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에서 스포츠의 길을 묻다 [추천시글]

 

 

도쿄올림픽에서 스포츠의 길을 묻다

2021.08.02

 

하네 마네 말이 많던 2020 도쿄올림픽이 중반을 넘어가고 있습니다. 우리 선수들이 보여주는 감동의 드라마를 보며 무더위를 식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여름 살인적인 더위에 경기를 해야 하는 선수와 자원봉사자 등이 벌써 20명이나 경기 도중 열사병으로 실려 나갔습니다. 일본이 지난 2013년에 올림픽 유치 신청서를 제출하면서 “7~8월 도쿄는 날씨가 온화하고 맑다.”라고 했다는데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한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나 알면서 속은 것 같은 IOC나 참으로 한심하고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 올림픽이 드러낸 많은 문제들 중에 두 가지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볼까 합니다. 첫째는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무리해서 개최를 강행해야 했던 이유가 무엇인가?’이고 둘째는, ‘왜 하필이면 이렇게 더울 때, 뙤약볕 아래서 선수들이 경기를 해야 하나?’입니다.

 

 

IOC는 올림픽 중계권료로 예산의 75%가량을 충당하는데, 미국 중계권을 가진 NBC의 도쿄올림픽 중계권료는 전체 중계권료의 40%에 육박하는 14억 500만달러(1조 6700억원)로 알려져 있습니다. IOC는 전체 수입의 90%를 종목별 국제연맹(IF)과 국가올림픽위원회(NOC), 올림픽 개최국에 배분하는데 그래야 각 종목 단체와 국가들이 올림픽을 위한 선수 선발 같은 과정을 원활하게 치를 수 있습니다. 도쿄 올림픽을 건너뛰면 IOC는 중계권료를 토해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IOC로서는 최악의 선택이 됩니다. 올림픽 취소에 대해서 IOC나 일본 조직위도 보험을 들어 놓은 것이 있지만 취소보다는 개최를 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을 했을 겁니다.

 

한여름에 올림픽이 개최되는 이유는 7~8월이 다른 프로 스포츠리그가 시즌을 마치고 다음 시즌을 준비하는 기간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미국 프로야구 포스트 시즌과 미식축구 시즌이 시작되기 전에 올림픽이 개최되어야 NBC가 광고 수입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설득력 있게 다가옵니다. 게다가 이 더위에 테니스 경기를 오전 11시에 시작한 이유도 NBC의 광고 수익과 무관하지 않다는 겁니다. 일본 시간으로 오전 11시는 미국 동부의 오후 10시입니다. 그런데 저녁에 경기를 하게 되면 미국은 새벽 시간이 되니 비싸게 광고를 팔기 힘들어집니다. 오전 11시에 체력소모가 큰 테니스를 강행하는 바람에 스페인의 파을라 바도사 선수는 열사병으로 8강전을 기권하고 휠체어를 탄 채 실려나갔고 러시아의 메드베데프 선수는 경기 중 두 차례 메디컬 타임아웃을 요청한 뒤 “내가 죽으면 책임질 것인가”라고 항의하는 사태가 빚어진 겁니다, 결국 올림픽 테니스는 오전 11시에서 오후 3시로 경기 시작 시간이 조정됐습니다.

 

 

1988년 딱 한 해만 우리나라에 서머타임이 도입됐습니다. 당시 정부는 서머타임이 좋은 제도라고 홍보했지만 NBC의 요구 때문이라는 얘기가 있습니다. 한 시간이라도 더 프라임 시간에 경기를 치러 광고를 비싸게 팔고 싶은 NBC의 욕심이 우리나라에 낯선 서머타임을 도입하게 만든 겁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때는 피겨 종목 경기를 오전에 시작했습니다. 오전에 경기를 보러 올 관객이 얼마나 될까요? 관객보다 전체 올림픽 중계권의 40%를 넘게 내는 미국 방송사의 이익이 우선이었던 겁니다.

 

중계권과 이로 인해 파생된 문제뿐만 아니라 정치적인 문제와 돈 잔치가 되어버린 올림픽에 대한 비판은 이제 임계치를 넘어가는 느낌입니다. 프랑스의 르몽드는 7월 24일자 사설에서 “올림픽의 마술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고 지적하며, 올림픽의 정치적 도구화와 부패를 둘러싼 반복되는 스캔들, 막대한 재정부담 탓에 올림픽 정신이 변질됐다고 지적했습니다. “피에르 드 쿠베르탱 남작이 고안한 ‘더 빨리, 더 높이, 더 강하게’의 구호는 ‘더 비싸고, 더 욕먹으며, 더 정치적인(올림픽)’으로 바뀌었다”고 통렬하게 풍자했습니다.

 

개최국 일본의 정치적 노림수, 참가 선수들에 대한 배려 없는 IOC의 오만함과 무책임 속에서도 오직 선수들만이 망신창이가 된 올림픽을 지켜내고 있는 이 기이한 올림픽이 지금 2021년도에 치러지고 있는 2020 도쿄올림픽입니다. 이번 올림픽이 끝나면 많은 사람들이 올림픽과 스포츠가 가야 할 길을 묻게 될 것 같습니다.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자유칼럼의 글은 어디에도 발표되지 않은 필자의 창작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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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박상도

SBS 선임 아나운서. 보성고ㆍ 연세대 사회학과 졸. 미 샌프란시스코 주립대 BECA 석사

현재 SBS아나운서

 

2006 자유칼럼그룹

www.freecolum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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