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 이란 군사정책...잘한걸까 못한걸까


이란 핵카드 꺼냈다…혹 떼려다 혹 붙인 트럼피즘

 


    미국우선주의를 앞세운 트럼프주의(Trumpism·트럼피즘)의 ‘악몽’이 거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 제거를 통해 중동 지역에서 현실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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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의회가 5일(현지시간) 미군 철수를 의결한 뒤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돈 타령을 한 게 대표적이다. 그는 “이라크에는 엄청나게 비싼, 수십억 달러가 들어간 공군기지가 있다. 이라크가 여기 들어간 돈을 내지 않는 이상 떠나지 않는다”고 했다. 이라크가 미군을 추방할 경우 강력한 제재를 가하겠다면서다. 이란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이라크가 미국의 대이란 정책에서 핵심적 전략 요충지라는 점은 간과한 발언이었다.

 


이란 핵합의 파기 경고 후폭풍트럼프, 매티스·틸러슨·맥마스터 등‘어른’ 내친 뒤 본능 따라 정책 결정이라크 의회선 “미군 철수” 의결

 

지난해 4월,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국가 핵 기술의 날 행사에 참석한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핵기술 장비를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솔레이마니 제거로 혹 떼려다 혹 붙인 격이라는 지적도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중동 정세에 대한 판단력 부족에서 비롯된다. 뉴욕타임스(NYT)의 외교·안보 전문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솔레이마니를 “이란에서 가장 멍청한 자”로 칭하며 공격적 무력 사용으로 이란에 유리한 핵 합의를 미국이 깰 명분을 줬고, 이라크 정치에 지나치게 개입해 오히려 반이란 감정을 부추겼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란에 제대로 된 의회가 있었다면 그는 진작 해임됐을 것”이라며 “하지만 이제 이란에서는 순교자를 추앙하며 성조기를 불태울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솔레이마니는 정치적 존재감은 높지만 사실 역량으로만 보면 그를 대체할 인물은 이란에 여럿 있다. 하지만 미국이 제거함으로써 그는 순교자이자 영웅이 됐고, 미국은 이란을 봉쇄하기 위해 굉장히 중요한 이라크를 잃어버릴 수도 있게 됐다”고 분석했다. 또 “흡사 이라크전의 데자뷔인데, 지금은 미 행정부 내에 그때 같은 네오콘 전략가들도 없어 보인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이 솔레이마니 제거를 결정한 데는 진언을 할 수 있는 참모 그룹이 없는 점이 주요하게 작용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 허버트 맥마스터 전 국가안보보좌관 등 이른바 ‘어른의 축’에 속하는 참모들의 퇴진으로 안전핀이 뽑혔다는 우려가 현실이 된 셈이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경솔한 결정을 하지 않도록 만류하는 역할을 해 외교가에선 ‘저항의 연대’로도 불렸다.

이란 군부 실세 솔레이마니 피살현장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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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초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가족 소개령을 내리려 할 때 “대북 공격의 신호로 간주될 수 있다”며 적극 반대해 없던 일로 만든 사람이 매티스 전 장관이었다. 그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 등을 직접 지휘한 야전사령관 출신으로 중동 지역에 대한 이해도도 높았다. 대미 소식통은 “로버트 오브라이언 국가안보보좌관은 중동 문제를 다룬 경험이 없고,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도 사실 트럼프 대통령을 만족시키는 예스맨 역할에 더 주력하는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존 맥러플린 전 미 중앙정보국(CIA) 부국장은 “이란과의 잠재적 분쟁에서 핵심인 트럼프 대통령과 내각의 분명한 두 자질은 신뢰도가 떨어지고 경험이 제한적이라는 것”이라고 워싱턴 포스트(WP)에 말했다.

이란이 핵 합의 파기 가능성을 밝히면서 핵 위협이 고조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2015년 체결된 합의의 핵심은 핵무기 1개 생산에 소요되는 시간(Breakout time)을 연장하는 것으로, 이란은 20% 이상 고농축 우라늄은 15년 내에 전량 희석하기로 했다. 이란이 실제 핵활동을 재개하면 1년 정도면 무기화가 가능할 것으로 국제사회는 보고 있다.
유지혜 국제외교안보에디터 wisepen@joongang.co.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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