 가중될 뿐”이라고 했다.

곽수근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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