年성장률·실업률, 21년만에 美에 동반 역전

경제규모 12배 큰 미국, 작년 사상 최고 고용호조
한국, 글로벌 교역 악화로 성장세 둔화·실업률 상승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경제규모가 12배 큰 미국에 2년 연속 뒤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작년 실업률도 미국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 성장률과 실업률이 동시에 역전된 건 1998년 외환위기 때가 마지막이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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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실업률이 미국을 추월한 건 외환위기의 여파가 남았던 2000년 이후 19년 만이다. 우리나라보다 경제 규모가 12배 이상 큰 미국은 지난해 사상 최고의 고용호조를 누린 반면 우리나라는 글로벌 교역 악화에 성장세가 대폭 둔화된 결과다.

25일 미국 노동통계국(BLS), 통계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실업률은 3.8%로 미국(3.7%)보다 0.1%P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실업률이 2010년 9.6%로 정점을 찍은 뒤 9년 연속으로 하락하는 동안 우리나라의 실업률은 3%대에서 오르내렸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가 있었던 2010년 미국의 실업률은 한국(3.7%)에 비해 5.9%P나 높았다.

 


우리나라의 실업률이 미국보다 높은 건 1998~2000년 이후 처음있는 일이다.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가 발생한 직후 미국과 한국의 실업률은 1998년 4.5%, 7.0%, 1999년 4.2%, 6.3%, 2000년 4.2%, 6.3%로, 3년 연속 역전 상태를 유지했다. 미국의 노동시장은 규모가 크고 이직이 잦아 실업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데 우리나라의 실업률이 더 높은 건 위기 상황 외엔 흔치 않은 일로 평가된다.

미국의 실업률은 통상 4~5% 수준이면 이직시 나타내는 마찰적 실업을 감안해 '완전 고용'으로 평가한다. 지난해 미국이 '완전 고용' 수준의 고용호조를 나타낸 가장 큰 배경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후 IT산업을 중심으로 중장기적 국가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정책을 펴왔다는 점이 지목된다.

2010~2018년중 미국의 기업이익 규모는 1조7448억달러로 2000~2007(9318억달러)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었다. 또 지난해 세계경제 성장세가 둔화되는 가운데 미국은 재정·통화완화 정책을 추진하며 나홀로 성장세를 보인 것도 고용 호황을 이끌었다.

 


반면 우리나라의 연간 실업률은 2002년부터 18년간 3%대를 유지하는 가운데 2013년(3.1%) 이후 2018년(3.8%)까지 연거푸 상승했다. 저출산·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가 급격하게 줄어드는 데다, 제조업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등 구조적 원인이 기저에 깔려 있다. 여기에 급격한 인건비 상승과 반도체 수출 부진에 따른 기업들의 투자 부진 등 정책·경기 차원의 배경도 함께 작용했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의 노동시장은 상당히 유연한 편이라 비교적 높게 측정되는 데다 경제상황을 민감하게 반영해 실업률이 비교적 높다"며 "그런데도 두 나라간 실업률이 역전된 건 굉장히 격차가 커졌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한·미간 연간 성장률도 2년 연속 역전될 가능성이 크다. 한은은 지난 22일 지난해 우리나라의 연간 성장률을 2.0%로 발표했다. 2009년(0.8%)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미국의 작년 성장률은 오는 30일 발표될 예정이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3%, IMF는 2.4%로 전망해 사실상 역전이 유력한 상황이다. 미국과 우리나라의 성장률이 역전된 건 2018년에 이어 2년 연속이다. 지난해 미국과 한국의 성장률은 각각 2.9%, 2.7%를 기록했다. 이전에 성장률 역전이 있었던 시기는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가 확산됐던 2015년으로, 당시 미국과 한국의 성장률은 각각 2.9%, 2.8%였다.

 


미국의 경제규모(GDP)가 한국보다 12배 가량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2년 연속 성장률 역전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우리나라의 성장률이 2년 연속으로 미국보다 낮았던건 1959~1960년 이후 처음이다. 한국 경제가 성장을 시작한 이후 미국보다 성장률이 낮았던 시기는 주로 전세계적인 위기가 왔을 때였다. 1970년 이후를 기준으로 보면 외환위기가 닥쳤던 1998년(미 4.5%, 한 -5.1%), 2차 오일쇼크가 터진 1980년(-0.3%, -1.6%), 2015년 메르스 사태 등을 제외하곤 경제규모가 작은 우리나라의 성장률이 더 높았다. 우리나라의 경우 특별한 위기상황이 아닌 데도 최근 3년간 성장률이 3.2%, 2.7%, 2.0%로 가파르게 추락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규모가 훨씬 크고 경제 성숙도가 높은 미국에 비해 성장률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한국경제가 한계에 봉착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든다"며 "미국은 정책을 통해 민간과 가계가 성장을 견인하는 방향으로 작용하는 반면 한국은 정부 주도의 성장에 머문 것에서 차이가 있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조은임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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