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크 없는 나라 고치기 [김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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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 없는 나라 고치기

2020.01.15

출판기념회나 북 콘서트를 연다는 지인들의 메시지를 받으며 총선의 내도(來到)를 피부로 느낍니다. 총선이 뭘까요? 그날만 나라의 주인이 되는 착각의 날일까요? 일선 기자 때 총선 취재로 전국을 쏘다녔을 때 권위적인 정권하에서도 유세장 열기가 뜨거웠습니다.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청중은 야당 지도자들의 연설에  환호했습니다. 그 환호가 다시 울려 퍼지려 하고 있습니다.

선거철이 되면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은 공명선거를 강조하는 담화를 발표했고 투표가 임박하면 섬 지역에 투표함을 먼저 보냈습니다. 사광욱 위원장 이름이 기억납니다. 이제 사전 투표용지는 전국 어디서나 현장 출력하죠. 지난번 선거 때 사전 투표용지를 받으며 잘 통제되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죠. 한국산 전자 개표기가 이라크, 콩고 등 외국에서 잇단 제동이 걸렸답니다. 투표용지 보관도 며칠밖에 안 한다는데 재검표는 어떻게 하는지 궁금합니다. 선거의 역사는 갈수록 공정해져야 하는데 대통령은 중앙선관위 상임위원으로 친문 인사를 앉혔습니다.  

나라 꼴을 보니 총선은 인물이 아니라 정치를 심판해야 한다는 사람이 많습니다. 청와대 출신 70~80명이 출마하겠다니 정권 심판 공방이 한층 달구어지겠죠. 내각에 이어 국회도 청와대 기지가 되려나 봅니다. 헌정을 파행시킨 촛불 탄핵 판결 후 두 달 만에 ‘벚꽃 대선’이라고 치른 졸속  검증이 문재인 정권의 총체적인 무능과 실정으로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그 탄핵이 체제 탄핵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9·19 군사합의의 일방적 이행, 한미일 동맹을 저버리고 북·중·러로 다가가며 '중국 핵우산'운운하는 외교·안보, 인헌고 학생들이 항거한 전교조 세뇌 교육, 아직 재판 중인 드루킹 댓글 조작 1억 건, 30년 친구를 당선시키려고 경찰력을 동원한 울산시장 관권 부정선거 의혹, 유재수 감찰 무마, 권력의 심부를 겨냥한 검찰 수사를 공중 분해시키려는 ‘검찰 인사 학살’, 공수처 등 악법 양산, 너무 많은 목록입니다. 청와대 압수 수색에 대해 2016년 야당인 문재인은 “대통령이라고 예우할 게 아니라 그냥 피의자로 다루어야 한다”고 트윗했습니다. 그 말이 부메랑입니다. 검찰 수사를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대표였던 당원이라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됩니다. 누구 편일까요.

이제 가장 절실한, 먹고사는 문제인 경제를 숫자의 팩트로 바라봅니다. 경로당 노인들은 연금을 월 30만 원이나 주는 대통령이니 찍어야 한다고 칭찬한답니다. 물 마실 때는 근원을 생각해야죠. 그 돈은 아들 며느리, 손자 손녀 등 미래 세대가 부담하죠. 젖먹이에서부터 노인까지 전체 가구의 절반이 각종 보조금을 받는다고 합니다. 투자해야 할 씨앗을 까먹는 게 아니겠습니까?

원전을 바꾼다는 태양광 발전은 2018년 한 해 동안 축구장 3,300개 넓이의 국토를 발가벗기는 거대한 삽질로 휴전선 인근에서조차 발전소가 섰습니다. 중국산 관련 자재 수입이 폭증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운동권 태양광 대부 허 모 씨는 임금 체불로 곤욕입니다. 7,000억 원 들여 보수했다는 월성 1호기 폐쇄는 에너지 자립으로 한강의 기적을 이룩한 일등 공신을 쓰러트린 경제 실패의 모습입니다. 석유 없는 나라가 불야성이 된 것은 이승만 시절부터 계획한 원자력 덕택입니다. 이산화탄소 발생이 없고 수백조 원의 미래 먹거리인 국익을 걷어차고 있죠. 그러면서 편서풍이 부는 중국이 우리와 수백 킬로미터 거리의 자국 동해안에 100기의 원전을 계획하고 이미 여러 기를 가동해도 찍소리 못합니다. 사대주의 ‘중국몽’에 납작 엎드렸으니 홍콩 시위 인권에도, 원자력발전의 안전에도 입 다무는 거죠. 그것도 야당이 반대해서 못했나요.

인공지능(AI)과 G5 통신을 읊고 있지만, 과도한 ‘노동 존중’이 52시간 근무로 연구실의 불을 끄게 합니다. 2018년 매출액 세계 12위(2,119억 달러)의 삼성전자가 승마 선수에게 말 몇 마리 빌려줬다고 수년간 총수를 감옥에 처박았죠. 이 회사 작년 영업이익은 27.7조 원, 전년 대비 53퍼센트 줄었습니다. 중국 반도체가 무섭게 치고 올라옵니다. 음풍농월할 때가 아닙니다.

발전의 원동력은 정부의 규제와 명령이 아니라 창의와 혁신, 자유와 경쟁입니다. 공정(公正)이나 변화라는 추상적 어휘는 무한 경쟁의 세계시장과 거리가 멀죠. 한국의 공장이 놀면 베트남과 헝가리의 다른 나라 공장이 돌아갑니다. 작업장 안에서 와이파이를 고집하던 현대자동차의 귀족노조는 생산성이 월등한 외국 공장이 먹여 살린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각국은 미래로 경쟁합니다. 일본은 노인을 원격진료하고, 자율주행버스가 도로 운행 허가를 받았죠. 미국은 드론이 적군을 공격하고 피자를 택배합니다.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의 전자 쇼(CES 2020)에서는 식당에서 손님을 안내하고 주문받아 간단한 요리를 하여 손님에게 갖다주고 그릇을 거둬 설거지까지 하는 로봇이 등장했습니다.

신기술 적용을 거부하고, 소비자는 물론 기업마다 다른 사정을 무시하여 일하고 싶어도 놀아야 하고, 사고 싶어도 못 사며, 소득주도 성장이라고 능력이 없어도 저임금을 주면 감옥행인 사회주의적 통제 경제에서 세계와 경쟁하는 성장은 불가능합니다. 대형 마트 규제는 골목 상권도 살리기 어렵지만, 세계 최대의 유통기업 월마트도 이길 수 없습니다. 온갖 규제의 감옥 속에 작년 우리나라 명목성장률은 1.4퍼센트로 OECD 36개국 중에 34위로 추락했습니다.

신년사에서 대통령은 평화경제라는 수사로 돌파구를 찾지만, 이는 북한 비핵화나 북한 민주화만큼 요원하죠. 핵무기로 제재받는 북한이 언제 철도, 항만, 공항, 도로, 전력 인프라를 갖추어 오지를 산업화한다는 겁니까? 북한은 경제를 몰라 70년간 이러고 있을까요. 어렵기 때문이죠. 남북 평화를 외치지만 지방에서 패트리엇 미사일을 빼다가 청와대 뒷산에 배치한 것도 한반도에 평화가 오지 않았음을 웅변합니다. 비핵화의 진전은 없고 미사일 체계를 고도화한 것이 북한의 실상이죠. 북한이 로켓사단을 만든다고 발표했을 때 경악했어야 했습니다.

대통령은 북한을 바라보고 곳곳에서는 생활고로 집단자살이 일어납니다. 작년 예산 470조 원은 어디다 뿌렸기에 관악구의 탈북 모자는 아사했는지, 자유 대한민국의 수치입니다. 문정권 3년간 예산이 400조 원에서 513조 원으로 폭증한 것은 세금을 최대한 짜내 중산층을 붕괴시켜 하층민으로 만들고 표 되는 곳에 현금을 뿌려 중독시키겠다는 장기집권 계획인지 모릅니다. 남미 독재국가들이 언론, 사법, 국회를 차례로 장악해 그렇게 했답니다. 소급적인 부동산 대책은 중산층 주거이전의 계획과 자유를 꽁꽁 묶고 있죠. 정부가 왜 은행 대출을 금지합니까. 집을 사기도, 팔기도, 갖고 있기도, 세주기도 어렵게 하죠. 집값 급등은 과도한 저금리 정책의 실패가 만든 실물 자산 선호의 증거입니다. 어디 정부가 시장을 이겨 경제학 교과서를 다시 쓸지 봅시다.

작년 우리나라 수출은 전년 대비 10.3퍼센트 줄었습니다. 실업자 중 20대 후반의 비중이 21퍼센트로 7년째 OECD 1위입니다. 정부가 자랑하는 고용은 세금 쓰는 노인 고용 위주죠. 블룸버그 통신은 한국 경제가 아시아의 용에서 ‘개집’으로 변했다며 사회주의를 고쳐야 하는 카드만 남았다고 경고했습니다. 70년 가꿔온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무지막지한 훼손입니다.

짧은 기간에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쁜 일이 너무 많죠. 나는 지난 대선이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지키는 마지막 체제전쟁이라는 주장을 썼습니다. ‘너를 배부르게 만든 이 나라의 성취가 부끄럽다면 이 나라를 떠나면 돼. 다른 사람까지 부끄럽게 만들지 말고….’ 마음속으로 생각해봅니다. 대통령은 국가 최고 심부름꾼, 자신을 국가 주인으로 착각하고 마구 나대는 시한부 종복(從僕)은 고용주이며 주권자인 국민이 꾸짖지 않으면 잘못을 고치지 않을 겁니다. 국가를 사당화하려는 세력에게 주권재민의 힘을 보여줘야 합니다. 4·15총선은 자유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를 지킬 기회입니다.

작년 말 한·중·일 정상회담 뒤 산케이는 이런 사설을 썼습니다. “가치를 공유할 수 없는 나라와 진정으로 연대하기는 어렵다.” 그건 일본 신문이 아니라 자유 시민이 국민보다 북한이 먼저인 것 같은 문재인 정권에 해야 할 말이라고 느꼈습니다. 총선에서 국민이 먼저임을 정권이 절감하게 해야 합니다.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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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김영환

한국일보, 서울경제 근무. 동유럽 민주화 혁명기에 파리특파원. 과학부, 뉴미디어부, 인터넷부 부장등 역임. 우리사회의 개량이 글쓰기의 큰 목표. 편역서 '순교자의 꽃들.현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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